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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을 향한 지난한 여정에서 찾은 희망 '다크 워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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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스페셜 노컷 리뷰

    진실을 향한 지난한 여정에서 찾은 희망 '다크 워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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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컷 리뷰] 외화 '다크 워터스'(감독 토드 헤인즈)

    외화 '다크 워터스' (사진=이수 C&E 제공)
    ※ 스포일러 주의

    변화는 항상 작은 외침에서 시작된다. 그러나 작아서 눈에 잘 보이지도 않을뿐더러 송곳 같은 외침은 늘 많은 이를 불편하게 만든다. 그래서 진실을 향한 여정은 늘 지난하다. 20년이라는 세월 앞에 우리는 굴복하지 않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진실'을 좇을 수 있을까.

    오는 11일 개봉하는 외화 '다크 워터스'(감독 토드 헤인즈)는 인류의 99%를 독성 물질 중독에 빠뜨린 미국 최고 화학 기업 듀폰의 독성 폐기물질 PFOA(Perfluorooctanoic Acid·과불화옥탄산) 유출을 폭로한 변호사 롭 빌럿의 이야기를 그려내고 있다.

    마크 러팔로는 롭 빌럿 역을 맡아 고단한 싸움의 과정을 차근차근 밟아나간다. 그의 연기에 마치 듀폰과 싸움 중간에 서 있는 느낌을 받는다. '캐롤', '벨벳 골드마인' 등을 통해 연출력을 인정받은 토드 헤인즈 감독은 거대한 과정을 차분하면서도 진중하게, 있는 그대로 그려냈다.

    C8으로도 알려진 과불화화합물의 일종인 PFOA는 프라이팬, 종이컵 등의 코팅재료로 많이 쓰이며 반도체 세척작업에도 사용된다. PFOA는 자연에서 거의 분해되지 않는 잔류성유기오염물질(POPS)로, 인체에 다량 축적되면 각종 암과 태아 기형을 일으킬 수 있다. 듀폰은 PFOA가 사용된 자사 제품이 환경오염은 물론 인체에 유해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를 부인하며 배상금 8000억 원에 달하는 3535건의 단체 소송을 당했다.

    PFOA의 위험성과 듀폰의 잘못이 세상에 드러나기까지 무려 20여 년에 달하는 시간이 걸렸다. 화학 기업 전문 변호사 롭 빌럿이 끝까지 듀폰의 민낯을 들춰내기 위해 포기하지 않았기에 밝혀낸 진실이다. 그리고 그 이전에 농부 윌버 테넌트의 외침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롭과 윌버는 거대 자본 권력의 압박과 회유, 위협은 물론 '진실'을 이야기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주민과 동료들에게 따가운 시선을 받는다. 권력이 진실을 가린 세상에서 홀로 툭 튀어나온 송곳처럼 진실을 외치는 이들은 그저 '불편한 존재'일 수밖에 없다. 롭 역시 처음에는 농부의 말을 곧이곧대로 듣지 않는 다수에 속했지만, 추악한 기업의 이면 일부를 목격한 뒤 지난한 싸움에 발을 들이게 된다.

    외화 ‘다크 워터스’ (사진=이수 C&E 제공)
    롭이 듀폰과 싸움을 하는 과정, 20여 년의 세월을 거쳐 진실을 밝혀내는 과정은 말 그대로 지난하다. 127분의 시간 동안 우리는 1998년부터 시작한 끝을 알 수 없는 싸움을 천천히 하나하나 목격해 나간다.

    20년의 세월이 약 2시간에 압축돼 전개되지만, 그 과정조차 관객을 지치고 답답하게 만들 수 있다. 과연 롭이라는 한 개인이 거대 기업에 맞서 이길 수 있을까 의문이 생겨난다. 왜 이토록 힘겨운 싸움을 해나가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마음이 내 안에 어디선가 스멀스멀 올라온다. 소송에 참여했던 이들조차 롭을 비난한다. 이를 바라보는 우리는 그들의 싸움도, 영화도 빨리 끝나길 바랄지도 모른다.

    이러한 감정은 현실의 싸움을 바라보는 우리가 느끼는 감정과도 비슷하다. 2014년 4월 16일 눈앞에서 수백 명이 죽어가는 현실을 목도했지만, 그들의 죽음 뒤 진실을 밝히자는 목소리에 누군가는 "그만하자"고 말한다. 세월호 사건 외에도 곳곳에 수많은 작지만 강한 외침들이 있다. 그들을 향해 누군가는 "지겹다"고 말한다. 마치 '관객'처럼 말이다. 제3자의 시선에서 타인의 현실, 롭 빌럿의 길고 지루한, 이길지조차 불확실한 투쟁을 지켜보는 관객처럼 말이다.

    그러나 7년이나 걸린 역학조사 결과 듀폰이 만든 PFOA가 인체에 유해하다는 사실이 과학적으로 검증되고, 이러한 사실이 밝혀졌음에도 듀폰의 책임 회피로 시작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듀폰의 패배를 끌어내는 롭의 모습을 보며 눌려있던 감정이 폭발함을 느낀다.

    그리고 이 느릿하지만 묵직한 투쟁의 시간을 되돌아보며 우리는 한 가지 희망을 발견하게 된다. 언제 올지, 얼마나 기다려야 할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더뎌도 진실은 반드시 온다는 희망 말이다. 진실이 올 거라고 믿고 포기하지 않는, 그러나 지금은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캄캄한 터널 한가운데에서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진실은 반드시 그 모습을 드러낼 거라는 희망 말이다.

    3월 11일 개봉, 127분 상영, 12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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