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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성마저 무너진 세상, 진짜 괴물은 누구인가…'웃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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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전시

    스페셜 노컷 리뷰

    인간성마저 무너진 세상, 진짜 괴물은 누구인가…'웃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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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뷰] 뮤지컬 '웃는 남자'

    (사진=뮤지컬 '웃는 남자' 공연 모습 (사진=EMK뮤지컬컴퍼니 제공)
    "부자들의 낙원은 가난한 자의 지옥으로 세워져" - 뮤지컬 '웃는 남자' 中

    오랜 인류의 역사를 되짚어보면, 다수인 평민은 늘 소수인 귀족들의 착취 대상이 돼 왔다.

    이런 상황은 민주주의가 꽃피고 국민이 주권을 갖게 된 이후 많은 부분 사라졌지만, 일부는 '갑질'과 같은 형태로 진화하며 여전히 우리 사회에 암약하고 있다.

    가진 자는 더 갖기 위해 권력을, 사람을 이용하고 갖지 못한 자는 살기 위해 몸부림치는 현실은 정도만 다를 뿐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뮤지컬 '웃는 남자'는 이러한 현상을 꼬집는 데 주력한다. 더 나아가 작품의 배경이 되는 17세기 영국을 배경으로 인간성이 무너진 세태를 비판하고 인간의 존엄성과 평등의 가치를 깊이 조망한다.

    (사진=뮤지컬 '웃는 남자' 공연 모습 (사진=EMK뮤지컬컴퍼니 제공)
    지난 9일 개막한 뮤지컬 '웃는 남자'는 프랑스의 대문호 빅토르 위고(Victor Hugo)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작품이다.

    빅토르 위고는 이 소설을 통해 당시 기형의 신체를 가진 아이를 수집, 애완동물처럼 데리고 다니는 귀족들을 고발하고 복종을 선택하는 서민들의 무기력함을 통렬하게 비판했다.

    작품은 당시 영국에 실재했던 인신매매단 '콤프라치코스'에 의해 기형적인 웃는 모습으로 입이 찢어진 '그윈플렌'의 여정을 따라 서사가 진행된다.

    한겨울 눈밭에 홀로 버려진 어린 그윈플렌은 동사한 어머니 품에서 죽어가던 '데아'를 구출해 길을 걷다 떠돌이 약장수 '우르수스'를 만난다.

    평소 인간을 혐오하는 우르수스는 섬뜩한 얼굴을 가진 그윈플렌과 눈이 먼 데아를 거두기로 결심하고, 이들은 가족이 돼 살아간다.

    세 사람은 그윈플렌과 데아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유랑극단에서 공연을 펼치며 생계를 꾸려가고 그윈플렌은 기괴한 미소 덕분에 유명한 광대가 된다.

    우연한 계기로 이 공연을 본 '앤' 여왕의 이복동생 '조시아나' 여 공작은 그윈플렌의 매력에 푹 빠져 그를 갖고자 하고, 유혹을 겨우 떨쳐낸 그윈플렌은 행복한 삶에 대한 기대와 희망에 마음이 흔들린다.

    그러던 중 그는 '눈물의 성'이라는 악명 높은 고문소로 끌려가게 되고 그곳에서 생각지도 못한 출생의 비밀을 알게 된다.

    이후 그윈플렌은 탐욕스러운 하인 '페드로'의 술책으로 가난했던 하층민에서 '상위 1%' 공작으로 신분 상승을 이루고 호화로운 삶을 영위한다.

    가족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며 가난했던 삶을 상기한 그윈플렌은 자신이 가진 권력을 이용해 빈민들의 삶을 바꾸고자 결심한다. 하지만 그는 비참한 세상은 안중에도 없고 자신의 배만 불리기에 열중하는 괴물 같은 귀족들의 모습만 목도한다.

    그윈플렌은 결국 변하지 않을 상류사회에 대한 환멸을 느끼며 강렬한 외침으로 일갈한 뒤 그가 있을 곳으로 돌아간다.

    (사진=뮤지컬 '웃는 남자' 공연 모습 (사진=EMK뮤지컬컴퍼니 제공)
    뮤지컬 '웃는 남자'는 한국 창작 뮤지컬의 자부심이라 할 만큼 잘 만들어진 작품이다. 화려한 무대장치는 물론이고 수준급 무대 예술과 영상미는 라이선스 대작 뮤지컬에 못지않게 제대로 구현됐다. 지난 2018년 초연 당시 빈약했던 점으로 지적된 스토리 전개 역시 이번 재연에서 긍정적으로 수정돼 작품의 완성도를 높였다.

    또한 바이올린 연주자가 배우로서 무대에 올라 장면의 시작이나 배경 연주를 담당해 분위기를 이끌어 가는 점이나 아름다운 춤을 선보이다 무대 속 지형지물로 변하는 앙상블의 모습 등은 상당히 이채롭다.

    작품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 역시 잘 살렸다는 느낌이 든다. 상류층인 귀족을 표현하는 장면에서는 전작보다 더욱 다양한 풍자의 연출로 비판의 색채를 가미했다. 이 같은 요소는 작품의 절정이라 할 수 있는 넘버 '그 눈을 떠'(Open your eyes)와 '웃는 남자'(The man who laughs)에 이르러 관객들에게 진한 희열의 감정을 남긴다.

    작품은 또 넘버 '눈물은 강물에'(Drown your tears)를 통해 비극 속에서도 꿋꿋하게 버텨내자는 위로와 내일에 대한 희망의 메시지도 전한다.

    변화하는 캐릭터의 서사 역시 뚜렷하게 남는다. 주인공인 그윈플렌은 1막에서 하층민인 광대의 순수하고 가벼운 외향적인 모습이 주로 그려지는데, 2막에서는 희망이 절망으로 변하는 내면의 심리가 부각된다.

    우르수스 역시 사람을 혐오하는 모습에서 가슴으로 낳은 자식인 그윈플렌과 데아를 보듬으며 변화된 모습을 보여준다. 그 속에서 따뜻한 가족애의 감정도 애잔하게 드러난다.

    (사진=뮤지컬 '웃는 남자' 공연 모습 (사진=EMK뮤지컬컴퍼니 제공)
    다만, 앞선 두 인물의 이야기가 워낙 강렬하기 때문에 데아와 조시아나 여 공작의 서사는 비중에 비해 빈약하게 느껴진다. 더불어 상류 사회에 대한 통렬한 비판의 메시지는 잘 드러냈지만, 가족의 사랑 이야기와 맞물려 다소 희석된 느낌을 주기도 한다.

    그럼에도 작품은 시대를 초월하는 빈부의 문제에 대해 확실한 질문으로 곱씹을 거리를 전한다. 그러면서 현재까지도 변하지 않은 혹은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소수의 그들과 순응하고 침묵하는 다수의 이들에게 '비극'이라는 주제를 통한 깊은 울림을 선사한다.

    뮤지컬 '웃는 남자'는 3월 1일까지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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