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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을 위해 인생의 단추를 "가끔, 항상 늘 열어놔"



영화

    행복을 위해 인생의 단추를 "가끔, 항상 늘 열어놔"

    [노컷리뷰] 외화 '행복의 단추를 채우는 완벽한 방법'(감독 칼 헌터)

    (사진=찬란 제공)

     

    ※ 스포일러 주의

    양복을 제대로 입는 법처럼 우리가 우리의 삶을 끌어안는 방법도 비슷한 것 같다. 완벽하게 모든 단추를 채울 필요는 없다. 가끔은 불편하고, 항상 일정표대로 인생이 굴러가지도, 행복이 찾아오지도 않는다. 불확실함 속에서도 분명한 건 희망은 늘 우리 옆에 존재한다는 점이다. 그러기에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가끔, 항상 그리고 늘 열어놔"다.

    영화 '행복의 단추를 채우는 완벽한 방법'(감독 칼 헌터)은 서로에게 마음을 열지 못하는 아버지 앨런(빌 나이)과 아들 피터(샘 라일리)의 행복한 가족 만들기 프로젝트를 담은 이야기다.

    첫째 아들 마이클의 실종 이후 앨런과 피터의 관계는 소원해진다. 앨런은 여전히 마이클을 찾아 헤매고, 피터는 그런 아버지로부터 소외당한 기분을 느낀다. 앨런과 피터의 관계는 마이클이 없어진 날 그렇게 멈춰 섰다.

    영화는 '일정표', '불편한', '희망'이라는 세 개의 챕터로 나뉘어 진행된다. 세 개 챕터를 관통하는 공통의 키워드는 '스크래블'(Scrabble·알파벳이 새겨진 타일을 보드 위에 가로나 세로로 단어를 만들어 내면 점수를 얻게 되는 방식의 보드게임)이다.

    앨런과 피터가 어긋나게 된 것도, 다시 진정한 가족으로 거듭나는 것도 모두 '스크래블'을 통해 이뤄진다. 가로와 세로줄에 맞춰 플레이어가 알파벳을 조합해 단어를 만들어가듯이, 아버지 앨런과 아들 피터는 서로 어긋나 삐걱대는 사이를 하나둘 맞춰 나간다. 새로운 단어를 생각해 내는 즐거움보다 점수에 매달리는 것과 같은 관계에서 벗어나 게임 그 자체를 즐기게 된 것처럼 말이다.

    영화는 때때로 고전적인 느낌을 준다. 앨런과 피터가 시체안치소로 향해 자동차를 운전해 가는 장면은 백 프로젝션(후면 영사(rear projection)의 영국식 표현으로, 정지된 또는 움직이는 배경을 미리 촬영한 후 반투명 영사막 뒤에서 영사하고 연기자는 이 장면을 배경으로 그 앞에서 연기해 합성 화면을 만드는 촬영기법)을 이용한다. 해당 기법은 앞을 향하지만 나아가지 않는 것처럼 보이게끔 만든다. 또한 중간에 과거 회상은 마치 영사기를 돌린 것처럼 흑백으로 표현된다.

    이러한 고전적인 표현들, 그리고 감각적이지만 다소 촌스러운 듯한 집안의 배경 등은 앨런과 피터의 관계가 얼마나 오랫동안 과거에 머물러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지를 표현한다.

    (사진=찬란 제공)

     

    마지막 챕터는 앨런과 피터, 각자의 '희망'을 그려낸다. 잃어버린 아들을 찾을 수 있다는 희망을 품고 길을 떠난 앨런, 아버지와 관계 회복을 기대하는 피터의 희망이 그것이다.

    영화에서 아버지와의 사이에 있던 감정의 벽을 허물고 제대로 마주하게 된 피터는 아버지에게 '평범한 날'이라고 이야기한다. 그간 아슬아슬하게 이어온 아버지와의 긴장과 불화를 털어내고, 꿈꿔왔던 '평범한 하루'를 얻게 된 피터의 감정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영화 속 보니 타일러의 노래 '잇츠 어 하트에이크'(It's a Heartache)처럼 인생이라는 큰 그림 안에서 우리는 '바보'가 되기도 한다. 어리석은 일도 벌인다. 그런 우리라도 아픔을 받아들인다면, 지금 이 순간 누가 중요한지 깨달을 수 있다.

    내 옆에 있는 중요한 사람을 깨닫고 마주하게 될 때, 에드윈 콜린스의 '잇츠 올 어바웃 유'(It's All about You) 가사처럼 '하늘은 청명한 블루, 화려한 여름의 향기'가 가득한 '평범한 날'이 온다.

    아버지 앨런도 마이클이라는 희망이 떠나간 곳에 새로운 희망, 다시 말해 피터라는 존재가 늘 자기 옆에 있었음을 깨달으면서 기나긴 여정을 마무리한다. '마이클 멜러'라는 이름표를 떼어낸 기타를 둘째 피터에게 전해주면서, 앨런은 진정으로 행복의 단추를 채우게 된다.

    감독인 칼 헌터는 영국식 위트, 그리고 감각적인 미장센과 연출을 통해 부자의 관계와 회복의 과정을 그려내고 있다. 그의 독특한 미장센은 마치 웨스 앤더슨의 영화를 떠올리게 만든다.

    '러브 액츄얼리'와 '어바웃 타임' 등으로 우리에게도 익숙한 배우 빌 나이는 아들을 잃은 아버지의 상실감을 섬세하게 그려낸다. '말레피센트' 시리즈에서 까마귀 디아발로 국내 관객에게 얼굴을 알린 샘 라일리는 평범한 일상을 꿈꾸는 피터의 복잡한 심경을 관객에게 제대로 전달한다.

    4월 2일 개봉, 91분 상영, 12세 이상 관람가.
    (사진=찬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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