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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호·태균아, 우리 아름답게 마무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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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호·태균아, 우리 아름답게 마무리하자"

    LG 이적 정근우, 친구 이대호-김태균에 전한 메시지

    '내년이면 벌써 10년...' 정근우는 광저우아시안게임 야구 대표팀에서 이대호(오른쪽), 김태균 등 친구들과 함께 금메달을 합작하는 등 한국 야구의 주축으로 활약했다.(자료사진=한재호 기자)

     

    내년이면 38살, 선수 황혼기에 새로운 팀으로 이적했다. 한때 국가대표 2루수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재간둥이' 정근우가 LG의 줄무늬 유니폼을 입는다.

    정근우는 지난 20일 2019 KBO 2차 드래프트에서 2라운드로 LG에 지명됐다. 전 소속팀 한화가 정근우를 40인 보호선수 명단에서 제외하면서 이적이 성사됐다. 2차 드래프트의 가장 큰 이슈였다.

    그만큼 정근우라는 이름이 주는 무게감이 컸다는 뜻이다. 정근우는 2000년대 중반부터 한국을 대표하는 2루수로 이름을 날렸다. 2007년과 2008년, 2010년 KBO 리그 우승을 이끌며 SK 왕조의 주축으로 활약했다.

    국가대표 테이블 세터로도 명성을 떨쳤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 2015년 프리미어12 우승과 2009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준우승을 이끌었다.

    2005년 KBO 리그 데뷔 후 통산 1675경기 타율 3할3리 120홈런 708타점 1049득점을 기록 중이다. 특히 2006년부터 역대 최장인 11년 연속 20도루 기록(통산 364개)을 갖고 있을 정도로 꾸준히 준족을 자랑했다.

    하지만 정근우도 세월의 무게를 이기진 못했다. 2016년 타율 3할1푼에 득점왕(121개)으로 정점을 찍었던 정근우는 2017년 타율 3할3푼을 기록했으나 이후 부상 등으로 하향세를 보였다. 지난해도 102경기 타율 3할4리를 기록했으나 2루수를 후배 정은원에게 양보하고 외야와 1루 수비를 맡았고, 올해는 아예 중견수로 변신하기도 했다.

    국가대표 2루수로 군림해온 정근우에게는 자존심이 상할 수도 있었다. 그나마 탁월한 야구 센스로 다른 포지션도 소화했으나 편치는 않았던 자리였다. 류중일 LG 감독이 자신을 2루수로 영입한다는 말을 듣고 "눈물이 나더라"고 말한 이유다.

    그런 정근우에게 LG는 어쩌면 마지막 팀일지도 모른다. 정근우는 26일 잠실구장에서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LG에서 인정해준 것 같아 기쁘다"면서 "최선을 다해 마지막을 장식하고 싶다"고 말했다.

    정근우는 26일 잠실구장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친구들과 함께 야구 인생의 멋진 마무리를 하겠다며 각오를 다졌다.(사진=노컷뉴스)

     

    정근우와 똑같은 상황은 아니나 동갑내기 친구들도 비슷한 처지에 있다. 한때 한국 야구를 대표했지만 이른바 '에이징 커브'(aging curve), 노쇠화에 따른 하락 징후가 나타난 선수들이다. 정근우와 함께 2000년 캐나다 애드먼턴 세계청소년선수권 우승 주역이었던 이대호(롯데), 김태균(한화)이다.

    이대호는 올해 135경기 타율 2할8푼5리 16홈런 88타점을 기록했다. 공인구 반발계수 조정에 따른 변수가 있었지만 그래도 살짝 아쉬움이 남는 성적이다. 이대호는 일본과 미국 무대에서 돌아온 2017년 타율 3할2푼 34홈런 111타점에 이어 지난해 타율 3할3푼3리 37홈런 125타점을 올렸다.

    물론 전대미문의 타격 7관왕을 이룬 2010년 전성기를 기대하는 것은 아니다. 당시 이대호는 타율(3할6푼4리), 안타(174개), 홈런(44개), 타점(133개), 득점(99개), 장타율(6할6푼7리), 출루율(4할4푼4리) 1위를 석권했다. 한국은 물론 세계 최장인 9경기 연속 홈런의 괴력을 뽐내기도 했다. 그러나 KBO 리그 최고 몸값(4년 150억 원)과 최하위에 머문 팀 성적을 감안하면 팬들의 실망이 컸다.

    김태균도 올해 127경기 타율 3할5리를 기록했으나 6홈런 62타점에 머물렀다. 본인이 말하듯 대형 거포는 아니나 2008년 홈런왕(31개)에 지난해까지 14년 연속 두 자릿수 홈런을 날렸던 김태균임을 감안하면 아쉬움이 남는 성적이다.

    특히 올해는 팀이 하위권에 머물면서 팀의 상징인 김태균의 책임론이 더 불거졌다. 한화는 지난해 정규리그 3위로 가을야구에 진출했으나 올해는 9위로 떨어졌다. 2015시즌 뒤 4년 84억 원에 계약한 김태균도 책임을 피하기 어려웠다.

    이대호와 김태균 역시 한국 야구의 간판이었다. 이대호도 베이징과 광저우, 프리미어12와 2009년 WBC 멤버였다. 베이징올림픽 일본전 홈런과 프리미어12 일본과 4강전 9회 역전 결승타로 '조선의 4번 타자'로 불린 이대호다. 김태균도 2006년 WBC 4강 신화, 2009년 준우승의 주역이었고, 광저우에서는 친구들과 금메달을 함께 했다.

    메이저리그 텍사스 추신수.(사진=노컷뉴스DB)

     

    리그는 다르나 이들 3인방과 함께 2000년 세계청소년선수권 우승 주역인 동갑내기 친구 추신수(텍사스)도 있다. 추신수는 올해 메이저리그에서 151경기 출전해 타율 2할6푼5리 24홈런 78타점 93득점 OPS 0.826으로 제몫을 해냈다. KBO 리그의 친구들에 비해 베테랑의 건재를 과시한 모양새다.

    이대호와 김태균도 정근우처럼 내년 반등을 노려야 하는 상황이다. 이대호는 4년 계약의 마지막 시즌이고, FA 계약이 끝나 몸값이 적잖게 하락할 전망인 김태균도 명예 회복이 절실하다.

    이런 상황에서 정근우가 친구들에게 건넨 말이 의미심장하다. 정근우는 26일 인터뷰 말미에 이대호, 김태균에 대해 "지금까지 대한민국 야구에 핵심 역할을 했던 선수들인데 (그동안) 잘 해왔고, 열심히 했던 부분들을 끝까지 야구 인생 마지막에서 잘 해서 힘들겠지만 지금까지 해온 것을 아름답게 마감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했다.

    2020년 시즌, 내후년이면 불혹을 바라보는 82년생 동갑내기 트리오의 부활이 이뤄질 수 있을까. (참고로 3인방이 부활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들이 한국 야구의 황금 세대로를 알렸던 지난 2000년 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 우승 기념 사진을 첨부해본다.)

    2000년 캐나다 애드먼턴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한 한국 대표팀 선수들의 모습.(사진=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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