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배너 닫기

전체메뉴보기

재심 변호사 "화성 8차사건 판결문.. 이렇게 부실할 수가"

뉴스듣기


사건/사고

    재심 변호사 "화성 8차사건 판결문.. 이렇게 부실할 수가"

    뉴스듣기

    화성사건, 살인누명 쓴 피의자 2명 변호 맡아
    경찰, 허위자백 강요하고 내용 암기시키기까지
    지하실, 살인현장 끌고 다니며 고문수사하기도
    비슷한 경찰 가혹행위, 다른 사건에도 있었을 것
    김종경씨 자살 부른 가해자, 이후 유족도 괴롭혀
    이춘재 자백 듣고나니 다행이면서도 착잡한 마음
    재심 핵심은 자백, 장애인 가혹수사, 과학의 진보
    경찰청 인권위원 박준영 변호사와 함께 재심 진행
    경찰 잘못된 관행 드러내고 개선하는 의미 있어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방 송 : FM 98. 1 (18:20~19:50)
    ■ 방송일 : 2019년 10월 11일 (금요일)
    ■ 진 행 : 정관용 (국민대 특임교수)
    ■ 출 연 : 김칠준 변호사 (경찰청 인권위원회 위원장)

     


    ◇ 정관용> 화성연쇄살인사건 이춘재의 자백 이후에 8차 사건, 모방범죄로 분류됐던 8차 사건의 진범으로 검거돼서 무려 20년 옥살이를 했던 윤 모 씨. 재심 청구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혔죠. 이 재심 가능할지 또 재심 결과는 어떻게 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8차 사건 수사 과정의 문제점도 지금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데요. 이번 재심 변호인단에 직접 참여하시게 된 김칠준 변호사. 사실 이미 과거 화성사건 억울한 용의자들을 직접 변호한 그런 경력이 있는 분이라고 합니다. 또 현재 경찰청의 인권위원회 위원장도 맡고 계신데요. 오늘 스튜디오에 직접 초대했습니다. 김칠준 변호사, 어서 오세요.

    ◆ 김칠준> 안녕하세요.

    ◇ 정관용> 과거에 화성사건의 피의자로 몰린 억울한 사람을 변론한 적 있으시다구요?

    ◆ 김칠준> 두 번에 걸쳐서 했었습니다.

    ◇ 정관용> 두 번에 걸쳐서. 언제 언제요?

    ◆ 김칠준> 91년도에 2차, 7차 사건의 피의자로 구속돼서 자백까지 했었던 박 모 씨 사건하고요. 92년도에는 4차, 5차 사건의 피의자로서 경찰에 연행돼서 일주일간에 걸쳐서 거의 강박수사를 받고 자백까지 했다가 결국은 번복하고 혐의 없음으로 풀려났던 김종경 씨 사건이 있었습니다. 그 두 사건을 제가 담당했었습니다.

    ◇ 정관용> 그러니까 박 모 씨 사건은 2차, 7차 두 번의 살인을 저질렀다고 지목이 된 거고 지금 김 모 씨는 4차, 5차 두 번 살인을 했다고 지목된 거고.

    ◆ 김칠준> 그렇습니다.

    ◇ 정관용> 어떻게 연결이 됐어요, 이분들하고는?

    ◆ 김칠준> 첫 번째 91년도 2차, 7차 사건은 가족들이 연락을 한 거고요. 그것도 아주 급박한 상태에서 선임을 했었습니다. 당시에 일주일간에 걸쳐서 거의 반복해서 자백을 강요당해서 아마 자백을 한 것으로 나중에 알았는데 그때 이제 목사님 앞에서 자백을 하고 그 자백하는 모습이 TV에 방영되고 그런 것들을 가족들이 깜짝 놀라서 저한테 연락을 해서 이상하다, 이 사건을 좀 맡아달라 해서 저는 이미 자백한 것들을 알고 어떤 내용으로 자백했는가까지 메모하면서 이제 당시 안양경찰서로 접견하러 갔었던 거죠. 그게 선임했던 계기였습니다.

    ◇ 정관용> 그리고 그 사건이 잘 해결되니까 아마 다음 해에는 또 찾아왔을 것이고.

    ◆ 김칠준> 4차, 5차는 아마 지금 정확히 기억은 안 나는데 그런 문제가 있고 제가 이미 그 지역에서 인권활동으로 알려지면서 저한테 연결이 됐던 것 같습니다.

    ◇ 정관용> 두 번의 경우 따로따로도 좋고 한꺼번에도 좋고요. 정작 경찰서 가서 접견하고 만나보니까 어떻든가요, 그러니까?

    ◆ 김칠준> 우선 2차, 7차 때만 해도 제가 변호사 2년차였기 때문에 사실은 좀 경험이 적었던 시절이기도 했었습니다. 화성연쇄살인사건이라는 사건이 주는 무게감이 있어서 정말로 이거 연쇄살인사건을 내가 맡아도 되나 이런 나쁜 사람을 변론해도 되나 이런 고민이 있었고요. 그런데 동기 검사로부터 인권변호사가 그런 거 하라는 것이라는 야단 아닌 야단을 맞고 현장에 가서 자세히 들었는데 처음에 역시 쭉 자백하는 취지로 저한테 얘기를, 변호사한테는 진실을 얘기하잖아요. 자신이 살인한 것 맞다라고 얘기를 하는데 그런데 이제 한 10여 분 이상 듣는데 그 내용이 기사화됐던 TV 앞에서 자백했던 내용을 그대로 암송하듯이 암기한 것처럼 얘기를 하는 거예요.

    ◇ 정관용> 외워서 그냥 반복하더라.

    ◆ 김칠준> 그래서 이건 암기한 거다라는 생각이 딱 들어서 그때 제가 딱 하나 물어봤죠. 가족들한테 들었던 얘기가 그때 진범이었다면 일주일 전에 첫 아들을 낳았는데 첫 아들 낳은 지 일주일 만에 이런 나쁜 범죄를 했겠냐라는 게 가족들의 얘기였었고 그래서 그 사실을 확인했었죠. 그랬더니 모르는 거예요. 그러더니 날짜를 짚어보더니 아, 그러네라고 하는 거예요. 이 사람이 암기한 내용 중에는 아들은 없었구나. 이것은 곧 이 사람한테 암기하도록 주입했던 수사관이 몰랐던 정보였기 때문에 그럴 것이라는 생각이 팍 들었었습니다. 그래서 바로 경찰관들을 다 물리치고 진실을 한번 얘기해라. 당신을 위해서도 용기를 내지만 아들을 위해서도 용기를 내야 되는 것 아니냐고 했더니 그제서야, 사실은 아니었습니다, 일주일 동안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사진첩을 반복해서 보면서 거의 암기하다시피 했다 이런 내용으로 해서 그래서 이게 허위자백이었구나라는 걸 알게 되었고.

    ◇ 정관용> 허위자백까지는 왜 하게 됐대요? 너무 많이 맞아서?

    ◆ 김칠준> 일주일 동안 거의 밤에 잠을 안 재우고 많이 육체적으로 고통을 당했었겠죠. 더더구나 이 사람 같은 경우는 다른 사건으로 이미 수사를 받는 과정에 이제 이 사건을 조사했기 때문에 일단 위치 자체가 상당히 열악한 지위에 있었고 거기에다가 집중적으로 화성연쇄살인사건에 대해서 조사를 받게 되니까 심리적으로 위축된 상태에서 그렇게 허위자백을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죠. 만약에 그때 그런 어떤 계기가 없어서 쭉 자백한 내용대로 밀고 갔다면 이 사람도 이번 윤 모 씨처럼 마찬가지로.

    ◇ 정관용> 실형을 살았겠죠?

    ◆ 김칠준> 실형 살고 이제 와서야 진범이 잡혔네라는 스토리의 또 하나의 재판이 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 정관용> 그다음 해에 맡은 김 모 씨 4차, 5차 건도 똑같은 사례입니까? 비슷해요?

    ◆ 김칠준> 그런데 그 사건의 시작은 좀 희극 같은데요. 이 사건은 그나마 여러 가지로 고민하게 했었는데 그 사건은 맡으면서 고민조차도 안 했습니다. 수사의 계기 자체가 사실은 좀 웃기는 얘기라고밖에 표현할 수 없는데.

    ◇ 정관용> 왜요?

    ◆ 김칠준> 그 수사의 계기가 미국에 사는 소위 영적인 능력이 있다는 사람인데 꿈속에서 계시를 받았다는, 김종경이라는 이 사람이 진범이라는 계기를 받았다고 하면서 한국에 와서 이 김종경 씨 집 근처에 방을 얻어서 스토커 역할을 했었고요. 그리고 자신이 나름대로 자료를 모아서 화성연쇄살인사건 수사본부에 자료를 주고 했는데 다 묵살을 했죠. 그러니까 그 정보가 어찌어찌 흘러들어서 화성연쇄살인사건을 잘 모르는 서대문경찰서에서 그 정보를 가지고 수원까지 와서 김종경 씨를 연행해 간 겁니다.

    일주일간 이제 지하실로 끌고 가고 화성연쇄살인사건의 현장을 끌고 다니면서 어디서 어떻게 죽였느냐고 반복적으로 하고 가혹수사하고 고문수사하고 해서 자백했던 사건인데, 그래도 그 사람이 심리적으로 육체적으로 아주 유약한 사람인 데다가 어떻든 객관적인 증거가 어디에도 나올 수 없으니까 그런 상황에서 접견 과정에서 범행 사실을 부인하게 되니까 번복하고 부인하니까 결국은 무혐의로써 석방이 되게 된 것입니다.

    이춘재 자백 신빙성 검증 박차…당시 형사도 조사 (CG) (사진=연합뉴스 제공)

     


    ◇ 정관용> 두 사건 모두 김 변호사님이 도움을 주고 자백했던 사람들이 진술을 번복하면서 재판까지도 안 갔습니까?

    ◆ 김칠준> 네, 결국 기소할 수도 없었던 것이죠.

    ◇ 정관용> 검사가 기소도 못 했다?

    ◆ 김칠준> 그렇습니다.

    ◇ 정관용> 둘 다 무혐의로 풀어준 그런 경우가 되겠군요?

    ◆ 김칠준> 맞습니다.

    ◇ 정관용> 혹시라도 이만큼 무슨 정말 범인인 개연성을 가지고 경찰이 수사에 들어간 거예요? 아니면 범인을 조작해서 만들어내자는 작정을 했던 거라고 보입니까?

    ◆ 김칠준> 이제 그 두 분의 공통된 특징은 결국 화성연쇄살인사건 범행현장 주변에서 사시는 분들이고 주변에서 생활하는 분이고 또 남자이고 또 대부분의 다른 용의자도 마찬가지지만 이 시대의 전형적인 서민들입니다. 그러니까 중소기업 다니거나 무직자이거나 취약계층인 것이고요. 따라서 이분들이 이런 연쇄살인 범인으로 지목되기 쉬웠고, 지목돼서 수사를 받을 때 논리적으로나 지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자기 자신의 방어를 제때 할 수 없는 사람들이었습니다. 이 조건은 아마 다른 용의자들도 대부분 다 비슷할 겁니다.

    그런 과정에서 경찰이 좀 더 인권수사, 과학수사 쪽에 초점을 맞춰서 했더라면 그래도 그렇지 않았을 텐데 대부분 당시에 화성연쇄살인사건의 무게와 중압감, 진범을 잡아야 된다 이런 것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의 수사 방식이 바로 불러다 일단 자백을 강요하고 자백할 때까지 여러 가지 조치를 취하고 이런 것들이 대부분 그렇게 수사가 진행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 정관용> 그러니까 뭔가 증거를 조금이라도 갖고 의심이 가고 추정이 돼서 추궁에 들어가는 게 아니라 네가 죽였지, 그냥 무조건 이렇게 얘기하고 막무가내로 밀어붙였다.

    ◆ 김칠준> 법률적으로 판단하면 물론 경찰관은 나름대로 의심을 갖는 여러 가지 근거들을 내세웁니다. 목격자들의 체구가 비슷하다든가 여러 가지 연령대가 비슷하다든가 이런 근거들은 다 제시를 하지만 그게 이 사건의 어떤 증거로서 사용할 수 있을 정도의 객관적 정황에 관한 그런 단서들은 아닌 것이죠.

    ◇ 정관용> 그런 게 만약 있었다면 당연히 기소하고 재판까지 갔겠죠.

    ◆ 김칠준> 그렇죠.

    ◇ 정관용> 이 두 분을 도와주셨다고 쭉 말씀하셨는데 당시에 이 두 분 말고도 억울하게 그렇게 가혹수사 당한 사람들 많았었죠?

    ◆ 김칠준> 많이 있었을 겁니다. 제가, 아마 그때가 90년대 초반인데요. 유독 이런 일반, 그러니까 공안사건이 아닌 일반 살인사건 같은 경우를 많이 맡았었습니다. 그중에 다 비슷한 유형으로 이렇게 가혹행위가 이루어지고 결국 법정에서의 증거 싸움을 통해서 무죄임이 밝혀지고 하는 사건들이 제가 이 두 사건, 화성연쇄살인사건 아니고도 여러 살인사건들이 있었습니다. 다 공통적인 속성들을 갖고 있습니다.

    ◇ 정관용> 그리고 어떤 관련 보도들을 이렇게 보면 그 당시에도 억울하게 끌려가서 매 맞고 고문당하고 그러고 풀려나와서 억울해서 스스로 목숨 끊는 사람도 있고 참 아수라장이었어요, 정말.

    ◆ 김칠준> 그때 김종경 씨가 대표적인 케이스였습니다. 석방되고 나서 1년 정도 있다가 본인의 그런 여러 가지의 트라우마 때문에 93년도에 자살을 시도하고요. 그런데 그때는 자살에 실패했는데 그 사실을 제가 전달해 듣고 뭔가 트라우마를 치유해 줘야 되는 거 아니냐 그래서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를 해서 법적으로 억울함을 확인받자 해서 결국은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를 해서 95년도에 대법원에서 최종 승소 판결을 받았습니다. 그 판결문에 이런 당시 수사관들의 가혹수사와 고문수사가 어떻게 진행됐는가가 아주 상세하게 설명이 돼 있었고요. 이제 그 판결문을 전해 드리면서 마음의 짐을 다 벗어라, 국가가 당신의 억울함을 인정하고 보상을 했다라고 하면서 전달해 드렸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97년도에 결국 자살했다는 얘기를 전해 들었습니다.

    이제 비극이 거기서 끝난 게 아니라 2010년도, 십몇 년이 지난 다음에 부인과 아들이 저를 찾아왔었습니다. 알고 봤더니 이분을 애초에 범인으로 지목했던 그분, 김 모 씨입니다, 이름도 아는데. 그분이 카페, 인터넷에 카페를 만들고 거기다가 김종경 씨가 진범이다 그리고 가족들이 김종경 씨의 진범임을 알고 독살했다, 자살이 아니다 이런 취지의 어떤 소설 같은 이야기를 올려서 이 부분에 관해서 허위사실로 명예를 훼손했다 이걸 좀 어떻게 조치를 해 달라고 해서 이제 민사, 형사소송을 해서 다 승소를 받았죠. 그런데 그분은 미국에서 살고 있었기 때문에 집행은 못 했습니다. 그냥 법적으로만 승소 판결을 받고 그냥 정리하고 말았죠. 그러니까 그 사건이 김종경 씨만의 사건이 아니라 많은 당시 화성연쇄살인사건에서 억울하게 누명써서 조사받았던 사람들이 겪었거나 겪을 개연성이 있었던 일련의 스토리인 셈입니다.

    10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경기남부지방경찰청에서 반기수 화성연쇄살인사건 수사본부장이 수사상황 브리핑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 정관용> 그렇군요. 직접 그런 경험을 하셔서 이번에 이춘재의 자백을 듣고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동시에 착잡한 마음도 들었다라고 어떤 언론 인터뷰에서 말씀하셨더라고요.

    ◆ 김칠준> 마음이 좀 복잡했었습니다. 이제 그런 사건들이 오랜만에 진범이 잡힘으로써 우리 사회의 미제사건이 주었던 여러 가지 문제를 일거에 해결하는 데 대해서는 대단히 환영하고 감사하지만 지난 30여 년 동안 이 진범이 잡히지 않음으로써 고통 받았을 피해자들의 고통. 그것보다 제가 더 마음이 복잡했던 것은 뭐였냐 하면 법적으로 아무리 증거가 없어서 무혐의라고 결정이 나든 또는 국가로부터 손해배상 판결까지 났든 여전히 화성연쇄살인사건으로 한 번 용의자로 수사를 받았던 사람은 본인 마음속에도 그것이 찜찜함으로 남았을 것이고 그 주변 사람들도 말은 안 하더라도 여전히 그런 마음을 갖고 있었을 것이고 심지어 담당 변호사였던 저조차도 혹시 내가 변론했던 사람이 진범이었으면 어떨까 그럴 가능성이 아무리 적다 하더라도라고 하는 우려들이 있었습니다, 솔직하게. 그래서 어디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진범이 잡혔다고 하면 갑자기 혹시 제가 변론했던 사람? 이런 걱정이.

    ◇ 정관용> 두려움도 생기고.

    ◆ 김칠준> 그런 것들이 일거에 아직 확정은 안 됐지만 진범이 잡혔다고 하면서 그 모든 마음이 복잡하게 올라와서 이게 제가 29년 전에 맡았던 그 사건이 29년 만에 일단락되는구나 이제 이런 생각이 좀 들었었습니다.

    ◇ 정관용> 수없이 많은 억울한 분들 많겠습니다만 8차 사건 범인이라고 20년 옥살이하신 분. 이분만큼 억울한 분이 또 있을까 싶기도 해요. 물론 아직 확정적으로 말할 수는 없습니다마는.

    ◆ 김칠준> 적어도 진범이냐 아니었냐는 재심에 대한 본안 사건에서 다뤄지지만 적어도 재심을 한번 받아야 될 사정은 충분히 있다라고 하는 게 제 생각입니다. 판결문을 봤거든요.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진범으로 단정하는 이 판결문이 이렇게 부실할까. 판결에 이분이 진범이라고 하는 것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이분의 진술들이에요. 이러이러한 이유로 이분의 진술이 믿을 만하다. 비록 고문당해서 허위진술했다고 주장하나 이러이러한 사정으로 믿을 만하다고 하는데 그 이러이러한 사정으로 믿을 만하다는 내용들이 뭐냐 하면 본인만이 알 수 있는 구체적 사실을 진술했다라든가, 묻기도 전에 본인이 먼저 답했다든가 이런 취지의 것인데 이것은 허위자백을 했다는 주장을 반박하는 검사들의 보통의 논리인데요. 그건 사실 수사현장을 모르는 얘기입니다.

    실제로 질문을 할 때 너 어떻게 해서 범죄 행위를 했지라고 구체적으로 묻고 거기에 대해서 예라는 답변을 얻어내지만 조서에는 주관식으로 남깁니다. 어떻게 했습니까? 이렇게 이렇게 했습니다라는 식으로 했고 조서만 보면 마치 묻는 사람은 모르는데 답변하는 사람이 상세히 진술한 것처럼 조서에 기재가 되는데 실제 수사는 그렇게 이루어지지 않거든요. 따라서 그런 식으로 해서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은 우리는 없는 걸로 봐야 된다.

    남아 있는 객관적 증거는 딱 국과수의 동위원소 결과인데 이 국과수의 동위원소 결과가 객관적 증거인데 과연 이 범죄의 인과관계를 입증할 수 있는 객관적 증거로서 의미 있는 증거냐. 많은 개연성 중 하나일 뿐이고 그 개연성 아닌 다른 개연성들도 얼마든지 존재한다면 이건 살인죄의 객관적 증거로써 기능해서는 안 된다. 그렇다면 재심 사유라고 하는 게 크게 두 가지를 보는데 하나는 새로운 증거입니다. 명백한 새로운 증거의 발견. 또 하나는 수사와 재판에 관여한 사람들의 직무상의 불법행위. 고문수사나 이런 거 두 가지인데 이 사안은 두 가지가 다 있을 개연성이 아주 높습니다. 첫 번째 명백한 증거라고 하는 것은 어떤 사람이 내가 진범이다라고 하는 말에 자백을 했으면.

    ◇ 정관용> 그게 증거가 되는 거죠.

    ◆ 김칠준> 그게 새로운 증거죠. 그것이 과학적으로 나중에 입증이 되느냐는 별론으로 하고 적어도 이 자백이 어떤 농담으로 했거나 또는 영웅심으로 했거나 하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의미 있는 자백이긴 한 이건 새로운 증거임은 분명하죠.

    ◇ 정관용> 이미 재심에 들어갈 이유는 된다.

    ◆ 김칠준> 들어갈 이유는 되죠. 게다가 경찰에서 발표한 것이 당시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하지 않으면 알지 못했던 상황, 당시의 위치라든가 침대 위치 이런 것들을 그렸다고 하는 정도라고 한다면 적어도 재심을 한번 해 봐야 되는, 재심 법정에 다시 올려줄 필요성은 충분히 있다라는 것이고요. 또 하나는 그 범죄행위인데 지금 여기 주장하고 있는 것이 장애인이라는 말입니다, 장애인. 요즘 같은 인권 기준에 의하면 오히려 장애인을 배려한 특별한 수사 절차가 쭉 준비돼 있을 겁니다. 그런데 그런 것은커녕 오히려 장애인을 끌고 다니면서 현장검증을 하고 오히려 현장을 데리고 다니면서 여러 가지 육체적으로 가혹행위를 했다라고 하는 주장들이 있습니다. 그것이 당시의 상황에 비춰봐서 상당히 설득력이 있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런 것.

    게다가 제가 세 번째로 더 중요하게 보고 앞으로 이런 부분들이 활성화돼야 된다고 하는 것은 새로운 과학적 진보입니다. 예를 들어서 과거에는 그것이 비록 국과수의 동위원소 같은 것이 증거로서의 의미를 갖는다라고 판단했다면 30년 지난 지금 과학자들, 전문가들에 의해서 그건 살인에 대한 증거로써 의미가 전혀 없다라는 것이 과학적, 기술적으로 명백해진다면 이 시점에서의 그 과학적, 기술적 진보의 성과는 새로운 증거나 마찬가지로 재심 사유로서 기능해야 된다. 그래서 첫 번째, 두 번째, 세 번째가 이 사건 재심 사유의 핵심 세 기둥이 될 거라고 생각하고 적어도 재심법정에는 올라갈 수 있을 것이다.

    김칠준 변호사 (사진=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제작진)

     


    ◇ 정관용> 아주 논리적으로 재심 신청은 받아들여질 거다라는 주장을 펴신 건데 그 재심에서는 그럼 뭘 어떻게 다투게 되는 거예요?

    ◆ 김칠준> 그러니까 쉽게 말씀드리면 재심은 첫째 관문 두 번째 관문이 있습니다. 첫 번째 관문은 바로 재심을 개시할 만한 요건에 해당하느냐. 그때는 진범이냐 아니냐의 문제가 아닙니다. 그럴 사유가 있느냐 없느냐고 제가 지금 설명드리는 건 그런 사유가 충분하다는 거고요. 재심 개시 결정이 나면 그다음에는 재심에 대한 본안 재판이 이루어집니다. 그러면 원 재판에서 사용되었던 각종 증거와 이런 것들에 대한 의미들을 다시 한 번 재검토하고 새롭게 추가된 증거까지를 모두 모아서 지금 이 시점에서 이 사람을 재판한다면 이게 유죄냐 아니냐를 판단하게 됩니다. 과거의 불충분한 증거에 그리고 그 증거를 탄핵할 만한 새로운 증거들이 결합돼서 이분이 과연 지금이라면 살인죄 유죄로서 선고할 수 없다고 판단이 내려지면 재심에서 무죄가 나오는 거죠.

    ◇ 정관용> 그렇게 재심 결과 무죄까지 받아내면 지난 20년 동안의 옥살이에 대한 손해배상이나 등등이 가능해지는 것이고.

    ◆ 김칠준> 당연히 가능하죠.

    ◇ 정관용> 직접 윤 모 씨를 만나보셨나요?

    ◆ 김칠준> 지금 저희 변호인단의 박준영 변호사님이 아마 지금 만나고 계실 겁니다. 전화통화를 했었고 만나서, 저희가 (재심을) 하기 위해서는 우선 본인의 얘기를 구체적인 진술들을 정리하고 이후에 국과수의 수사 감정 결과나 그다음에 경찰이 보존하고 있는 당시 사건의 수사기록을 입수해서 분석하면 바로 재심 청구를 할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 정관용> 재심전문변호사 박준영 변호사 마침 오늘 1부 시간에 다른 건, 김학의 건으로 인터뷰도 했습니다마는 그분도 지금 경찰청의 인권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면서요?

    ◆ 김칠준> 저희가 경찰청 인권위원회 할 때마다 같이 얼굴도 뵙고 잘 아는 변호사님인데.

    ◇ 정관용> 이렇게 경찰청 인권위원장, 경찰청 인권위원 이런 분들이 재심 사건을 맡아서 과거 경찰의 잘못된 수사관행 같은 것을 제대로 드러내면.

    ◆ 김칠준> 저는 아주 특별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 정관용> 의미가 있죠.

    ◆ 김칠준> 어느 변호사님이든 이 사건에 대해서 열심히 하고 진상을 규명하겠지만 남다른 의미는 경찰청 인권위원회는 그동안에 경찰청에서 이루어졌던 각종의 정책, 제도, 관행을 인권적 관점에서 재검토하고 시정을 요구하고 하는 기관인데요. 이 사건은 바로 80년대, 90년대 당시에 경찰의 수사가 어떻게 이루어졌고 구체적으로 어떤 피해가 있었느냐를 다시 한 번 드러내게 되는 것이고.

    ◇ 정관용> 드러내게 되는 거니까.

    ◆ 김칠준> 혹시 그것이 아직도 유지되고 있는 관행은 있는지 현재의 시점에서 개선해야 될 것은 무엇인지를 좀 찾아보는 데 있어서 좋은 자료들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 정관용> 아무쪼록 재심 잘 좀 끌어가주시고 동시에 경찰의 제도 개선에도 좋은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 김칠준> 감사합니다.

    ◇ 정관용> 김칠준 변호사 고맙습니다.

    0

    0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이 시각 주요뉴스


    오늘의 기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댓글

    투데이 핫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