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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수 아닌 김혜수를 상상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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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혜수 아닌 김혜수를 상상할 수 있을까

    드라마 '하이에나' 스틸컷(사진=SBS 제공)

     

    SBS 금토 드라마 '하이에나'를 이끈 주역은 단연 김혜수다. 스크린과 안방극장을 넘나들며 규정 짓기 힘든 캐릭터를 개척해 온 그는 한국 대중문화계가 품은 축복이다.

    12일 시청률 조사업체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전날 방송된 '하이에나' 마지막회 전국 시청률은 평균 12.7%(1부 10.7%, 2부 14.7%)로 자체 최고를 기록하면서 유종의 미를 거뒀다.

    극중 법조계 악의 카르텔에 맞서 온 두 주인공 변호사 정금자(김혜수)와 윤희재(주지훈)는 결국 그 실체를 파헤치고 단죄하는 데 성공한다.

    "그냥 나만 믿어. 내가 곧 돈이요, 길이요, 미래니까!"

    정금자의 이 일성은 한국 여성 배우의 길을 개척하고 넓혀 가는 김혜수를 오롯이 표현하는 말이기도 하다.

    '하이에나'에서 정금자 캐릭터는 자기 욕망을 명확히 드러내고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 거침없이 질주한다. 기성 로맨스 드라마 등에서 쉽게 엿볼 수 있는, 욕망을 감춰야만 하는 상투적인 여성상을 깔끔하게 벗어던진 셈이다.

    김혜수였기에 가능했다. 1회에서 정금자가 가짜 이름과 신분으로 윤희재를 속이고 접근해 증거자료를 빼내는 과정은 이러한 여성상과의 결별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에피소드다.

    허드렛일을 시키면서 쓰다 버릴 요량으로 자신을 스카우트한 법조계 권력자 송필중(이경영)에게 오히려 '빅엿'을 안겨 주는 대목 역시 그러하다.

    극중 정금자는 누구보다 많은 약점을 지닌 캐릭터다. 변호사하면 떠올릴 법한 금수저가 아니다. 보육원 출신에 가정폭력 피해자, 검정고시 출신, 안 해본 일 없는 밑바닥 생활형 인간이다. 다만 금자는 이 모든 것을 부끄러워하거나 숨기지 않았다. 오히려 피해자들의 아픔과 상처를 이해하는 무기로 벼리면서 극복하기에 이른다. 시청자들 역시 이러한 금자와 공명했다.

    김혜수는 정금자를 진취적이고 주체적인 캐릭터로 직조해냈다. 문화 컨텐츠 제작자들이 고민하는, 시대정신에 걸맞은 여성 캐릭터의 뚜렷한 방향성을 제시한 것이다.

    김혜수 아닌 정금자를, 김혜수 아닌 김혜수를 상상할 수 없는 이유도 여기서 찾을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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