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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명의 배우가 무대에서 딱 한 번 만난다. 독특한 참신한 스토리 구조가 돋보인다."
28일부터 서울 충무아트홀 블루소극장에서 막이 오른 새로운 형식의 독특한 뮤지컬 ''라스트 파이브 이어스''(The Last 5 Years)는 두 남녀가 엇갈린 시간 축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특이한 구성을 지닌 작품이다.
두 주인공이 무대에서 만나는 것은 결혼식 날 단 한번이다. 젊은 유태인 소설가 제이미와 아일랜드 출신의 배우 캐서린이 만나 사랑에 빠져 결혼하고, 또 이별하는 5년 동안의 과정이 각자의 시선에서 묘사된다.
이번 공연은 지난 2003년 초연 이후 5년만에 재공연되는 것으로 제이미 역에 이건명과 양준모, 캐서린 역에는 배해선과 김아선이 더블캐스트로 나선다. 또 당시 음악감독이었던 박칼린씨가 이번엔 연출자로 나서 음악적인 부분에 특히 공을 많이 들였다.
공연이 열리는 충무아트홀에서 노컷뉴스와 만난 배해선은 "유난히 연극적인 요소가 많다. 각자의 시간이 엇갈리면서 장면이 서로 연결되고 겹치는 등 퍼즐 맞추듯 공연을 즐길 수 있다"며 "스토리를 따라가는 데 익숙한 관객들은 당황스러울 수 있지만, 새롭고 참신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캐시는 헤어진 순간의 아픔부터 제이미를 처음 만날때까지의 5년을, 반대로 제이미는 그녀를 처음 만나는 순간부터 시작한다. 두 주인공은 한 무대에 있지만, 서로 다른 시간대를 연기한다. 때문에 처음부터 끝까지 기쁘고 우울한 노래가 서로 교차하는 등 두 사람의 감정은 딱 한번을 제외하고, 정반대로 흐른다.
배해선은 "주인공이 2명이지만, 공연 특성상 혼자 무대를 이끌어야 한다. 그래서 배우들의 역량이 무엇보다 중요했고, 연습할 때 고생을 좀 많이 했다"며 "더욱이 캐시는 헤어진 순간부터 역순으로 시간이 흐르기 때문에 감정을 이어가기 힘들었다"고 밝혔다.
이어 "무대 전환도 해야하고, 노래, 연기 등 해야할 게 많아 바쁘다. 그래도 힘들면 힘들수록 도전정신이 생기고, 의욕을 불러일으킨다"고 웃음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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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역행하기 때문에 더 젊어져야 하는 것도 어렵단다. 이 작품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시간''이다. 시간에 대해 끊임없이 이야기하고, 중요성을 자연스럽게 전해준다. 올해를 마감하고 내년을 시작하는 이 시기에 딱 맞아 떨어지는 작품이란다.
또 독특한 구성과 달리 보편적인 이야기는 관객들 개개인과 동일시화되면서 자신을 되돌아보게 만든다.
"자신의 기억을 되돌아 보고, 자꾸 끄집어내는 것이 이 작품의 매력이다. 때문에 즐거운 장면인데도 눈물을 흐르게 만들기도 하고, 의외의 장면에서 울고 웃을 수 있게 한다. 보는 것 이상으로 뭔가 얻어갈 수 있는 작품이다."
5년 만에 다시 무대에 오르는 ''라스트 파이브 이어스''. 배해선은 차이점을 말하기보다 전에 비해 훨씬 풍부해진 음악을 강조했다.
그는 "5년 전 음악감독을 했던 박칼린 선생님이 이 작품을 준비하면서 음악적 작업을 완벽하게 했다"며 "주고 받는 대사가 없고, 전부 노래다. 즉 노래가 대본인 셈이다"고 극 중 노래의 중요성을 말했다.[BestNocut_R]
이어 "이 작품은 노래를 얼마나 잘 해석하고, 분석하는지가 관건"이라며 "음악적으로 너무 잘 갖춰져 있어 배우들은 그것 대로만 표현하고 연기하면 따로 할 게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배해선은 완벽한 음악에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그만큼만 표현하는 데 중점을 뒀다. 뭔가 억지로 만들기보다 작품의 음악이 가지고 있는 그 자체를 오롯이 담아내는 것만으로도 어렵기 때문이다. 지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는 연기를 위해서는 그만큼 노력이 뒤따른다.
"향기로운 꽃을 피우기 위해 인내와 고통의 시간을 겪는다. 배우들도 그런 마음의 자세가 없다면 향기가 날 수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