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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28 대 1…진정 일본을 이길 수 있나



칼럼

    [칼럼]28 대 1…진정 일본을 이길 수 있나

    하루키가 올해 노벨문학상을 수상한다면 엄청나다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사진=연합뉴스)

     

    우리와 무역전쟁을 치르고 있는 일본.

    가장 가까우면서도 가장 먼 듯이 때론 비판하며 깔보는 일본은 우리가 넘볼 수 없는 벽이 있다.

    바로 노벨상 수상자들이다.

    우린 한 명이지만 일본은 무려 28명이나 된다.

    노벨상 수상자를 미국 다음으로 많이 배출한 국가다.

    일본에선 올해도 어김없이 노벨상 축제가 벌어지고 있다.

    지난해에는 혼조 다스쿠(本庶佑·77) 교토대 특별교수가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는 등 2015년 이후 거의 매년 되풀이되는 노벨상 경사다.

    일본 화학자 요시노 아키라(71·吉野彰) 씨가 9일 노벨 화학상 수상자로 결정되자 일본 방송들은 정규방송을 중단하고 요시노 수상자에 대한 소개와 수상 의미를 전하는 보도를 했다.

    신문들은 ‘호외’를 제작해 거리에서 배포하는 등 흥분했다.

    아베 총리는 "일본인으로서 자랑으로 생각한다"고 떠들었다.

    요시노 수장자는 일본 화학기업(아사히카세이)에서 연구에 매진하다 발표한 업적으로 노벨상을 탄 것이다.

    휴대 전화나 컴퓨터 등에 이용되는 리튬 이온 이차 전지 발명가 중의 한 사람이다.

    전기자동차가 성장을 견인할 리튬이온전지 세계시장 규모는 2022년 약 80조원으로, 2017년과 비교해 2.3배 성장할 것으로 예측됐다.

    일본 국적자와 일본 출신으로 다른 나라의 국적을 보유한 수상자를 합치면 노벨상 수상은 28명이다.

    일본은 요시노 씨처럼 화학상 수상자만도 8명이며 물리학상은 9명, 생리의학상 5명, 평화상 1명, 그 타기 힘들다는 문학상도 2명(가와바타 야스나리, 오에 겐자부로)을 배출했다.

    일본은 2019년 노벨상 수상자가 한 명 더 나올 가능성도 있다.

    일본 내에선 올해 노벨문학상에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70)와 재독 일본 문학가 타와다 요코(59) 두 사람의 이름이 오르내리자 기대하는 눈치가 역력하다.

    더구나 이번엔 수상자가 2명이다

    반면에 대한민국은 평화상을 수상한 김대중 전 대통령이 유일하다.

    노벨과 노벨상 수상자들을 기념하는 스웨덴 스톡홀름의 노벨기념관을 가 보면 우리나라의 초라한 노벨상 수상을 한 눈에 볼 수 있다.

    노벨기념관 관람은 일본인 관광객들에겐 필수 코스지만 우리 관광객들은 대체로 들르지 않는다.

    여행사들도 자존심이 상할까봐 권유하지 않는다.

    매년 이맘때만 되면 일본이 부러운 게 사실이다.

    우리가 다양한 분야에서 우위를 점하고 선전하고 있을지라도 노벨상 수상 시즌만 되면 어딘지 모르게 허전하고 왜소해 보인다.

    올해는 더욱 그렇다.

    대한민국은 학술 논문의 저자와 공저자에 본인이나 지인들 자녀들의 이름을 끼워 넣는 비도덕적인 일들이 횡횡하고 있다는 사실이 속속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조국 법무장관의 딸 의학논문 제1저자 부실 등재에 이어 곳곳의 대학교수들의 논문에서 유사한 일들이 비일비재하다고 한다.

    서울대 교수들이 국가 예산 381억 원을 받아 연구한 논문에 자녀들을 끼워 넣기 한 것이다.

    서울대 교수 6명이 제출한 11편의 논문에 본인의 미성년 자녀를 공저자로 등재했는데 공저자로 참여한 미성년 저자는 교수 자녀가 유일했다.

    ‘대학 입시용’ 스펙을 만들어주기 위해 연구원들이 공동 참여한 논문에 고교생 자녀를 슬쩍 끼워 넣었다는 것이다.

    이런 양심을 가진 학자들 속에서 과연 노벨상 수상에 필적할 만한 연구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미국과 일본은 연구 성과를 기다리는 편이지만 우리는 단기적인 성과나 논문 양에 집착하는 경향이 강하다.

    일부 중앙 신문사들이 대학의 연구 평가 척도로 네이처와 사이언스 등 세계 유명 논문에 많이 실리는 것보다는 양적 연구(논문 개수)에 집착해 서열을 매기는 실태도 문제다.

    한국연구재단(사진=연합뉴스)

     

    한국연구재단은 부실 학술지에 게재된 한국 논문이 171개 국가 중에서 1위라고 9일 밝혔다.

    부실 논문이 증가한다는 것은 연구 부정이 만연해 있다는 사실과 맥을 한다.

    논문의 양적 팽창에만 매몰된 한국 학계의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논문 편수 같은 연구 성과 보여주기에 급급한 것은 지난 1998년 도입된 학술지 등재제도와 무관하지 않다.

    등재지에 논물을 실은 교수는 당연히 좋은 평가를 받는다.

    이러다 보니 당연히 창의적인 사고를 통한 과정과 결과를 내는 쪽이 아닌 결과만으로 판단할 수 있다.

    정부와 대기업들이 노벨상을 배출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복수의 고등 연구 클러스터(집적지)를 만들어 해외 클러스터와 연결하는 것도 중요하다.

    무엇보다 이공계 학자들과 의학도들이 소명과 투지를 가지고 새로운 길에 도전하는 것이다.

    정부와 기업들은 이들을 지원해야 한다.

    가장 뛰어난 학생들이 세계적인 석학의 꿈을 버리고 의대를 진학하는 한국의 풍토, 특히 카이스트와 서울대 공대 등을 지원했다가 의전원으로 편입하는 한국이 노벨 물리학상과 화학상 수상자를 낼 수 있을지 자못 걱정이다.

    무역 전쟁처럼 일본과 무슨 대결을 벌일 때마다 일본을 이기자면서도 제대로 된 노벨상 한 명 없는 이 슬픈 현실에 대해 지도자들은 뭐라고 변명할지 모르겠다.

    그들에겐 ‘과학 기술이 세계를 지배한다’느니 ‘4차 산업시대’니 라는 말은 구두선에 지나지 않은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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