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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계장'들이 맞은 노(老)동절…당신의 일자리는 안녕한가요?



사건/사고

    '임계장'들이 맞은 노(老)동절…당신의 일자리는 안녕한가요?

    • 2020-05-01 05:00

    고령 노동자, 420만명에 달해…일자리 해법 필요
    "대부분 계약직 근무…빈곤층으로 전락하기도"
    정부, 사회적 일자리 지원하지만, 노인 노동자들 '소득 절벽'에 시름
    전문가들 "정부, 공공 일자리 보장·고용시장 재진입 도와야"

    (사진=스마트 이미지 제공)

     

    고령 노동자는 420만명에 달한다. 6년 뒤면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의 20%이상을 차지하는 초고령사회로 들어선다. 한국사회는 고령층의 일자리 문제에 당면했다. 이제는 일자리의 양뿐만 아니라 '질'도 고민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제기됐다.

    우리나라 노인 빈곤율은 OECD 평균을 크게 상회한다. 직장생활을 하던 중·장년층도 퇴직 후 비정규직 일자리를 전전하면서 빈곤층으로 떨어진다. 이들의 일자리 상당수는 임금이 낮고 해고 위험은 높다. 임시 계약직 노(老)인장들, 이른바 '임계장'의 출현이다. CBS노컷뉴스가 노동절을 맞아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고령 노동자들, 비정규직 전전…"'고다자' 취급받기 일쑤"

    50~60대 노동자들은 상당수가 고용이 불안정한 단순노무직에 종사하고, 원·하청업체로부터 차별을 받기도 한다고 입을 모았다.

    책 <임계장 이야기>를 쓴 조정진(64)씨는 공기업에서 38년 동안 일하다가, 60세가 되던 해 퇴직한 뒤 경비원·환경미화원·주차관리원 등으로 일했다. 조씨는 '고르기 쉽고, 다루기 쉽고, 자르기 쉬운' 이른바 '고다자'로 불리는 인력이 바로 고령 노동자라고 말했다.

    조정진씨가 자신이 쓴 책 '임계장 이야기'를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조정진씨 제공)

     

    자녀들의 취업·결혼 연령이 늦춰지면서 퇴직 후에도 일을 쉴 수 없었다. 조씨의 퇴직금 일부는 1980년대 당시 정부 방침에 따라 강제로 중간정산됐고, 은퇴하면서 받은 남은 퇴직금은 자식 교육비, 주거비 등을 내고 나니 남는 게 없었다.

    조씨는 자신의 책에서 고령 노동자를 '늙은 소', '일회용품'에 비유했다. 조씨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노인이니까 혹사당하는 것을 당연하게 보는 시각이 있다"며 "노동에 귀천은 따로 없지만 노인은 사람이지, 소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조씨는 3년 동안 4번이나 일터를 옮겼다. 아파트 경비원으로 일할 때, 경비실에는 해고 사유 38가지를 나열한 표가 붙어 있었다. 조씨는 아파트 자치회장의 심기를 거슬렀다는 이유로 해고당했다. 또 다른 일터에선 주정차 금지구역에 차를 세운 본부장 부인의 차에 호루라기를 불었다는 이유로 해고되기도 했다.

    일하다가 다쳐도 해고됐다. 조씨는 한여름에 고속터미널에서 일하다가 쓰러져 응급실로 이송됐다. "해고되면 건강보험을 적용받지 못한다. 치료비를 감당하기 어렵다"고 호소했지만, 이튿날 용역업체는 회사를 그만두라고 종용했다.

    실업급여도 받지 못한 조씨는 고용노동부 근로감독관에게 피해 사실을 알렸지만, "부당해고가 인정되려면 고용한 사람이 부당한 해고였음을 시인해야 해 어렵다"는 답변만이 돌아왔다.

    조씨는 "정부가 일자리 개수를 늘리는 데만 중점을 두고 있지, 노동 환경 개선 등에는 관심이 없다"며 "고령 노동자들은 거창한 요구를 해본 적이 없다. 휴식권 보장, 근로기준법 적용 등 상대적으로 작은 요구도 관철되지 않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조정진씨가 경비원으로 근무할 때 사용한 지하 휴게실. (사진=조정진씨 제공)

     

    ◇'소득 절벽'에 시름하는 노인 노동자들

    65세 이상 노동자들은 정부와 지자체가 지원하는 '사회적 일자리' 등에 신청해 일할 수 있지만, 고령화 속도가 빨라지면서 이들에 대한 해법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960~80년대 일간지 기자였던 조모(79)씨는 퇴직 후 언론사 교열부원 등으로 일하다가, 종로 시니어클럽에서 소일거리를 했다. 노인 환자 대상 금연 캠페인, 독거노인 말동무와 같은 일을 했다. 한 달에 받는 돈은 27만원 남짓. 공과금을 내는 데 썼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지난 2월부터 3개월 넘게 일을 쉬고 있다. 조씨의 수입은 국민연금 20만원이 전부다. 조씨는 "간신히 살아가고 있다"고 털어놨다. 이어 "말만 100세 시대"라며 "나이 70~80 먹어서 구청에 이력서를 내면 안 받아준다"고 한숨을 쉬었다.

    공공근로 공고가 뜨면 신청하는 노인들이 많아 경쟁이 치열하다고 전했다. 조씨는 "노인들이 일자리가 없다 보니 많이 몰렸다"며 "서류심사, 건강 상태 확인 등의 과정을 거치는데 탈락한 사람들이 수십명이었다. 다 일할 수는 없다 보니 절망했다"고 말했다.

    "여든이 다 됐지만 지금 뭘 해도 다 할 수 있다"고 다짐을 섞은 조씨는 "건강한 노인들은 계속 일할 수 있는 환경이 되면 좋겠다"는 바람을 털어놨다.

    조정진씨가 경비원, 환경미화원 등으로 근무하면서 빼곡히 써낸 수첩들. 조씨는 10권이 넘는 수첩에 노동 현장을 기록했다. (사진=조정진씨 제공)

     

    ◇"'공공 일자리' 보장·고용시장 '재진입' 함께 이뤄져야"

    전문가들은 중앙정부·지자체 등이 고령 노동자들이 고용시장에 재진입할 수 있도록 자원을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숭실대 허준수 사회복지대학원장은 "2016년 정부 방침에 따라 노사가 합의해 정년을 60세까지 보장했지만,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며 "중장년 대부분 정년이 도달하기 전에 풀타임 정규직에서 나와 3D 업종이나 비정규직 일을 한다"고 지적했다.

    민간기업 구직활동에 접근조차 할 수 없는 이들을 위해선 정부와 지자체가 사회적 일자리를 제공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이외에는 직업별 능력을 고려해 계속 고용, 노동시장 재진입을 촉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허 대학원장은 "덴마트, 네덜란드 등 복지국가는 국민연금, 노후소득 보장뿐 아니라 실업자가 다시 고용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정부와 관련기관이 직업 훈련 교육 등 큰 노력을 한다"며 "우리나라는 실업급여를 타러 오라며 관련 사항만 확인할 뿐, 제 능력을 발휘할 수 없는 엉뚱한 곳에서 일하게 해 노동시장 재진입을 어렵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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