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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 채용 없어도, 하반기에 두배 안뽑아요"



사회 일반

    "상반기 채용 없어도, 하반기에 두배 안뽑아요"

    코로나19에 우는 취준생들…토익 줄줄이 취소, 원서도 못 써
    "나이는 먹고, 경력직에 밀릴까, 일단 어디든 써야"
    코로나19 여파로 기업 10곳 중 7곳 채용 미루거나 취소…채용 재개 시점 '미정'
    언택트 채용 도입, 정부·지자체 청년지원정책 활용하는 것도 도움

    (사진=연합뉴스)

     

    취업준비생 최승아(25. 가명) 씨는 하루에도 수시로 채용 사이트를 열어본다. 3월이면 한창 서류 접수하고 면접을 보고 있을 것이란 최씨의 기대는 완전히 빗나갔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기업 공채는 물론 토익 시험까지 줄줄이 미뤄지 면서 최씨는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학사 과정을 수료한 최 씨는 졸업하려면 토익 점수가 필요한 상황. 대다수 기업 또한 채용 조건으로 토익 점수를 요구해 토익 시험이 가장 급선무다. 그러나 최씨는 "토익을 신청하자마자 코로나 사태가 급격히 악화되면서 3월 말에 예정된 시험까지 취소됐다"면서 "가장 빠른 게 4월 중순에 열리긴 하는데, 이마저 칠 수나 있을지 모르겠다"고 걱정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언택트(비대면) 채용이 도입되는 곳도 있다지만 최씨가 지원하려는 기업이나 직무 쪽은 감감무소식이다. 취업설명회에 참석해 채용 문의를 해봐도 담당자들은 "결정된 게 없다"며 고개만 저었다. 대신 "상반기엔 뽑지 않고 하반기에만 공채가 뜨더라도, 상반기 미채용 인원만큼 2배로 뽑지는 않을 것"이라는 대답만 돌아왔다.

    최씨는 "나이도 있고, 수료를 마쳤는데, 아직 취업을 못 해 많이 불안하고 초조하다"면서 "지금은 원하는 곳을 못 가더라도 어디든 들어가서 조금이라도 경력을 쌓다가 지원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토익 시험을 봐야 기업에 지원이라도 하고, 자소서 문항이라도 나오면 미리 작성이라도 해두겠는데, 당장의 계획들이 모두 틀어졌고, 시간은 자꾸 흘러가니 정말 답답하고 막막하다"며 한숨을 내뱉었다.

    ◇ 기업 74.6% "코로나19에 채용 취소·연기"…신입 구직자 직격탄 '취업 스트레스 극심'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으로 기업 10곳 중 7곳이 채용을 미루거나 취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신입 채용 계획이 무기한 연기되거나 아예 취소되는 곳도 점점 늘고 있어 구직자들의 시름도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25일 취업 플랫폼 잡코리아가 인사담당자 489명을 대상으로 한 '코로나19 관련 채용계획 변화' 설문조사에 따르면, 코로나19 여파로 기업 74.6%가 예정돼 있던 채용 계획을 미루거나 취소했다. '코로나19에도 변화 없이 예정대로 진행(25.4%)한다'는 기업은 4곳 중 1곳에 불과했다. 특히 상반기에 연기되거나 취소된 채용 중 80.5%가 신입 공채인 것으로 드러나 신입 구직자들의 타격은 상당할 전망이다.

    기업들이 채용을 미루거나 취소하는 가장 큰 이유(*복수 응답)는 '사회적 거리 두기의 일환으로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서(63.3%)'였다. 이어 '△일단 상황을 지켜보고 다시 진행하기 위해(37.5%)', '△시장 상황 등 부진 예상(35.9%)', '△매출 하락 등 실제로 사업 부진을 겪고 있어서(28.5%)'라는 응답도 뒤따랐다. '지원자들이 면접을 취소하는 등 채용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아서(18.9%)' 채용을 취소하거나 미뤘다는 응답도 있었다.

    언제쯤 채용이 재개될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했다. 채용 재개 시점에 대해서는 40.5%가 '아직 잘 모르겠다'고 답했고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된 후 재개(34.2%)'하겠다거나 '조만간 다시 진행할 것'이란 응답도 21.9%를 차지했다. 3.3%는 '재개하지 않을 것'이라 답했다.

    이에 따른 구직자들의 취업 스트레스 역시 극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잡코리아가 신입 및 경력직 구직자 298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전체 응답자 5명중 2명에 달하는 39.5%가 '취업 스트레스가 매우 높다'고 답했다. '조금 높다'고 답한 49.8%까지 포함하면 전체 응답자의 89.3%에 달한다.

    스트레스 요인에 대해서는 신입직 구직자 43.4%가 '언제 취업에 성공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커서'라 답했고 이어 '△졸업 후 취업까지 공백기가 길어지는 것(36.6%)' △취업역량/스펙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 때(35.4%) △코로나19의 확산으로 기업이 채용을 연기하는 상황(32.9%) 순으로 취업 스트레스 요인을 꼽았다.

    ◇ 기업 언택트 채용 속속 도입…정부·지자체 청년수당 등 청년지원정책 신청

    코로나19로 중단된 채용을 언택트로 재개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지난 30일부터 신입·경력 사원 채용에 화상 면접을 도입한다고 밝혔다. 앞서 SK이노베이션도 지난 23일 '온라인 심층역량 검사'를 진행했다. SK이노베이션은 면접까지 채용 전 과정을 온라인으로 진행하겠다는 방침이다.

    SK텔레콤도 내년도 신입 채용에 언택트 방식을 도입한다. 채용설명회를 내달 4일 SK그룹 유튜브 채널에서 생중계하고 실시간 채팅으로 질의응답을 받는다. 면접도 영상통화로 진행할 계획이다. 카카오 또한 상시 채용 지원자에 대해 화상 면접을 진행하고 있다. 라인 플러스와 이스트소프트도 화상 면접 등 채용 전 전형을 온라인으로 진행 중이다.

    구직 중인 청년들은 각 지자체에서 운영 중인 청년지원 정책들을 살펴보는 것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는 2016년부터 서울시 거주자 만 19~34세, 졸업 후 2년 지난 미취업 청년들(중위소득 150% 미만)에게 매달 50만 원씩 최대 6개월간 청년수당을 지급하고 있다. 금전적 지원 외에도 심리상담이나 주거, 금융 등 청년 생활, 멘토링도 지원한다.

    서울시와 연계된 일자리 카페에서 인·적성 검사나 자기소개서 첨삭 등도 무료로 받아볼 수 있다. 이는 청년수당처럼 졸업 후 2년이 지나야 하는 조건 없이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 누구나 받을 수 있다. 최승아씨는 "일자리 까페에서 면접 의상도 빌려주고 프로필 사진 촬영도 무료로 해줬다"면서 "공채가 뜨면 바로 지원할 수 있도록 직무 컨설팅이나 자소서 첨삭을 받고 있다. 모두 무료고 해당 직무 경험자들이 멘토링을 해줘서 큰 도움이 된다. 지난주에는 인·적성 시험도 봤다"고 말했다.

    경기도와 대구, 부산 등에서도 비슷한 청년지원 정책을 시행 중이다. 특히 부산진구는 청년들을 위한 긴급수당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부산진구의 청년 긴급수당은 모든 주민들에게 지급하는 재난지원금과 별개여서 중복 수급도 가능하다. 대상은 코로나19 사태로 △시간제 △단기 △아르바이트 일자리를 잃은 만 18세에서 39세 사이의 부산진구 청년들(중위소득 120% 이하)이다. 졸업한 지 2년이 안 된 구직자는 고용노동부 사업 청년 구직활동지원금을 신청할 수 있다.

    특히 서울시는 지난해 7천 명이던 청년수당 지원 규모를 올해 3만 명으로 대폭 늘렸다. 이는 코로나19 확산 전에 보편적 복지 차원에서 늘리기로 결정된 사안이었다.

    서울시 정정길 청년정책팀장은 "작년까지는 청년수당을 받으려면 3:1 정도의 경쟁률을 뚫어야 했는데 올해는 지원 대상자를 3만명으로 늘린 만큼, 특히 코로나19여파로 구직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청년들이 골고루 혜택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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