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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살에야 '유공자' 이만희…위장포교 '빅픽처'였나



사건/사고

    84살에야 '유공자' 이만희…위장포교 '빅픽처'였나

    • 2020-03-04 16:44

    이만희 2010년부터 한국전쟁 참전 경험 활용해 '평화운동'
    2011년 행사에서는 "국가유공자 연금 안받는다" 선언했지만…
    2015년 뒤늦게 국가유공자 등록…이후 신천지 보훈단체 포상 급증
    "봉사단체들로 정치권 접촉…朴 정권이라 유공자 등록 가능했을 것"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이단 신천지 교주 이만희씨가 위장 포교 전술의 일환으로 한국전쟁 참전 경험을 활용한 '평화 운동'에 나서면서 국가유공자로 뒤늦게 등록한 사실이 확인됐다.

    이씨의 국가유공자 진위 논란은 앞서 SNS에서 이씨의 '국가유공자 증서'로 추정되는 사진이 퍼지면서 시작됐다. 코로나19 지역감염 확산에 책임이 있는 신천지 교주가 국가유공자 연금, 사후 국립묘지 안장 등 혜택을 받는 것은 옳지 않다는 여론이 거세게 일었다.

    신천지 측은 언론을 통해 "한국전쟁 참전용사였던 이만희 총회장이 2015년 국가유공자로 지정된 것이 맞다"고 전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신천지가 거짓말 논란에 휩싸여 이 역시 신빙성 있게 받아들여지지 못했다.

    결국 국가보훈처는 4일 보도자료를 통해 "6·25 전쟁 기간인 1952년 5월부터 1953년 4월까지 참전한 것이 확인됐다"며 "2015년 1월 12일 참전유공자로 등록 결정됐다"고 밝혔다.

    보훈처는 당초 개인정보 보호법 등에 근거해 국가유공자 등록 여부를 확인해 줄 수 없다는 입장이었지만 이날 이씨가 개인정보 제공에 동의했기 때문에 공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보훈처의 발표에 따라 이씨가 국가유공자였다는 사실이 비로소 공식 확인됐지만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2011년 한 행사에서 "참전용사이지만 국가유공자 연금을 받지 않았다"고 선언한 이씨는 왜 이 말을 번복해 뒤늦게 국가유공자 등록을 신청했을까.

    대외적으로 이씨의 한국전쟁 참전 사실이 알려진 건 2011년 1월 사실상 신천지의 기관지 역할을 하는 천지일보의 보도가 처음이었다. "감출 수 없는 봉사의 참 빛 '만남"이라는 제목의 기사에 "빙상장 크기의 손도장 태극기도 6.25 참전용사인 이 총회장의 제안으로 만들어진 것"이라는 표현이 나온다.

    이 기사는 자원봉사단 '만남'이라는 단체가 전년인 2010년에 6.25 60주년 행사와 광복 65주년 행사를 잇따라 치렀다는 내용과 함께 단체 회장인 김남희씨의 행보에 주목했다. 단체 이름인 '만남'은 이만희의 '만'과 김남희의 '남'자를 합친 것으로 지금은 탈퇴했지만 당시 신천지 2인자였던 김씨가 회장을 맡고 있었다.

    이씨는 기사에 등장하는 6.25 60주년 행사에 참전용사 대표로 참석해 연설을 했다.

    당시 발언이 담긴 한 영상을 보면 이씨는 신천지에 대한 언급은 일체 하지 않은 채 "8830186 군번을 목에 걸고 육군 7사단 소속 보병 하사로 전쟁터에서 겪은 당시의 참혹함을 어찌 말로 다 할 수 있냐"면서 거의 20분 가까이 참전 경험을 이야기했다.

    이씨와 신천지는 이후 다양한 봉사활동을 통해 6.25 참전유공자회 등 각종 보훈단체와 돈독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 여러 도움을 받은 보훈단체는 신천지에 표창장과 감사패를 수여하기도 했다. 신천지 홈페이지에 올라온 기록으로 확인할 수 있는 보훈단체 관련 포상은 2013년부터 2018년까지 6년 동안 31건에 이른다.

    (사진=신천지 자원봉사단 홈페이지 캡처)

     

    복수의 감사패를 신천지에 수여한 유공자회의 한 지회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에 "열심히 하셔서 순수한 자원봉사인 줄 알고 받았지만 실제로 이를 언론보도나 신천지 선전에 활용하는 부분 때문에 항의가 많이 왔다"면서 "이단으로 알려져 있기도 하고 시에서도 종교관련단체 봉사는 받지 말라는 지침이 내려와서 이제는 관계를 끊었다"고 말했다.

    신천지는 아울러 이씨의 참전 경험을 토대로 대대적인 평화 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전쟁의 참혹함을 겪었고, 그래서 세계평화가 필요하다는 논리였다. 지금은 신천지의 위장단체임이 명백히 드러난 '하늘문화세계평화광복(HWPL)'이 그 단적인 예다.

    2013년 설립된 HWPL은 세계여성평화그룹(IWPG), 국제청년평화그룹(IPYG) 등과 함께 많게는 수십만명의 인파가 모이는 대규모 행사를 여러 차례 열었다. 신천지 신도들이 대거 동원됐지만 종교색은 배제한 채 한반도와 지구촌의 평화를 명목으로 내세웠다.

    이와 관련해 신천지 탈퇴 후 현재 장로교 합동교단 전도사로 활동 중인 A씨는 "이만희 총회장의 참전용사 이력을 토대로 한 포교활동은 주로 'HWPL'에 활용됐고, 평화를 위해 이렇게 일하게 된 계기가 자신이 참전용사 출신으로 전쟁의 폐해를 너무 잘 아는 사람이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다닌다"라고 설명했다.

    이렇게 '평화'로 위장한 신천지 단체들은 위장 포교 뿐만 아니라 정치권 유력인사들과 접촉하는 요긴한 통로로 활용됐다. 특히 2015년 국가유공자 등록이 가능했던 이유도 박근혜 정권과의 긴밀한 연결성이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신천지 봉사 단체들의 보훈단체 관련 수상이력은 이씨가 국가유공자로 등록된 2015년을 기점으로 2016년까지 1년 간 절정을 이뤘다. 일반 보훈단체가 아니라 보훈처 산하 지청장으로부터 두 차례 표창장을 받은 것도 바로 이 시점이다. 이후에는 보훈단체 수상이 점차 감소해 2019년에는 한 차례밖에 집계되지 않는다.

    A씨는 "IWPG는 신천지 위장단체 중 하나인 세계여성평화그룹으로 윤현숙씨가 대표를 맡고 있는데 이를 통해 정치권 인사들과 접촉을 시도했다"며 "'평화'를 화두로 포교활동과 정치권 포섭을 시도한 이 총회장은 결국 자신에게 우호적이었던 정권 아래에서 국가유공자 등록을 진행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신천지 위장조직인 HWPL은 심지어 내각을 총괄하는 국무총리조차도 포섭대상으로 삼은 사실이 최근 드러나기도 했다.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비서실장이었던 정운현씨는 지난달 29일 "총리와의 면담 약속이 잡혔다고 한 것도 거짓말이었고, 방문목적도 순수하지 않았다. 그들은 총리면담을 통해 총리를 포섭한 후 자신들의 세력확대나 영향력 과시용으로 이용하려 했던 것 같다"고 폭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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