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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 사각지대' 농어촌민박…안전불감증 '여전'



영동

    '관리 사각지대' 농어촌민박…안전불감증 '여전'

    [강릉펜션참사 1년 ③]
    의무사항인 소화기는 물론 경보기 설치 '미흡'
    연령대 높은 펜션 업주들, 인식 여전히 '낮아'
    '신고제' 운영 농어촌민박…개선 필요성 제기
    시공업계 관련자들 "사고 이후 변한 거 없어"

    ※ 수능을 마친 고등학생 10명이 강릉으로 '우정 여행'을 떠났다가 참변을 당한 지 1년이 다 지나고 있다. 유족과 피해학생 학부모는 여전히 아픔에 눈물 짓고 있다. 강원영동CBS는 강릉펜션참사 1주기를 맞아 농어촌 민박의 관리 실태를 돌아보고, 그동안 우리 사회는 무슨 '교훈'을 얻었는지 짚어보는 연속기획을 마련했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 피해 가족 아픔은 '진행형'…"매일 사진 보며 대화"
    ② 안녕하지 못했던 지난 1년…아이들, 사고 후유증 '고통'
    ③ '관리 사각지대' 농어촌민박…안전불감증 '여전'
    (계속)

    강릉시 강동면 일대에 민박과 펜션 등이 모여 있다. (사진=유선희 기자)

     

    강릉펜션참사의 원인은 가스보일러 배기가스 누출로 인한 일산화탄소 중독이다. 특히 최초 무자격자의 부실 시공에서부터 허술한 점검과 관리 소홀 등이 드러나면서 총체적 부실에 따른 명백한 '인재'로 밝혀졌다.

    사고 이후 농어촌민박의 안전시설 설치·점검에 허점이 제기돼 지자체가 집중단속에 나섰지만, 현장에서의 안전불감증은 여전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5일 취재진은 강릉시 도움을 받아 저동과 연곡면 일대 펜션을 함께 둘러봤다. 그 결과 여전히 각 방에 소화기도 배치해 놓지 않은 데다 경보기 의무설치 여부를 제대로 알지 못하는 업주들이 많았다.

    농어촌민박은 농어촌정비법에 따라 소화기와 화재감지기는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하지만 연곡의 한 펜션은 의무사항인 소화기 설치마저 이행하지 않고 있었다.

    소화기는 복도에 달랑 하나뿐이었다. 방마다 소화기가 있어야 한다는 지자체 권고를 듣고 해당 업주는 되레 "하나씩 있어야 하느냐?"고 되묻는 수준이었다.

    지자체가 점검 후 이행되지 않은 부분을 표시해 펜션 업주에게 전달하고 있다. (사진=유선희 기자)

     

    참사 이후 정부는 일산화탄소경보기와 가스누출경보기 설치를 의무화한다고 밝혔지만, 여전히 많은 업주는 해당 사항을 모르고 있었다. 화재감지기와 가스누출경보기를 구분하지 못하는 업주들도 있는 실정이었다.

    올해 12월 31일이 지나서도 일산화탄소경보기 등을 설치하지 않을 경우 처벌 대상이지만, 아직까지 경보기를 설치하지 않은 곳이 무려 70%나 된다.

    시에 따르면 강릉지역 농어촌민박은 모두 656곳으로, 지난 5일 기준 224곳에 대한 점검이 이뤄졌다. 이중 가스보일러를 사용하는 30곳을 조사한 결과 일산화탄소 경보기 설치는 9곳, 미설치 21곳으로 확인됐다.

    연령대가 높은 업주가 운영하는 펜션은 상황이 더 나쁘다. 그동안 운영해온 방식에서도 별문제가 없었다는 '안일주의'가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강릉시 강동면 일대에서 취재진이 만난 일부 업주들은 "숙박을 하는 관광객들의 발걸음이 점점 뜸해지는 상황에서 경보기 등 설치할 것들이 많아지면서 '규제만 많아진다'는 불만이 높다"며 "시설물 설치를 모두 자비로 부담해야 해 영세한 업주들은 부담을 느끼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LP가스를 사용하는 강릉시 강동면의 한 민박집. (사진=유선희 기자)

     

    실제 취재진이 만난 한 70대 민박 업주는 "일산화탄소경보기를 설치했느냐"는 질문에 "사람이 안 오는데 뭘 설치하라는 게 그렇게 많으냐. 사람만 와봐라, 다 설치하지!"라며 오히려 역정을 냈다.

    강동면 일대는 70여 가구 중 절반이 넘는 40여 가구가 숙박업을 하고 있다. 업주들의 연령대는 대부분 70~80대로, 영세하게 운영하는 곳이 많다.

    공중위생관리법에 근거해 호텔과 모텔, 여관 등을 운영하는 업주들은, 농어촌민박이 '신고제'로 운영돼 상대적으로 진입장벽이 낮은 탓에 안전 부분에서 '관리 사각지대'가 발생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취재진과 만나 "처음부터 안전과 관련해 크게 규제를 받지 않고 운영하던 업주들이 많은 탓에 인식개선에 어려움이 있는 것 같다"며 "농어촌민박도 일반 모텔이나 여관 등이 적용받는 법률 수준을 적용해 '관리 사각지대'를 줄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조심스레 의견을 제시했다.

    강릉시 저동의 한 펜션업주가 지자체 집중점검을 받고 있다. (사진=유선희 기자)

     

    이런 가운데 LP 가스보일러 시공업계 관련자들도 "여전히 무자격자 시공업자들이 많다"고 전해 '안전불감증'은 여전한 것으로 파악된다.

    한국열관리시공협회 송기범 경기도회장은 취재진과 통화에서 "사고 이후 한 달도 아니고 한 보름 정도 신경 쓰는 듯하다 그 이후는 똑같고, 무자격 시공업자들은 여전히 많다"며 "저희는 사법권이 없으니 무자격 시공업자가 설치한 가스보일러를 확인하면 사진 찍고 경찰에 고발하는 정도로, 정부가 제대로 단속을 해줘야 한다"고 일침을 놓았다.

    이어 "강릉펜션 사고는 다 기억하는데, 그게 왜 발생했는지 무엇을 고쳐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모두 다 잊어버린 것 같다"며 "사고를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고 무자격자를 단속하지 않는다면 비슷한 사고는 반복될 것"이라고 착잡한 현실을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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