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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규제혁신' 부결이 부른 원칙논쟁…인터넷銀 운명은?



국회/정당

    '文규제혁신' 부결이 부른 원칙논쟁…인터넷銀 운명은?

    文대통령 직접 당부한 인터넷은행 활성화…개정안 부결에 발목
    개정안 유일 수혜자 KT의 위법성·도덕성 문제가 자초한 측면
    '공정' vs '혁신성장+국회합의원칙' 구도 된 본회의장
    보수 진영 일부도 '공정' 손 들주며 더 기본가치임 입증
    본회의 부결로 밀린 인터넷은행법 개정안…총선 후 처리 불투명

    5일 국회 본회의에서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및 운영에 관한 특례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부결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확대이미지

     

    "재석 184인 중 찬성 75인, 반대 82인 기권 27인으로써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및 운영에 관한 특례법 일부개정 법률안은 부결되었음을 선포합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규제혁신 1호' 법안으로 불렸던 인터넷은행법 개정안이 지난 5일 국회의 마지막 문턱을 넘지 못하는 순간이었다.

    인터넷은행법은 인터넷은행이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들을 대주주로 삼아 확장적인 영업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산업자본의 은행산업 잠식을 막기 위한 은산분리 원칙을 적용하지 않도록 해야 ICT 기업들 특유의 혁신성을 발판으로 새로운 형태의 금융상품을 개발할 수 있고, 그래야 고객들에게도 이익이 돌아갈 수 있다는 것이 그 근거다.

    때문에 문 대통령은 2018년 8월 직접 인터넷은행 활성화를 당부했고 이에 따라 인터넷은행법이 제정됐다.

    현행 인터넷은행법은 정보통신기술(ICT)이 주력인 비금융주력자가 인터넷은행의 지분을 기존 은산분리의 보유 한도인 4%를 넘어서 34%까지 허용해주고 있지만, 최근 5년간 금융관련 법령과 공정거래법, 조세범처벌법,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등을 위반해 벌금형 이상의 형사처벌을 받은 사실이 없어야 한다는 것을 요건으로 두고 있다.

    다수의 개인과 기업이 돈을 맡기고 빌리는 은행의 공적인 특성을 고려할 때 최소한의 보호장치는 마련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문제는 단 두개뿐인 인터넷은행 중 하나인 케이뱅크의 2대 주주 KT가 지분을 늘리려하다 앞선 요건에 의해 발목이 잡혔다는 점이다.

    케이뱅크는 지난해 1월 자본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KT 주도의 5900억 규모 유상증자를 추진했지만 같은해 4월 금융위원회가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중단했다.

    KT가 담합에 따른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았던 것이 원인이 됐는데, 이로 인해 자본 부족 문제를 해소하지 못한 케이뱅크는 신규 대출을 중단하고 말았다.

    케이뱅크 사태를 타산지석 삼은 ICT 기업들마저 시장 진출을 꺼리면서 시장 상황 역시 나아지지 않고 있다.

    이로 인해 미래통합당에서는 다른 범죄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죄질이 나쁘지 않은 공정거래법 위반에 대한 요건을 완화하는 이번 개정안을 발의한 것인데 여기서 2가지 가치가 충돌하게 됐다.

    하나는 '기회는 평등, 과정은 공정,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는 문재인정부의 국정 운영 기조다.

    인터넷은행법에 대주주 자격요건을 담은 것은 혁신성장을 위해 규제를 풀면서도 문재인정부의 핵심 이념인 공정이라는 기본 원칙은 지키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그러나 개정안은 여러 제한 요건 중 공정거래법 위반 단 하나만 핀셋처럼 제거해 특정 기업에게 혜택을 준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려운 내용을 담고 있다.

    부결에 앞서 개정안 반대 토론에 나선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정의당 추혜선, 민생당 채이배 의원 모두 이 부분을 문제 삼으며 개정을 강하게 반대했다.

    과거 취업비리, 불법정치자금 조성, 전화요금 담합 등 각종 문제를 일으켜 국민의 신뢰를 받지 못하는 기업이 어떻게 국민의 돈을 관리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결국 민주당은 이 개정안이 여야 합의를 통해 법제사법위원회까지 통과한 법안임에도 자유 투표에 부쳤고 상당수 의원이 반대나 기권표를 던지며 본회의 통과가 무산됐다.

    이에 충돌하는 또 다른 가치는 신산업 육성과 여야 합의 원칙이다.

    혁신성장은 공정경제와 함께 문재인정부 경제정책의 3대 축을 형성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의 소지가 있는 기업을 용인하면서까지 혁신을 이뤄내야 하는 것은 안 된다는 기류가 이번 본회의 부결을 통해 확인됐다.

    국회는 법안을 처리할 때 상임위원회 단계부터 법사위, 본회의를 거칠 때 까지 합의를 통해 절차를 진행한다.

    이번 인터넷은행법 개정안도 정무위원회와 법사위를 거쳤지만 민주당은 본회의 전에 찬성 당론을 정하지 않았고, 자유 투표 결과 예상 외의 부결이 나온 것이다.

    민주당 내에서 찬성표를 던진 의원은 9명에 불과했고, 정의당은 재석의원 전원이, 민생당도 7명나 반대에 나섰다.

    인터넷은행법과 패키지로 묶인 금융소비자보호법이 통합당 의원들의 찬성표로 통과된 직후여서 통합당 측으로서는 합의 파기에 대한 불만이 클 수밖에 없었고, 결국 의원들의 집단 퇴장으로 이후 회의는 파행됐다.

    때문에 공정의 가치도, 혁신성장도, 여야 합의도 모두 중요하지만 이번 부결 사태로 인해 금융자본의 공정성 확보라는 원칙이 다른 가치들 보다 더 기본적인 가치임이 입증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민주당이나 정의당 뿐 아니라 미래통합당 이혜훈, 국민의당 권은희, 무소속 김성식 의원 등 보수 성향의 의원들도 이러한 개정 반대 논조에 동의해 반대표를 던지기도 했다.

    남은 문제는 이러한 기본적인 가치를 간과한 탓에 기껏 힘들게 본회의까지 올렸던 인터넷은행법 개정안이 빛도 못 보고 사라질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는 점이다.

    본회의 부결에 책임을 느낀 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는 6일 "매우 미안하게 생각한다"며 "이번 임시국회가 지나면 또 한 번의 회기가 시작될 수 있을 텐데 그때 원래 정신대로 통과시킬 수 있는 방안을 찾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다음 회기는 4·15총선 이후에나 열 수 있을 텐데, 현재 전국적인 우려가 되고 있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총선이 연기될 가능성이 있다.

    또 총선 결과나 법안 처리 논의를 재개했을 때의 정국 상황이나 여론에 따라 개정안 처리 불가 기류가 커질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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