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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장바꾼 외교부 '보수단체 지원' 공익법인 유지키로



사건/사고

    입장바꾼 외교부 '보수단체 지원' 공익법인 유지키로

    개도국 지원 사업하는 공익법인이 보수단체에 사무실 무상임대
    외교부 "'보수단체 지원' 의혹만으론 법인 취소 어려워"

    (사진=이한형 기자)

     

    외교부가 보수단체 지원 논란에 휩싸인 부처 소관 공익법인을 그대로 유지하기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파악됐다.

    외교부 측은 이 법인에 '셀프 시정 방안'을 마련하라고 조치를 떠넘기는 한편, 이번 논란을 ‘법적 구속력이 없는 정관을 위반한 건’이라고 일축하면서 소극적 대응을 이어가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외교부는 지난달 11일 보수단체 지원 의혹이 제기된 양포재단의 법인 등록 취소를 논의하기 위한 청문회를 열었다. 의혹이 불거진 지 3개월 만에 열린 청문회로, 10월 30일로 예정됐었지만 이마저도 재단의 요청을 받아들여 한 차례 연기돼 열린 것이다.

    외교부는 과장급 간부들과 법인 관리부서 담당자, 재단 대표가 참석한 이 청문회에서 양포재단의 설립 허가 취소를 보류했다. 아울러 6주간의 시정기간을 주고 '법인 정상화 계획'을 제출하도록 했다. 사실상 재단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고 해결책은 자체적으로 만들어 오라고 한 것이다. 외교부 관계자는 "보수단체 지원 의혹만으로는 법인 취소가 어렵다"고 입장을 밝혔다.

    양포재단은 청문회 과정에서 "지원했던 포럼이 보수단체인지 지난해에야 알았다"며 "여러 가능성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법인의 설립 목적과) 관련된 활동을 해왔지만, 외부에서 봤을 때 충분하지 않았던 것 같다"고 소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의 이번 조치는 그간 이어진 현장점검 결과와는 다소 배치되는 결정이다.

    외교부가 청문회 직전 재단에 보낸 통지문에는 "우리부 사무검사 결과 귀 법인의 사업내용이 당초 수익사업 승인 조건 및 설립허가 조건과 부합하지 않는 측면이 많은 것으로 파악됐다"며 "법령에 의거해 청문 실시 후 귀 법인에 대한 설립허가를 취소할 예정"이라고 적시됐다.

    결과적으로 외교부는 재단 활동에 허가를 취소할 만한 문제가 있다는 점을 파악했음에도 별다른 징계 없이 청문회와 '셀프 개혁안 제출 조치'만으로 상황을 매듭지은 모양새가 됐다.

    이에 외교부 관계자는 '관례'를 참고한 결정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이 관계자는 "서울시의 (비영리법인 관련) 조치를 참고했는데, 법인에 문제가 있어도 설립 허가가 취소되는 경우는 거의 없는 것으로 파악했다"고 밝혔다. 이번 사안을 원칙대로 처리한 게 맞는지 물음표가 붙는 대목이다.

    논란이 된 양포재단은 개발도상국 등 후진국 지역 국민들의 삶의 질을 높인다는 목적으로 2007년 6월 외교부 허가를 받아 설립된 공익법인이다.

    외교부가 정한 정관례 9조를 보면, 법인은 특정 정당이나 선출직 후보를 지지, 지원하는 등 정치 활동을 할 수 없다. 이는 재단의 정치적 중립을 지키기 위한 조항이다.

    그러나 앞선 CBS 취재 결과 재단은 설립 목적과 다르게 보수 성향의 서울대생 모임인 '트루스포럼'을 지속적으로 지원한 정황이 나왔다.

    트루스포럼은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반대하며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으며, 박 전 대통령 파면 후에는 탄핵 무효 주장을 이어간 모임이다. 재단은 소유 건물에 트루스포럼 사무실을 1년 동안 무상임대해 준 것으로 확인됐다.

    재단은 지난 8월 보수 논객 이강호씨가 쓴 책 <박정희가 옳았다="">를 홍보하는 행사에서 강연장을 무료로 빌려주기도 했다. 이 북콘서트 역시 트루스포럼이 주최한 행사였다.

    이를 두고 설립 근거와 직결되는 정관 위반이라는 지적이 제기되는 데 대해 외교부 관계자는 "정관은 법적 구속력이 없는 하나의 지침일 뿐"이라며 "정치 활동에 대한 정의와 시각도 다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재단이 보수단체를 지원한 것이 '정치 활동'인지 명확히 판단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외교부 측은 다만 "이 문제의 사회적 파장을 인지하고 있다"며 "문제가 시정되지 않으면 2차 청문회를 열 수 있다"고 여지를 남겼다.

    한편 재단은 재정을 부적정하게 운용한 의혹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의혹이 충분히 소명되지 않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며 "재단에 외부 전문가를 통한 회계감사를 실시하라고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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