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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살인의 추억, '영구미제사건'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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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칼럼]살인의 추억, '영구미제사건'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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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성수 칼럼]

    살인의 추억 (사진=연합뉴스)
    화성 연쇄살인사건을 소재로 다룬 봉준호 감독의 영화 '살인의 추억'(2003) 마지막 장면은 인상적이다.

    이 사건 수사 형사였다 영업사원이 된 박두만(송강호)이 관객을 빤히 쳐다보는 장면이 클로즈업돼 끝난다.

    '봉테일'(봉준호+디테일)이란 별명이 붙을 정도로 영화 속의 장면과 소품 하나하나를 세심하게 연출하고 신경쓰는 것으로 알려진 봉 감독에게 이 장면 역시 의도된 것이었다.

    봉 감독은 "극장에 온 범인과 실패한 형사가 마주하기를 의도한 것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범인은 과시적인 성격을 가진 사람이고 자기가 한 행동이나 디테일한 부분들이 매체를 통해 드러나길 바라는 성격의 사람이기 때문에 개봉하면 영화를 보러올 것"이라고 보고 연출한 것이라고 한다.

    경찰의 오랜 수사에도 범인이 잡히지 않은 장기미제사건을 다룬 영화인 만큼 이런 설정으로 끝날 수밖에 없었으리라.

    붙잡히지 않은 범인이 거리를 활보하고 있을 것을 상정하면서 감독으로서 그 범인에게 무언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자칫하면 이렇게 영구미제사건이 될 수도 있었던 화성 연쇄살인사건이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다.

    경찰이 이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를 찾아낸 것이다.

    화성 연쇄살인사건은 1986년 9월부터 4년 7개월 동안 경기도 화성시 일대 4개 읍·면에서 13세 여중생에서 71세 할머니까지 여성 10명이 성폭행 당한 뒤 끔찍하게 피살된 사건이다.

    당시 화성 일대 주민들은 공포에 휩싸였고 온 국민도 큰 충격에 빠졌다.

    경찰은 모두 2백만명이 넘는 인원을 투입해 용의자와 참고인 등 2만1280명을 조사하고 4만116명에 대해 지문대조를 하는 등 각종 수사기록을 세웠지만 단서조차 잡지 못했다.

    경찰의 강력범죄 수사역사에서 뼈아픈 오욕으로 남는 사건이었다.

    경찰이 19일 수사진행 상황을 브리핑하면서 "오랜 기간 사건 해결하지 못해 피해자와 유족분께 애도의 말씀을 드리며 국민 여러분께도 송구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힌 이유이다.

    33년만에 최악의 미제사건 해결의 실마리를 찾게 된 것은 경찰의 끈질긴 수사와 함께 DNA 기술발전 덕분이다.

    경찰은 2006년 10차 사건의 공소시효가 만료된 후에도 관련 제보를 접수하고 보관된 증거를 분석하는 등 진범을 가리기 위한 수사를 끈질기게 계속해 왔다.

    그 과정에서 지난 7월 이 사건 현장 증거물 일부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보내 DNA분석을 의뢰한 결과 "증거물 3건에서 검출된 DNA와 일치하는 대상자가 있다"는 결과를 통보받았다.

    이것은 "DNA 분석기술 발달로 사건 발생 당시에는 DNA가 검출되지 않았지만 오랜 기간이 지난 후에도 재감정에서 DNA를 검출"할 수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경찰은 이를 통해 이 대상자가 50대 이모 씨이고 현재 교도소에 수감돼 있다고 확인했다.

    유류품 수색하는 화성연쇄살인사건 수사본부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아직 갈 길은 멀다.

    DNA 감정을 통해 유력한 용의자를 찾아냈지만 30여년을 끌어온 이 사건의 실체적 진실이 밝혀진 것은 아니다.

    현재 경찰이 확보한 단서는 이 용의자의 DNA가 모두 10건의 연쇄살인사건 가운데 3건의 증거물에서 검출된 DNA와 일치한다는 것이 유일하다.

    이것은 과학수사를 통해 얻은 것이어서 강력하지만 그것만으로 이 용의자를 진범으로 몰기에는 충분치 못하기 때문에 수사가 더 필요하다는 것이 경찰의 입장이다.

    "DNA가 일치한다는 것은 하나의 단서다. 과거 수사기록을 검토하고 대상자에 대한 주변 수사라든지 당시 수사팀 관계자라든지 이런 종합적인 것들을 면밀히 검토해서 판단하겠다"는 것이다.

    더욱이 10건의 연쇄살인사건 가운데 DNA가 일치한 3건과 모방범죄로 드러난 1건을 제외하면 6건이 남는다.

    이들 6건에 대해서는 이 용의자가 관련돼 있다는 것을 입증할 만한 명백한 단서는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중요한 것은 이 용의자의 자백인데 자신이 범행을 저질렀다는 자백은 받아내지 못한 상태이다.

    교도소에 수감 중인 이 용의자는 DNA 결과가 나온 직후 이뤄진 경찰조사에서 혐의를 전면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화성 연쇄살인사건은 DNA기술 발달 덕분에 영구미제사건이 되는 것은 피했지만 자칫하면 '반쪽짜리 진범'을 찾는데 그칠 수도 있다.

    설혹 진범을 찾는다해도 공소시효가 지나 처벌할 수도 없다.

    그렇더라도 '영구미제사건은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회 정의 차원에서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경찰의 노력은 계속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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