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베이코리아가 사상 처음 매출 1조 원을 돌파하면서 최고 실적을 거뒀지만 매각설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베이코리아 측은 "사실무근"이라며 전면 부인하지만 업계에서 이베이코리아 매각 가능성에 상당한 무게를 싣고 있다.
(사진=이베이코리아 제공)
◇이베이코리아 '15년 연속 흑자·매출 1조'에도 끊이지 않는 매각설, 왜?미국 이베이는 1998년 설립된 우리나라 최초 인터넷 경매 사이트이자 오픈마켓인 옥션과 2000년 출범한 G마켓 등을, 각각 2001년 2009년 인수하면서 국내 오픈마켓 시장 절반 이상을 장악했다.
이베이코리아는 지난해 1조 954억원의 매출에 615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전년도 대비 각각 12%, 27% 성장한 실적이다. 지난 2005년 G마켓이 연간 기준 흑자를 달성한 뒤 국내 e커머스 기업으로는 유일하게 15년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 자체 추산 거래액은 18조 원 규모에 달한다. 후발주자인 쿠팡(12조원), 11번가(9조원)를 훨씬 앞선다.
그런데도 국내 진출 20주년을 맞는 올해, 이베이코리아 매각설이 급부상했다. 매각가가 5조원에 달하고, 인수 후보도 구체적으로 거론되고 있다. 롯데, 신세계, 현대백화점 등 국내 유통 대기업과 MBK 등 사모펀드라는 등으로 전해졌다.
현재 미국 이베이는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엘리엇매니지먼트 등 행동주의 헤지펀드들이 지난해 초 이베이 지분을 약 4% 정도 매입한 뒤 이베이는 지난해 11월 자회사인 티켓 플랫폼 기업 스텁허브를 40억 달러(약 4조 7천억원)에 매각했다. 이 과정에서 미국 이베이 본사가 한국법인인 이베이코리아 보유 지분 100%를 전량 매각하기로 정했다는 후문이다.
하나금융투자는 이와 관련해 쿠팡과의 합병설을 제기했다. 박종대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2021년 미 나스닥 상장을 목표로 하는 쿠팡이 시장점유율 확대를 위해 시장 재편을 도모할 가능성이 크다”며 “소프트뱅크(비전펀드)가 매물로 나온 이베이코리아를 사들여 합병을 추진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이에 대해 이베이코리아 측은 매각설이나 합병설, 구조조정설 모두 "사실무근"이고 "본사로부터 어떤 지침도 들은 바 없다"며 강하게 부인했다.
(사진=이베이코리아 홈페이지 캡처)
◇주식회사→유한책임회사, 실적·배당 숨겨 매각금↑ 외부감사 피해그럼에도 매각설이 끊이지 않는 첫번째 이유는, 이베이코리아가 주식회사에서 유한책임회사로 전환한 데서도 비롯된다. 이베이코리아는 지난 2016~2017년까지 3천억원에 가까운 현금배당을 하면서 주식회사에서 유한회사로 전환했다.
유한회사는 주식회사와 달리 공시 의무에서 벗어난다. 실적, 배당 등을 숨길 수 있어 매각 금액을 높이는 데 전략적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외부감사도 피할 수 있다. 유한회사와 유한책임회사는 주식회사보다 공시 의무나 설립자의 책임 범위 규제 등이 적다. 업계에서는 이케아코리아가 이런 제도의 헛점을 틈타 국내 기업보다 공시 부담을 줄이고 기업 투명성을 저해한다고 비판한다. 공시 대상에서 제외되면 국내에서 벌어들인 이익을 대규모 배당 등을 통해 반출해 나가도 알 길이 없기 때문이다. 또 탈세 가능성도 있을수 있다.
특히 공시 의무가 없는데도 이베이코리아가 지난해 실적을 공개한 것은 "이베이코리아의 매각 작업을 유리하게 진행하기 위해서"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이베이코리아 측은 "실적 공시 의무가 없지만, 문의가 많고 업계 1위 회사란 것을 고려해 실적을 공개했다"고 밝혔다.
한 회계법인 관계자는 이를 반박했다. 그는 "외국계 기업은 매출이나 영업이익 등 대표 실적만 스스로 공개하고 상세 재무제표나 감사보고서를 공개하지 않는다"면서 "주식회사의 유한회사행은 이베이코리아에 아무 이익이 없다"고 꼬집었다.
◇영업이익 해마다 줄어 업계 1등일 때 호가 매각 전략…이 금액에 누가 살지는 의문연 매출 1조원에 업계 1등이어도 해마다 영업이익이 줄고 있는 점이 매각 추진설에 힘이 실리는 요인이다. 업계 1등은 맞지만 불안한 1등이다. 코로나19로 e커머스 시장 규모는 커지고 있지만, 이베이코리아의 올해 1분기 매출 증가율은 3%에 그치면서 국내외 경쟁업체의 거센 도전에 고전하고 있다.
22일 앱분석 서비스 와이즈앱의 올 1분기 인터넷 쇼핑 결제금액 조사 결과, 결제액이 가장 많은 업체 1위는 쿠팡으로 나타났다. 쿠팡의 3개월간 매출은 4조 8400억 원으로 2위인 이베이코리아(4조 2300억원)를 앞섰다.
20%에 가까웠던 국내 시장 점유율도 12%대까지 떨어졌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는 이베이코리아가 1등 자리를 내줄 공산이 크다"면서 "매출을 공개한 것도 1등을 빼앗겨 값이 더 떨어지기 전에 팔아치우려는 속셈"이라고 말했다.
특히 네이버쇼핑의 무서운 상승세는 이베이코리아의 입지를 좁히고 있다. 와이즈앱이 지난 1월 공개한 '2019년 한국인이 가장 많이 결제하는 온라인 서비스' 1위는 네이버로 약 20조 9249억원으로 추정됐다.
김창권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한국 소비자들은 네이버에서 상품을 검색하고 구매하는 행위가 너무나도 보편화돼 있다"면서 "소비자 구매패턴이 변하지 않거나, 네이버 온라인쇼핑 상품 데이터베이스를 능가하는 경쟁자가 등장하지 않는 한 갈수록 e커머스 시장에서 네이버쇼핑의 경쟁력은 강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결국 몸집이 커지면서 안정적 경영에 의존하며 변화 속도가 느려진 이베이의 가장 유력한 출구전략이 인수합병이라는 분석이다.
e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매각이 성사된다면 국내 전자상거래 역사의 한 획을 긋는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라면서 "e커머스 업계에 절대적 1등은 없다는 걸 보여주면서도 플랫폼 전쟁에선 1위를 선점하는 기업이 그만큼 비용을 줄여 적자를 해소할 수 있어 쿠팡이나 롯데쇼핑이 인수전에 적극적으로 뛰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