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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바꿔놓은 '무관중' 농구장의 어색한 풍경



농구

    코로나19가 바꿔놓은 '무관중' 농구장의 어색한 풍경

    여자프로농구, 국내 프로스포츠 처음으로 '무관중' 선언
    고요한 농구 코트, "팬의 소중함 느껴" 선수들 한목소리
    WKBL과 6개 구단, 선수단 안전 관리에도 각별한 신경

    관중없이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의 여자프로농구 경기가 진행된 충남 아산 이순신체육관 (사진=WKBL 제공)

     


    지난 21일 오전부터 여자프로농구를 주관하는 한국여자농구연맹(WKBL) 사무실은 분주하게 돌아갔다.

    이병완 총재와 WKBL 수뇌부는 코로나19의 확산을 예의주시하다 당일 경기부터 무관중 경기를 하기로 전격 결정했다. 급히 6개 구단에 연락해 동의를 구했다. 반대하는 구단은 없었다.

    이날 오전은 코로나19 환자 52명이 추가로 발생했다는 중앙방역대책본부의 발표가 나온 시점이다.

    WKBL은 오후 3시50분쯤 코로나19 확산 사태가 진정될 때까지 무기한 무관중 경기를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그러자 부천 하나은행 구단이 분주해졌다.

    오후 7시에는 경기도 부천실내체육관에서 하나은행과 부산 BNK 썸의 정규리그 경기가 예정돼 있었다.

    무관중 소식을 접한 농구 팬들은 농구장을 찾지 않았다. 뒤늦게 소식을 접하고 농구장을 찾은 팬들의 입장은 허가되지 않았다. 경기를 보기 위해 부산 등 먼 지역에서 올라온 선수 가족들도 예외가 될 수는 없었다.

    하나은행은 그들에게 양해를 구했다. 선수의 안전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족들은 아쉬워도 구단의 뜻을 받아들여 발걸음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여자프로농구는 국내 프로스포츠 가운데 가장 먼저 잔여 일정의 무관중 경기를 선언한 종목이다.

    24일 오후 충남 아산 이순신체육관에서 열린 아산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의 정규리그 맞대결은 관중없이 진행된 네 번째 경기다.

    양팀 선수들은 구단과 연맹 관계자들만이 지켜보는 가운데 고요한 코트 위에서 몸을 풀었다. 무관중 경기가 처음인 우리은행 선수들은 관중석에 아무도 없는 경기장의 분위기가 낯선 듯 보였다.

    반면, 이미 무관중 경기를 경험한 하나은행 선수들은 상대적으로 조금은 더 차분해보였다.

    하나은행 가드 김지영은 첫 무관중 경기를 치른 소감을 묻는 질문에 "너무 삭막했다. 팀이 분위기를 탈 때 팬 분들이 환호해주시면 한발 더 뛰고 했는데 그런 부분이 없어 조금 힘들었다"며 "다시 한번 농구 팬 분들의 소중함을 깨달았다"고 답했다.

    하나은행의 베테랑 고아라 역시 "팬 분들의 함성 때문에 힘이 났는데 무관중 경기를 해보니 평소보다 신이 덜 났던 것 같다"며 "그래도 지금 상황이 너무 심각하니까 이게 맞다고 생각한다. 아쉽기는 하지만 여자농구와 팬들의 안전을 위해 잘한 것 같다"고 말했다.

    경기가 시작됐다. 분위기는 평소와 많이 달랐다. "집중해"라고 외치는 양팀 사령탑의 목소리가 경기장 안에 쩌렁쩌렁 울려퍼졌다.

    24일 충남 아산 이순신체육관에서 열린 여자프로농구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의 경기에서 레이업을 시도하는 하나은행 김단비. 본부석에 앉은 관계자 다수는 마스크를 착용한 채 경기를 운영했다 (사진=WKBL 제공)

     



    우리은행의 간판 박혜진은 "감독님의 목소리가 너무 잘 들렸다. 안 좋은 얘기는 안 듣고 싶었는데"라는 농담을 하며 웃었다.

    선수들의 분위기도 사뭇 달랐다. 박혜진이 3점슛을 넣었을 때도, 김지영이 수비 벽을 뚫고 골밑슛을 터뜨렸을 때도 코트는 변함없이 고요했다. 무관중 경기 속에서 가장 달라진 풍경 중 하나는 선수들의 세리머니가 크게 줄었다는 것이다.

    박혜진은 "약간 썰렁한 느낌이었다. 프로스포츠는 팬들을 위해 존재하는데 여건이 안되니까 TV로 시청하는 팬들을 위해서라도 최선을 다해야겠다"며 "농구 팬의 빈 자리가 크게 느껴졌다. 하루빨리 상황이 좋아지면 좋겠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많은 사람이 밀집하는 실내 스포츠 종목의 특성상 코로나19 확산 우려에 따른 무관중 경기는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더 나아가 WKBL과 구단은 선수의 안전에도 각별한 신경을 쓰고 있다.

    각 구단은 홈 경기장 출입구를 단일화하고 선수단과 관계자 모두 열 체크와 문진표 작성 절차를 거쳐야만 입장이 가능하도록 조치했다. 또 마스크 착용과 손 씻기 등 감염을 예방할 수 있는 행동이 습관화될 수 있도록 선수들에게 강조하고 있다.

    우리은행 구단 관계자는 "(경기와 훈련이 없는 날) 선수들의 외부 활동을 막을 수는 없다. 다만 선수의 감염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 사전에 동선을 이야기해달라고 부탁하고 있고 최대한 이해를 구하고 있다. 선수들도 심각성을 알고 있어 그런 부분을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만약 선수 가운데 감염자가 발생할 경우 시즌이 일시 중단되거나 더 나아가 조기 종료될 수도 있다. 이는 최근 무관중 경기를 선언한 남녀프로배구와 아예 시즌 개막 일정을 뒤로 미룬 K리그1 등 국내 프로스포츠 종목들이 공통적으로 걱정하고 있는 부분이다.

    이훈재 하나은행 감독은 "뉴스로 보는 것과 주변에서 벌어지는 일을 보는 것은 느낌이 많이 다르다. (무관중 경기를 통해) 문제의 심각성을 더 느낀다"며 "선수단 누구 한명이라도 걸린다면 리그 전체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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