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5 총선 공식선거운동 기간이 반환점을 찍은 9일 여야 격전지 후보들은 유세차 연설과 거리 인사에 나서며 열띤 유세전을 펼쳤다. 코로나19 사태로 위축돼 있던 유권자들도 지지하는 후보들과 인사를 나누는 등 호응에 나섰다.
9일 서울 종로구 지역구 유세에 나선 미래통합당 황교안 대표(왼쪽)가 '최고의 황교안'이라는 팻말을 들고 있는 지지자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박주연 인턴기자)
◇황교안 유세에 확성기·플래카드로 응답한 시민들서울 종로구에 출마한 미래통합당 황교안 대표가 유세를 펼친 교남동과 창신동 등지는 보수진영 지지층의 축제를 방불케 하는 풍경이 펼쳐졌다.
유세차에 오른 황 대표가 "여러분과 함께 대한민국을 바꾸겠다"고 외치자 지지자들은 "황교안"을 연호하며 호응에 나섰다.
서울 종로에 출마하는 황교안 미래통합당 후보의 9일 선거 유세 현장에서는 황 후보의 가면을 쓰고 응원하는 시민을 비롯해 응원 플래카드, 확성기까지 등장했다.
황 대표가 "미래통합당은 경제를 잘 아는 정당이지만 싸우는 것이 부족하다"고 자책에 나서자 청중들은 "거짓말도 못 한다"며 자성의 목소리에도 큰 응원을 보냈다.
유세차 맞은 편에서 황 대표의 가면을 쓰거나, 통합당의 당색인 분홍색의 모자와 패딩, 장갑 등을 착용한 채 연설을 경청한 지지자들은 유세가 끝나자 마자 줄을 서서 황 대표와 기념사진을 찍었다.
황 후보의 선거 송인 인기 그룹 트와이스의 'CHEER UP'이 나오자 손가락으로 기호 2번을 표시하며 함께 춤을 추는 시민들도 다수 눈에 띄었다.
일부 지지자들은 '최고의 황교안', '대한민국을 구하신다고 하시다가 황교안 후보 병나시겠다' 등 직접 만든 플래카드를 흔들기도 했다.
축제 분위기는 황 후보가 유세를 마치고 떠난 뒤에도 계속됐다.
창신동의 한 카페를 방문한 한 무리의 여성들은 커피 잔을 들고는 "2번을 부탁합니다"라고 건배사를 하더니, 카페를 떠날 때도 "대한민국은 다 2번"이라고 다시 한 번 입을 모았다.
9일 서울 광진구을 지역구 유세에 나선 더불어민주당 고민정 후보(가운데)가 지지자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이도윤 인턴기자)
◇주택가에선 'DJ' 같이, 거리에선 '친문 투사'처럼…고민정의 맞춤형 유세서울 광진구 구의1동 주택가 유세에 나선 더불어민주당 광진을 고민정 후보의 목소리에서는 힘 보다 단아함이 느껴졌다.
낮 시간 집에서 쉬는 시민들을 배려한 '라디오 진행자' 스타일의 유세인 셈이다.
"봄이 오니 이불을 말리고 계신 분들도 보이네요. 날씨에만 그칠 것이 아니라 정치에도 봄을 만들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과거의 정치가 아닌 미래의 정치가 힘 받을 수 있도록 힘 모아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DJ의 멘트 같은 고 후보의 인사말 뒤로는 가수 전인권의 '걱정말아요 그대'가 잔잔하게 덧대어졌다.
취재진이 만난 구의동 주민들 중에는 고 후보의 유세가 "조용해서 좋다"며 반기는 시민들이 다수 있었다.
이 지역에서 15년 살았다는 70대 남성은 "옛날의 구태의연한 방법으로 사람들을 동원하고 악쓰고 비방하면 다 싫어한다. 음악도 틀어놓으니 조용하고 깨끗해서 좋다"고 말했다.
골목길 산책 중 고 후보와 인사를 나눈 60대 남성도 "코로나 때문에 나라가 혼란스러운데 조용히 하니 좋다"고 평했다.
골목길을 벗어나 대로변 유세에 나선 고 후보는 태도가 180도 달라졌다.
"대변인 일을 하며 야당의 막말에 대응할 때가 가장 힘들었다. 정치를 바꿀 수 있도록 도와 달라"며 야당을 비판한 그는 "문재인 정부에 힘을 실어 달라"고 호소하며 목에 핏대를 세우기도 했다.
인근에서 상점을 운영하는 60대 여성은 "유세차를 보니 이제 좀 선거 같다"며 지난주 보다 뜨거워진 유세 열기를 실감했다.
배우 출신인 심은하씨(왼쪽 3번째)가 9일 서울 성동구 금남시장 앞에서 배우자인 미래통합당 지상욱 후보를 위한 지원유세의 일환으로 시민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류현준 인턴기자)
◇"너무 예뻐요"…연예인 배우자 덕 톡톡히 본 지상욱서울 중구성동구을에 출마한 통합당 지상욱 후보는 유명 연예인 출신인 배우자 심은하씨 특수를 누렸다.
이날 오전 명동일대 선거운동에 나선 후보는 수행원 없이 혼자 골목길을 누비며 '뚜벅이' 유세를 펼쳤다.
보좌진 없이 지역구 일대일로 지역구 내에서 상점 등을 운영 중인 자영업자들과 기업에 종사하는 근로자 등과 접촉점을 넓히는 행보다.
지 후보와 길에서 마주친 50대 여성 유권자 4인은 지역주민이라 밝히며 "민주당 박성준 후보보다 훨씬 낫다"며 지지 의사를 피력했다. 반면 이날 지 의원이 방문한 여러 소상공인 중 60대 여성상인 1명은 "두 차례 의원생활을 하면서 오늘 처음 봤다. 중구를 위해서 일하지 않고 집에만 있는 사람은 국회의원 자격이 없다"고 비판했다. 지 후보는 지역구 초선의원이다.
배우자 심씨가 동행한 오후 금남시장 앞 유세 때는 심씨를 알아본 시민들이 유세차 앞으로 대거 몰려들었다.
심씨가 모습을 나타내자 다수의 주민들이 심씨 앞으로 몰려들어 "너무 예쁘다"며 칭찬을 한 후 기념사진을 요청했다. 급기야 사진을 찍기 위한 줄도 생겨났다.
심씨는 손가락으로 지 후보의 기호인 2번을 상징하는 'V'를 그리며 함께 사진을 찍었고, 차량 유세 때도 유세차에 올라 남편과 함께 손을 흔들었다.
시민들의 호응에 힘을 얻은 지 후보는 연설 후 차량에서 내려와 길 위에서 큰 절을 했다.
◇중진들의 전쟁터 된 용산…사람은 적은데 선수는 '14선'민주당 강태웅 후보와 통합당 권영세 후보가 맞붙은 서울 용산에서는 여야 중진의원들이 각각 지원유세에 나서면서 때 아닌 중진 대결이 펼쳐졌다. 의원 수는 4명인데 선수의 도합은 14선에 달했다.
민주당에서는 5선의 원해영, 4선의 강창일 의원과 17대 의원을 지낸 이화영 전 의원 등 이른바 '라떼는!유세단'이 용산을 찾아 지원 사격에 나섰다.
이들은 다선의원답게 능수능란한 언변으로 용산 유권자들에게 강 후보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
강 의원은 용문시장에서 만난 상인들을 향해 "이 사람이 똑바로 안 하면 월급에서 빼라"고 농담을 던지다가도 "4선, 5선 국회의원 둘이 보증한다"며 강 후보를 치켜세웠다.
수산물 가게를 운영하는 60대 여성 유권자는 "아까 말씀하신 분이 내 관상을 봐준다고 하더라"며 강 의원의 넉살을 언급했다.
권영세 후보 유세 지원에는 4선인 미래한국당 원유철 대표가 나섰다.
최근 핑크색 분장으로 화제가 된 원 대표는 앞서 민주당 유세단이 찾았던 용문시장에서 뒤이어 유세에 나서며 맞불을 놨다.
이이 차량 유세에 나선 용문시장 앞 사거리는 선거운동원과 야당 지지자들이 빼곡히 들어서면서 대규모 유세장을 방불케 했다.
원 대표는 "가는 데마다 하시는 말씀이 '정말 못 살겠다', '제발 바꿔 달라'였다"며 "당과 나라에 큰 힘을 주셨던 권 후보가 21대 국회에 들어오셔서 용산국제업무지구를 반드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권 후보는 "10일과 11일은 사전투표를 하는 날이다. 대한민국을 바꾸려면 10일, 11일은 권영세를 뽑는 날이 아니냐"는 자신의 유세에 호응이 적자 "안 뽑으실 분들이 계신 것 같은데 큰일 났다. 10일, 11일 권영세 뽑는 날 맞습니까"라고 다시 외치며 큰 함성을 이끌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