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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빈자리가 커보이는 박영선·김현미·유은혜 불출마



칼럼

    [칼럼] 빈자리가 커보이는 박영선·김현미·유은혜 불출마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3일 오전 국회에서 제21대 총선 불출마 선언에 나선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 함께 기념촬영하고 있다.(사진=윤창원 기자)

     

    2020년 1월 3일은 대한민국 정당사, 특히 여당인 민주당사에 길이 남을 것으로 예상된다.

    여성 정치인을 대표하는 여성 의원 3명이 한꺼번에 21대(4월 15일)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장관과 김현미 국토교통부장관, 유은혜 교육부장관이 3일 오전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위해 총선 출마를 접겠다고 밝혔다.

    현직 장관이 총선에 출마하지 않는다는 게 대수로운 일이냐고 할 수 있으나 관료 출신이 아닌 국회의원들이 지역구 출마를 포기한다는 것은 대충 결정할 일이 아니다.

    세 장관 모두 회한이 복받친 듯 울먹이면서, 또는 억지로 울음을 삭히면서 불출마의 변을 밝히는 모습에서 출마와 불출마를 놓고 고심이 상당했음을 엿볼 수 있었다.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3일 오전 국회에서 제21대 총선 불출마 선언한 뒤 생각에 잠겨 있다.(사진=윤창원 기자)

     

    ◇박영선 장관의 경우 4선쯤에서 접는 문제를 놓고 일찍이 고민해온 터라 아쉬움이 좀 덜할 수 있었겠지만 김현미, 유은혜 장관은 일산에 대한 남다른 애착이 강하고 각각 4선, 3선 국회의원으로의 도약의 발판을 스스로 걷어찬다는 게 쉽지 않았다고 한다.

    박 장관은 장관들 가운데 가장 즐겁게 장관직을 수행하는 각료로 보인다.

    “중소벤처부장관이 체질 같다”고 말한 박 장관은 대전으로, 판교로, 인천으로,구로로, 광화문으로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한다.

    그런 만큼 불출마에 대한 미련이 가장 적을 것이다.

    산업자원부 고위직 공무원들이 가장 부담스러워하는 장관이 박영선 장관이라고 한다.

    반면 중소기업벤처부 공무원들은 부의 위상이 크게 올라갔다며 환호작약한다고 한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3일 오전 국회에서 제21대 총선 불출마 선언하고 있다.(사진=윤창원 기자)

     

    ◇치솟는 집값을 잡겠다는 발표를 할 때는 바늘로 찔러도 피도 안 나올 것처럼 강해보였던 김현미 장관은 이날 울먹이기까지 했다.

    김현미 장관은 “정치인으로서 지역구를 포기한다는 건 매우 어려운 결정이었다. 이제 이 지역구 (공천에) 대한 것은 당에 맡기겠다”며 “저는 내각의 일원으로서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위해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김대중 (DJ) 야당 총재 시절 입당해 민주당에서 온갖 궂은일을 도맡아 했다.

    당보 편집장과 부대변인, 대변인 등을 맡으며 DJ와 민주당에 대한 언론의 비판적 보도가 나오기만 하면 기자들과 때론 언쟁을 하기도 했고, 때론 ‘한 번만 봐 달라’고 통사정을 하며 정치인으로서의 역량을 키웠다.

    김 장관은 주군으로 모셨던 DJ로부터는 정작 발탁되지 못하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함께 청와대 정무비서관으로 들어가 입지를 다졌다.

    그리고 2004년 열린우리당 창당에 참여해 비례대표 의원으로 여의도에 입성한 뒤 2008년 18대 총선거에서는 이명박 정권의 돌풍에 휘말려 낙선의 고배를 마셨다.

    당시 김 장관의 삶은 경제적으로도 부모 역할로서도 상당히 힘들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2012년 19대 국회의원과 2016년 20대 국회의원으로 우뚝 서 문재인 정권에서 국토교통부장관을 맡고 있지만 초심을 잃지 않은, 아니 지난 1990년대 중반 민주당 입문 때부터 지금까지 가장 변하지 않은 정치인 가운데 한 명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공정과 평등을 국정 운영의 기조로 삼고 있는 문재인 정부에서 서울의 집값이 폭등한 것에 대해 미안함과 씁쓸함을 동시에 간직한 김 장관이 지역구인 일산(고양정)에서는 인기가 별로인 것도 사실이다.

    일산 주민들에게 ‘김현미 장관 4월 총선에서 당선될 것 같으냐’고 물어보면 “아마 안 될 것”이라는 대답이 가차 없이 돌아온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일산이 지난 1993년 동시에 신도시로 개발한 분당에 비해 집값이 턱없이 낮은 것은 김 장관의 책임이라기보다는 일자리가 별로 없는 베드타운성 도시인데다 서울 강남과 너무 멀고 교통여건이 분당보다 못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김 장관은 일산 지역 집값 정체의 덤터기를 쓰고 있는 것이다.

    그는 이날 일산 서구 주민을 생각하며 눈시울을 붉혔으나 장관을 마친 이후에 일산으로 돌아가지 못할지도 모른다.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성동으로 가지 못하고 은평으로 갔다가 경선에서 고배를 마신 예도 있다.

    정치인이 지역구를 다른 사람에게 넘겨주면 그 주인은 후임자가 되는 경우가 허다했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3일 오전 국회에서 제21대 총선 불출마 선언하고 있다.(사진=윤창원 기자)

     

    ◇마지막까지 총선 출마를 고민했던 유은혜 장관도 “불출마 자체가 큰 고민이었고, 결정하는 과정에 큰 용기가 필요했던 것도 사실”이라고 고백했다.

    발표 시작 땐 담담하던 유 장관은 “김현미 장관과 함께 일산...”하면서 좀 이상하더니 끝까지 울음을 참아냈다.

    “문재인 정부의 첫 번째 여성 사회부총리이자 교육부 장관으로 제 쓰임이 다할 때까지 최선을 다하고자 한다”며 각오를 밝히는 대목에서는 더욱 그랬다.

    유은혜장관은 김현미 장관이 문재인 정부의 초대 국토교통부장관으로 등극했을 때도 “박영선 선배가 장관을 해야 한다”며 “자신은 장관직을 희망하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총리로 지명됐을 때 “나도 모르게 부름을 받았다”고 말했다.

    김현미 장관이 DJ를 모시며 정치를 배웠다면 유은혜 장관은 김근태 전 열린우리당 대표(GT) 밑에서 민주화운동을 하며 동고동락했다.

    김 전 대표가 하늘나라로 갔을 때 상주처럼 행동했으며 김 전 대표의 자녀가 결혼했을 때는 자신의 자녀 결혼처럼 인재근 전 의원(김 전 대표 부인)을 도왔다.

    지금도 김근태 전 대표를 가장 존경하는 분이라고 말할 정도로 영원한 GT맨이다.

    “김 전 대표에게서 품격을 배웠다”는 유 장관은 3선에 대한 염원이 아주 컸기 때문에 오늘은 잊을 수 없는 날일 것이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3일 오전 국회에서 제21대 총선 불출마 선언한 뒤 퇴장하고 있다.(사진=윤창원 기자)

     

    ◇이들 세 여성 의원이 빠진 빈자리를 메우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특히 민주당에 고양 벨트는 더없이 중요한 요충지로서 4석을 석권해야 본전인 곳이다.

    이해찬 대표도 이를 우려한 듯 “진영 행안부장관을 포함해 4분이 그만두니 그 자리를 어느 분으로 대신할지 걱정도 든다”고 말했다.

    물론 전현 청와대 비서관과 판사 출신을 영입해 꽂는다는 얘기가 회자되지만 박영선·김현미·유은혜 의원의 빈자리가 크게 보일 것이다.

    지난 2004년 18대 총선부터 21대 선거해인 지금까지 16년 동안 우리 정치권에서 그래도 때론 독하게 때론 품위 있게 의정활동을 한 여성의원들을 고르라고 하면 박영선, 김현미, 유은혜 의원은 열 손가락 안에 꼽힐 가능성이 크다.

    박영선 장관이 지난 대선 때 문재인 후보 측과 각을 세우려하자 친문 인사들이 문 후보 면전에서 박 의원을 버리자고 한 적이 있었다.

    이를 듣고 있던 문 후보가 “이명박·박근혜 정권 시절 박영선 의원만큼 검찰과 삼성문제를 집요하게 파고든 의원이 누가 있습니까”라며 “박 의원만한 의원이 없다”고 거듭 변호했다고 한다.

    김현미 장관은 문 대통령이 당 대표시절 비서실장을 맡아 이런저런 직언과 정치적 조언을 많이 해 문 대통령의 심중에 아주 좋은 인상을 심어줬다.

    유 장관 역시 문 대통령이 후보 시절부터 당선되면 장관에 기용하겠다는 다짐을 하게 만든 인물로 알려졌다.

    세 여성 장관 모두 문재인 민주당 대표와 후보 시절에 평가를 받았으며 그게 장관 기용으로 이어졌고, 결국 총선 불출마로 연결됐다.

    김현미 장관은 대통령과 5년 임기를 같이 할 공산이 아주 크다.

    이제 세 명의 여성 장관들에겐 ‘문재인의 사람’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닐 것이고 세간의 ‘문빠’ 그룹에 속할 것이다.

    이에 장관직 수행이라는 정치적 자산을 한데 엮을 수 있다면, 이들의 앞날을 짐작은 할지언정 예단은 이르다.

    2022년 서울시장과 경기도지사 선거, 21대 수도권 재보궐 선거에 구원투수로 등판할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다.

    문재인 정부의 성공 여부에 따라 이들의 정치적 운명이 달라질 것이다.

    21대 총선 불출마의 울먹임, 먹먹함, 회한이 어떤 시나리오를 만들어낼지 자못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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