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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중국인 와도, 안와도 걱정"…관광명소 이대앞 '울상'



사건/사고

    [르포]"중국인 와도, 안와도 걱정"…관광명소 이대앞 '울상'

    평소 대비 한산한 학교…"ECC 근처 10여 명의 관광객이 전부"
    학생들 "학생 안전 위해 관광객 제한 조치도 고려해야"
    상인들 "외국인 관광객이 오면 '불안', 안오면 '매출 하락'"

    29일 오후 한산한 이화캠퍼스복합단지(ECC)의 모습 (사진=차민지 기자)

     

    "우한 폐렴이 기승이라니 아무래도 좀 걱정이 됩니다. 스스로도 보호하고, 남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서 마스크를 썼습니다"(중국인 관광객 Xing(28)씨)

    29일 오후 2시쯤, 중국인 관광객들의 '필수 방문지'로 자리 잡은 이화여대는 한산한 모습이었다. 추운 날씨와 함께 우한 폐렴이라 불리는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가 기승을 부리면서 관광객 수 자체가 줄어버린 탓이다.

    '사진 명소'로 소문이 난 이화캠퍼스복합단지(ECC) 근처마저 10여 명의 관광객이 전부였다. 이마저도 대부분의 관광객이 하얀색, 파랑색, 검정색 등 색색의 마스크를 썼다.

    이날 캠퍼스를 찾은 관광객들은 대개 밝은 표정이었지만, 마음 한 켠의 걱정까지 숨기지는 못했다.

    한국 여행 6일째를 맞았다는 중국인 관광객 Ling(27)씨는 "우한 폐렴이 심각하다고 하니 가족들이 조금은 걱정된다"며 "중국인 혐오 이야기가 나오는데 다행히 한국 여행을 하면서 적대적으로 대하는 사람들은 만나지 못했다"고 가슴을 쓸었다. 그 역시 파란색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필리핀 관광객 Queenie(26)씨는 "한국 소식을 듣고 혹시 몰라 손 세정제와 마스크 등 '응급 키트'를 챙겨왔다"며 "사람과 사람 사이 감염이 된다고 하니 사람이 많은 곳은 피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관광객 수가 줄어들었다고 해도 이들을 바라보는 재학생들의 표정은 밝지만은 못했다. 취업과 개강준비로 분주한 학생들은 우한 폐렴이 기승을 부리는 당분간만이라도 관광객들의 출입을 제한해줬으면 좋겠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교정에서 만난 이화여대 재학생 정모(22)씨는 "학교에서 인턴 중인데 매일 관광객들이 모여있는 곳을 지나와야 해 불안하다"며 "(관광객 수가 줄었다고 해도) 전염이 되는 문제고 잠복기도 길다고 하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외국인 혐오를 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 안전 차원에서 학교가 대책을 세워줬으면 좋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검은색 마스크를 쓴 또 다른 재학생 이모(21)씨도 "ECC나 서점 등 학교에 중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아오다 보니 걱정이 된다"며 "학생이 학교를 빠질 수는 없는데 이러다가 개강을 미뤄야 하는 것 아니냐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중국인 관광객'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주변 상인들은 "관광객이 와도 걱정, 안 와도 걱정"이라며 울상을 지었다.

    이화여대 앞 거리에서 양말 가게를 운영 중인 장모(53)씨는 "아무래도 외국인 손님들이 오면 신경은 쓰인다"면서도 "아예 외국인 손님이 안 오면 매출이 떨어지니 더 문제"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현재 이화여대 앞 상점들의 매출 대부분은 중국인, 필리핀인, 일본인, 태국인 등 외국인이 채워주고 있다는 것이 장씨의 설명이다.

    맞은 편에서 3년째 옷 가게를 하는 50대 이모씨도 "우한 폐렴이 3~4월이 절정을 찍고, 5월까지 이어진다는데 그러면 장사는 끝"라며 "우리는 서비스직이라 마스크도 못 쓴다"고 걱정을 내비쳤다.

    한편 이화여대는 28일 언어교육원의 외국인 수강 대상 교과목을 잠정 휴강 처리하기로 결정했다. 동시에 중국인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진행됐던 '단체 캠퍼스 투어' 역시 당분간 모두 취소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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