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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출구없는 정국, 계속 광장으로 나가는 시민들



칼럼

    [칼럼] 출구없는 정국, 계속 광장으로 나가는 시민들

    [구성수 칼럼]

    지난 3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문재인 정권을 규탄하고 조국 법무부 장관의 사퇴를 촉구하는 범보수단체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박종민 기자/자료사진

     

    개천절인 지난 3일 오전 11시쯤 우연히 서울 광화문 사거리를 승용차로 지나게 됐다.

    광화문에서는 이날 오후에 범보수세력의 조국 반대집회가 예정돼 있었지만 오전부터 몰려드는 인파로 차량의 정체는 일찍부터 시작됐다.

    사거리에서 정지신호에 멈춰있는 중 손에 태극기 등을 들고 광화문 광장으로 몰려가는 수많은 중장년 남성들이 눈에 띠었다.

    투명한 햇살 속에 비친 이들의 모습에서 어떤 비장한 결의를 느낀 것은 필자뿐이었을까.

    이들은 스스로 오늘의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을 있게 한 주역으로 자부해왔다.

    숱한 고난과 시련을 이겨내고 마침내 남들이 부러워하는 민주화와 산업화를 이뤄낸 것에 대한 자부심을 갖고 있었다.

    이들이 광장으로 나선 것은 최근 자신들이 각고의 노력 끝에 이뤄낸 성과와 가치체계가 부정되는 것을 보고 더 이상 용납할 수 없다고 봤기 때문이리라.

    지난 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대로에서 열린 제8차 사법적폐 청산을 위한 검찰개혁 촛불문화제에서 참가자들이 조국 수호를 외치고 있다. 이한형 기자/자료사진

     

    광장정치는 주말인 5일에는 서초동 검찰청사 앞에서도 열렸다.

    이곳에서는 광화문과는 반대로 ‘조국 수호와 검찰개혁’이 전면에 내걸렸다.

    조국 일가에 대해 이뤄지고 있는 윤석열 검찰의 수사가 무리하다고 본 문재인 정부 지지자들이 대거 나섰다.

    현 국면에서 밀리면 촛불에 의해 탄생한 문 정부가 과거 노무현 정부의 전철을 다시 밟게 될 수도 있다는 위기감도 작용했으리라.

    시차를 두고 서로 반대방향으로 치달은 양 집회는 상대편 집회를 의식한 세 규모를 자랑하며 세 대결의 양상도 보였다.

    지금까지 집회규모로는 최대치로 생각됐던 백만을 훨씬 넘어 서로 2, 3백만명 이상이라는 주장도 서슴지 않았다.

    시민들은 자신의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때 답답함과 절박함 가운데 거리와 광장으로 나갈 수 있다.

    자신의 주장에 대한 호소력을 높이기 위해 세를 불러 모을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이런 광장의 세와 외침이 정치권에 의해 어떻게 수용되느냐 하는 점이지만
    우리 정치권은 제대로 된 정치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여야 정치권은 서로 진영논리에 입각해 자기 진영의 집회 주장에 대해서만 귀를 열었다.

    자기 진영 집회에 대해서는 각각 ‘국민열망’, ‘민심’이라고 치켜세우면서도 반대 진영 집회에 대해서는 ‘내란선동’, ‘관제집회’라고 깍아내렸다.

    자료사진

     

    더욱 실망스러운 것은 청와대의 반응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서초동 촛불집회의 요구에 곧바로 반응해 검찰개혁을 주문하고 나섰으나 지난 3일 광화문 집회에 대해서는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첫 반응이 나온 것은 지난 7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였지만 기대 이하였다.

    “최근 표출된 국민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엄중한 마음으로 들었다”면서도 “하나로 모아지는 국민의 뜻은 검찰의 정치적 중립보장 못지않게 검찰 개혁이 시급하고 절실하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대통령은 ‘엄중한 마음으로 들었다’고 했지만 광화문 집회 참석자들은 그 말을 그대로 인정하기 힘들다는 반응이었다.

    여당은 물론 청와대에 의해서도 자신들의 주장이 계속 무시되고 있다는 불만을 토로했다.

    개천절에 이어 한글날인 9일 이들이 광화문 광장을 중심으로 다시 열린 보수단체의 문 대통령·조국 규탄 대규모 집회에 대거 동참한 까닭이다.

    주말인 오는 12일에는 서초동에서 조국 수호 대규모 촛불집회가 또다시 열릴 예정이다.

    광장으로 나간 시민들을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게 하는 출구가 보이지 않는 답답한 정국이 계속되고 있다.

    시민들이 광장으로 나가는 것은 문 대통령 말대로 “대의민주주의를 보완하는 직접 민주주의 행위로서 긍정적 측면이 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정치권이 수용하지 못해 시민들이 계속 광장으로 내몰리고 양 진영이 세 대결을 벌이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못하다.

    문 대통령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심각한 ‘국론분열’로 이어질 수 있는 형국이다.

    그렇지 않아도 경제, 외교, 안보 등 모든 분야에서 난제가 산적해 국력을 한 곳으로 모아야 하는 시점에서 이것은 엄청난 국력 낭비이고 손실이다.

    청와대와 여야 정치권 모두 반성과 함께 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서로 머리를 맞대고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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