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배너 닫기

노컷뉴스

[칼럼] '코로나 님비', '중국인 혐오'…이건 아니다

  • 0
  • 0
  • 폰트사이즈

사설/시론/칼럼

    [칼럼] '코로나 님비', '중국인 혐오'…이건 아니다

    • 0
    • 폰트사이즈

    [김진오 칼럼]

    코로나바이러스는 '포비아' 수준
    '코로나 님비'? 아산시장 거부 이유는 궁색

    정부 처지는 사면초가
    미국처럼 공군기지창에 격리시켰다간…

    중국인 혐오는 비이성적 반인간적

    (그래픽=김성기 PD)

     

    지하철이나 식당 등 대중이 모이는 곳에서 기침을 하면 얼굴을 돌리거나 자리를 뜰 수 있다. 자신의 건강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방어책이다.

    작금에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고 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이 통제되지 않고 확산 일로에 있는 만큼 당연한 반응이랄 수 있다.

    출퇴근 시간 지하철 승객들의 70~80%가량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다. 초미세먼지가 최악인 날 때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는 '포비아' 수준이다.

    그래도 아닌 것은 아닌 것이 있다. 다름 아닌 중국 우한에 거주하는 동포들을 난민 취급을 하면서 우리 동네에 수용해선 안 된다는 '코로나 님비' 현상이다.

    당초 우한 동포들의 수용 장소를 충남 천안에서 아산과 충북 진천으로 옮긴 정부를 성토한 것까지야 그럴 수 있다지만 트랙터와 콤바인 등을 동원해 아산시 경찰 인재개발원과 진천군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을 막는 것은 도가 지나치다.

    30일 오후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 앞에서 아산시민들이 중국 우한 교민 격리수용에 반대하는 내용의 팻말을 들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두 국가 시설과 가까운 주민들은 "절대 수용 불가"를 외치며 농성을 벌이는가 하면 김강립 보건복지부 차관을 막아 김 차관이 경찰의 호위를 받으며 빠져나갔다.

    국민이 우한에 갇혀있다시피 한 교민들을 국내로 데려오라고 할 때는 언제고, 우리 지역엔 오지 말라고 집단 행동을 한 것을 어떻게 봐야 할까?

    특히 지자체장들과 국회의원까지 나서 "입지가 적절치 않다"며 결사 항전할 태세다. 사실 경찰인재개발원과 진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은 주민 밀집 지역과 떨어진 산속에 있거나 외진 지역에 건물만 덩그러니 있는 외톨이나 다름없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사람 대 사람 간 접촉으로 감염되는 전염성이 강하다지만 공기를 통해 감염됐다는 보고는 없고, 바이러스의 특성상 공기로 전염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한다.

    오세현 아산시장(사진=연합뉴스)

     

    오세현 아산시장은 "인근의 신정호 등 관광지와 아파트 단지가 있어 격리시설로는 입지가 적절치 않다"고 반대했다. 반대 명분치고는 궁색하다.

    표를 먹고 사는 선출직 시장이라고 해도 국가적 재난이 될 수 있는 바이러스를 대처함에 있어 중심을 잡아야 할 책임이 있는 공직자다. 중앙 정부로부터 지원받는 세금으로 아산시의 재정을 유지하는 공직자의 자세에 대한 고민을 엿볼 수 없다.

    주민은 반대할 수 있더라도 고위직 공직자는 주민들에 동조하기에 앞서 국가와 지자체의 역할이 무엇인지를 먼저 헤아려야 하지 않을까.

    심지어 지역 선정을 놓고 정치 논리까지 개입했다. 여당 국회의원과 단체장이 아닌 지역을 선정했다는 것이다.

    개연성이 있더라도 수도권과 가까운 지역의 정부 시설을 선정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감안하지 않고 정치논리를 들이대 비약시키는 건 못된 정치인들의 습성과 별반 다르지 않다.

    생사의 두려움에 떨고 있는 교민들을 아무런 숙박시설도, 의료기관도 없는 무인도에 내팽개치라는 요구와 같다. 그들은 감염증 난민도 아니고 천덕꾸러기는 더더욱 아니다.

    우린 누구나, 내 아들·딸이 바이러스성 독감에 걸릴 수도 있고 수용시설에 격리될 수 있다. 그런 상황에 직면한 부모의 심정을 한 번쯤 헤아려보면 어떨까.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3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대책 관련 브리핑에서 우한 교민 지원, 임시생활시설 운영 계획 등을 발표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강경화 외교부장관은 30일 "아직까지는 우리 교민 중에 확진자가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며 "귀국 희망 교민 중에서도 확진자나 유증상자는 없는 것으로 파악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정부의 처지는 사면초가다. '중국인 입국 금지' 여론이 심화되는 것도 버거운데 우한 교민 격리 장소까지 난관에 부닥쳐 오도 가도 못하는 신세가 되고 있다. 정부 예산으로 해결하는 방법도 있으나 그렇게 해선 안 된다. 설득할 수 있는데까지 설득해야한다.

    일본은 호텔에 대기시키고 미국은 우한 미국인 201명을 공군기지 창고에 3일간 격리시키기로 했다. 우리 정부가 그렇게 했다간 더 큰 화를 부를 것이다.

    또 국내에 들어와 있는 중국인과 중국 동포들에 대한 혐오는 일종의 죄를 짓는 일이다. 중국 동포들은 대부분 일제의 만행과 궁핍함을 피해 만주로 갔던 선조들의 후손들이다. 이들의 집단 거주지인 대림동은 현재 된서리를 맞고 있다.

    2월이 되면 중국인 유학생 7만여 명이 개강을 앞두고 한국으로 돌아온다. 일부 대학들은 입국 뒤 2주간 등교 자제 등을 권고하려 하고 있지만 자칫 중국 유학생들에 대한 '차별'이 문제가 될 수 있다. 더욱이 중국인 사절이라는 식당들까지 등장했다.

    서울의 한 음식점 입구에 중국인 출입금지 안내문이 붙어 있다.(사진=박종민 기자)

     

    중국인 혐오는 합리적이지도 이성적이지도 인간적이지도 않다. 인간의 罪性(죄성) 중 하나인 차별과 외국인 혐오(제노포비아) 의식이 코로나바이러스를 막는다는 이유로 고개를 내미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중국인이라고 무조건 백안시하는 건 지푸라기를 잡으려는 손을 뿌리치는 것이다. '역지사지'란, 고사성어에서나 나오는 게 아니다.

    이런 땐 기독교를 비롯한 종교인들이 나서야 한다.

    말구유로 오셨다가 십자가로 돌아가신 예수님의 사랑과 관용, 배려…

    예수님은 말한다. "너를 고발하여 속옷을 가지고자 하는 자에게 겉옷까지도 가져가게 하라."

    이 시각 주요뉴스


    실시간 랭킹 뉴스

    노컷영상

    노컷포토

    오늘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