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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만 서면 사회주의?'…'마스크 사회주의' 논쟁



기업/산업

    '줄만 서면 사회주의?'…'마스크 사회주의' 논쟁

    미래통합당 등 우파 진영 "마스크 5부제는 사회주의 배급제"
    보수 학계 "시장에 맡겨라"
    진보·실물 경제 "시장 제대로 작동 안해…정부 개입 필요"

    '마스크 5부제'가 시행 이틀째인 10일 서울 종로구의 한 약국에서 시민들이 공적 마스크를 구매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앞으로 국민들은 마스크를 사기 위해 출생연도에 맞춰 외출해야 합니까? 마스크 5부제는 국민을 비참하게 만드는 사회주의 배급제입니다."(미래통합당 박대출 의원)

    "오늘부터 마스크 5부제가 시행됩니다. 사실상의 배급제입니다. 대통령 말처럼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입니다."(미래통합당 심재철 원내대표)

    "마스크 5부제는 중국 폐렴 공포를 이용해 사회주의 배급체제를 점차 국민들에게 인식시키는 것처럼 느껴진다."(우리공화당 박현성 대변인)

    "공적 마스크와 사적 마스크가 공존하는 것은 불평등하니 종식시켜야 한다는 '마스크 사회주의'로 가는 것이다."(동아일보 김순덕 칼럼)

    보건용 마스크 수급 문제가 '이데올로기' 논쟁으로 번지고 있다. 정부의 '마스크 5부제'에 대해 보수진영이 '사회주의 배급제'로 규정해 대대적인 공세를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보수 진영의 '마스크 사회주의' 주장은 정부가 마스크 생산과 유통, 분배 과정에 직접 개입해 오히려 공급을 막고 있다는 논리에 기반을 두고 있다.

    대표적인 보수 경제학자인 단국대학교 김태기 경제학과 교수는 '마스크 5부제'를 "굉장히 잘못된 정책"이라며 "취약계층을 제외하고 나머지 부분은 시장에 맡겨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 교수는 "정부가 코로나 사태 초기부터 '마스크 착용'을 강조하는 바람에 가수요 등 불안 심리가 생겼다"며 "해외 수입 등을 통해 공급을 늘려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마스크 해외수입은 현 상황에서 쉽지 않아 보인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전 세계적으로 퍼져 나가면서 각국이 마스크를 전략물자처럼 취급해 수출통제에 나서고 있기 때문. 실제로 미래통합당 추경호 의원이 관세청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달 마스크 등 분야의 수입액은 한 달 전의 절반으로 뚝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마스크 수입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 기간 등을 단축하는 등 대책을 내놨지만 독일과 프랑스, 대만, 인도 등 각국이 잇따라 마스크 수출금지 조치를 내리고 있어 국내 수입이 힘들어 보인다.

    중도 보수 성향의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공급 확대가 문제의 핵심"이라며 "정부가 생산량을 늘릴 수 있도록 마스크 업체의 생산을 지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유통에 개입하는 것은 부작용이 낳을 수 있다"고 밝혔다. 정부가 유통에 개입한다고 마스크 생산량이 늘어나는 게 아니라는 논리다.

    성 교수는 "마스크 유통은 공적 채널은 물론 민간 채널 등 모든 채널을 통해서 해야 한다"며 "다만 정부는 마스크 생산업체의 원재료 비용 상승분이나 투자설비 확대 비용을 지원해 생산량을 늘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마스크 5부제’ 시행 첫날인 9일 오전 서울 양천구 한 약국에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 출생연도에 따라 마스크를 살 수 있는 요일이 정해진 ‘마스크 5부제’ 는 월요일 1·6년, 화요일 2·7년, 수요일 3·8년, 목요일 4·9년, 금요일 5·0년으로 출생연도가 끝나는 이들이 1주일에 2매를 약국에서 구입 할 수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하지만 생산에만 개입하고 유통에 개입하지 않으면 아무런 효과가 없다는 주장도 있다.

    최배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재는 준전시와 같은 상황"이라며 "이런 때에는 정부가 자원에 대한 통제를 가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는 경제학 교과서에도 나오는 말"이라고 밝혔다.

    최 교수는 "지금처럼 수요는 폭증하고 공급은 절대적으로 부족해 사재기 등이 발생하는 상황에서 시장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는다"며 "시장에 맡기자는 말은 무책임한 '사이비 시장주의'"라고 주장했다.

    그는 "정부가 생산에만 개입하고 유통을 놔두는 것 역시 아무 의미가 없다"며 "유통을 놔두면 사재기 현상과 가격 폭등 현상이 안생기겠냐"고 반문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의 추광호 경제정책실장은 "'마스크 사회주의'라는 표현은 지나치다"고 밝혔다.

    그는 "특정 품목에서 시장 기능이 작동하지 않을 경우 정부 개입이 필요하다"며 "마스크 5부제보다 더 적절한 방안은 없을까 하는 아쉬움은 있지만 '사회주의'로 규정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시장을 내버려 두면 매점매석 등 더 큰 혼란이 있을 것인 만큼 마스크 시장에 정부가 개입하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본다"며 "긴급상황인 만큼 비난보다는 사태 해결에 힘을 모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민들도 '정부의 개입'을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여론조사 기관인 '리얼미터'가 지난 6일 전국의 성인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정부의 마스크 수급정책'에 대한 의견을 조사한 결과 '현행 공적 공급' 방식을 선호한 의견이 40.7%로 가장 많았고, 이어 '한시적 무상공급'이 31.3%로 그 뒤를 이었다. 72%가 사실상 '정부의 개입'을 지지한 셈이다.

    반면 '시장에 맡겨야 한다'는 의견은 15.9%에 불과했다.

    '사회주의 배급제'라고 비난했던 미래통합당도 '정부가 생산업체로부터 마스크를 일괄구매해 행정조직을 통해 분배하는 특별공급 방식을 실시해야 한다'고 제안하고 있다.{RELNEWS:r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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