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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섣부른 계산은 금물' 女농구 선수들의 투지가 더 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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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섣부른 계산은 금물' 女농구 선수들의 투지가 더 강했다

    여자농구 대표팀 박지수 (사진=대한민국농구협회 제공)

     


    "이번 대회는 중국과의 승부에 초점을 두기보다 올림픽 최종 예선 출전권을 얻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아무래도 뉴질랜드와의 승부에 중점을 두고 있다"

    2020년 도쿄올림픽 아시아-오세아니아 지역 예선을 앞두고 여자농구 국가대표팀의 이문규 감독이 대한민국농구협회를 통해 남긴 말이다.

    14일부터 17일까지 뉴질랜드에서 진행된 아시아-오세아니아 지역 예선 A조에는 한국을 포함해 중국, 뉴질랜드, 필리핀이 참가했다. 한국은 조 1,2위 팀에게 주어지는 내년 2월 개최되는 올림픽 최종예선 티켓 확보를 목표로 설정했다.

    일본과 아시아 최강을 다투는 중국은 난적이다. 한국은 중국이 1.5군 대표팀을 내보낸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여자농구 결승전 이후 국제대회에서 만리장성을 넘지 못했다.

    약체 필리핀은 A조 출전국들의 1승 목표였다. 이문규 감독은 14일 첫 경기 상대였던 중국전에서 힘을 비축한 뒤 17일 마지막 상대 뉴질랜드를 반드시 잡아 최종예선 티켓을 따내겠다는 계산을 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단기전으로 치러지는 국제대회에서는 섣부른 계산이 자칫 화를 불러 일으킬 수도 있다.

    한국은 예선 첫날 중국을 81대80으로 눌렀다. 박혜진은 4쿼터 막판 스코어를 뒤집는 역전 레이업을 성공해 승리의 주역으로 우뚝 섰다. 선수들의 투지가 대단했다.

    대표팀 선수들이 중국을 상대로 이처럼 힘을 냈던 이유는 지난 9월 여자농구의 아시아컵 참패를 기억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중국전 21득점 활약을 펼친 베테랑 김정은은 "9월 아시아컵은 정말 뛸 수 없는 상황이어서 포기를 했는데 경기를 지켜보면서 마음이 아팠다. 일본에 무기력하게 지는 대표팀을 보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나뿐만 아니라 (아시아컵 당시 아팠던) 다른 부상 선수들도 이런 안타까움이 이번 대회에 임하는 마음가짐을 다르게 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김정은과 박지수, 김한별 등 9월 당시 부상 때문에 아시아컵에 출전하지 못했던 대표팀 선수들은 여자농구 동료 선수들이 일본전 41점차 대패, 중국전 28점차 패배를 당하고 돌아오는 모습을 비통한 심정으로 바라봤다.

    박지수는 114대75로 크게 이긴 필리핀전을 마치고 "중국과 일본에게 크게 지는 것을 보면서 마음이 아팠다. 선수들이 힘들었겠다고 생각했고 개인적으로 미안한 마음이 컸다"고 말했다.

    선수들 사이에서는 반드시 중국을 누르고 여자농구의 자존심을 세우겠다는 의지가 강했다. 대표팀의 의지는 스태프의 계산을 뛰어넘었다.

    이문규 감독은 중국전이 끝나고 "선수들이 더 승부를 걸어봤으면 하는 생각을 은연 중에 나에게 비췄다. 그래서 상당히 곤혹스럽기도 했다"며 "마지막 경기인 뉴질랜드와 승부를 봐야 하는 상황이었지만, 선수들이 단합하여 만든 승리로 본다"고 말했다.

    만약 한국이 중국을 잡지 못했다면? 결과론이지만 올림픽 최종예선 티켓은 멀어졌을지도 모른다.

    한국은 이날 A조 예선 최종전에서 개최국 뉴질랜드에 65대69로 졌다.

    그래도 최종예선 티켓을 확보하는데 성공했다.

    한국은 중국, 뉴질랜드와 함께 나란히 2승1패를 기록했다. 세팀간 득실점 차이에서 -3을 기록한 대표팀은 뉴질랜드에 23점차로 이긴 중국(+22점)에 이어 2위를 차지했고 뉴질랜드(-19점)을 3위로 밀어냈다.

    만약 한국이 뉴질랜드에 12점 이상의 점수차로 패했다면 조 3위로 밀릴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출발은 좋지 않았다. 뉴질랜드는 강력한 몸싸움과 조직력을 앞세워 경기 한때 18점차로 앞서갔다. 한국은 경기 내내 10점차 내외로 끌려갔다. 설상가상 박지수가 3쿼터 막판 부상을 당해 한동안 코트를 밟지 못하는 위기가 찾아왔다.

    박지수는 11점차로 뒤진 4쿼터 종료 5분53초를 남기고 출전을 강행했다. 이후 득점과 수비, 리바운드 능력을 앞세워 대표팀 골밑을 지키는 투혼을 발휘했다.

    대표팀은 박지수가 합류한 이후 뉴질랜드의 득점을 5점으로 묶고 12점을 올렸다. 12점 가운데 박지수가 4점을 기록했고 김정은과 박혜진이 각각 3점슛 1개씩 터뜨렸다. 강이슬은 경기 막판에 얻은 자유투 기회를 2점으로 연결했다.

    승부를 뒤집지는 못했지만 대표팀의 막판 수비 집중력은 뉴질랜드가 이기고도 웃지 못하게끔 만들었다.

    박지수는 28분26초동안 11득점 11리바운드 6어시스트 3블록슛으로 분전했고 강이슬과 김정은은 각각 21득점, 17득점을 올리며 분전했다.

    대표팀은 이날 8명의 선수만을 기용했다. 풀타임을 소화한 김정은을 포함해 4명이 34분 이상 뛰었다. 김한별은 경기 초반에 당한 다리 부상과 파울트러블로 11분50초 출전에 그쳤다. 배혜윤은 9분4초를, 염윤아는 1분47초를 뛰었다.

    이처럼 총력전을 펼쳤음에도 불구하고 뉴질랜드를 잡지는 못했다. 단기전에서 확실한 '1승 타겟'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여자농구의 올림픽 최종예선 진출을 만든 것은 코칭스태프의 계산 때문이 아니다. 강적 중국을 상대로 위축되지 않고 승부를 걸어보겠다고 똘똘 뭉친 선수들의 의지가 만든 결과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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