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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일' 분위기 속 맞는 광복절, 그리고 문화·연예계



문화 일반

    '극일' 분위기 속 맞는 광복절, 그리고 문화·연예계

    제74주년 광복절을 하루 앞둔 14일 서울 서대문형무소를 찾은 시민들이 대형 태극기 앞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오늘은 제74주년 광복절이다. 일제의 압제에서 해방된 것을 기념하는 날이다. 특히 올해는 3.1운동과 임시정부수립 100주년이기도 해 더욱 뜻깊다.

    하지만 과거사 문제를 빌미로 가하는 일본 아베 정권의 경제보복과 심화되는 혐한의 흐름은 광복의 의미를 다시금 상기시킨다.

    한국의 경제를 침탈하고 자신의 야욕을 이루기 위한 아베 정권의 모습에서 조선을 식민지로 만들며 수탈했던 일제의 모습이 투영되기 때문이다.

    국민은 분노했다. 반일(反日)의 기치는 높이 세워졌고, 일본에 대한 전반적인 불매 운동으로 표면화됐다. 식민지라는 아픔의 역사로 인해 우리 국민들의 일본에 대한 감정은 그다지 좋았던 적이 없었지만, 최근 울려 퍼지는 반일의 목소리는 그 어느때보다 드높다.

    이러한 상황은 문화·연예계에서도 감지된다. 특히 문화·연예계에서는 '반일' 분위기 속 왜색 지우기와 함께 '극일(克日)'의 메시지가 함께 드러난다.

    ◇ 왜색 지우기 나선 문화·연예계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은 오는 10월 1∼2일 일본 도쿄 신주쿠에 있는 한국문화원에서 '찾아가는 일본 도서전'을 열 예정이었으나 국민감정 등을 고려해 행사 취소를 검토 중이다.

    '찾아가는 도서전'은 출판 관련 세미나와 출판물 수출 상담 등 양국 출판계가 교류하고 한국 출판 콘텐츠 수출을 활성화하기 위한 행사다.

    하지만 최근의 일본과의 관계와 국민 감정 등을 고려해 행사를 연기하거나 '다른 국가'에서 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국내 최초 무술과 액션을 주제로 해 열리는 영화제에서는 반일 감정을 의식해 일본 영화의 초청을 취소했다.

    충북국제무예액션영화제는 일본 영화 '자토이치'를 초청작에서 제외하고, 모티브로 삼았던 공식 포스터를 교체했다.

    오동진 총 감독은 "포스터가 일본 이미지를 갖고 있는 것에 심각하게 부담을 느꼈다"라면서 "영화제 포스터를 바꾸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한일 관계 여러 상황, 외교관계를 감안해 포스터를 교체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토이치'는 워낙 일본색이 강한 작품이기도 하다"라면서 "완성도가 뛰어나지만 그런 측면이 있어서 초청을 제외했고, 이론이 있겠지만 그렇게 결정할 수 밖에 없었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앞서 국립극단도 친일 극작가 임선규의 작품인 '빙화'를 무대에 올리려다 전격 취소했다.

    당초 국립극단은 '근현대 희곡의 재발견' 시리즈를 통해 연극 '빙화'를 무대에 올려 일부 연구자들에게만 알려져 있던 친일 연극의 실체를 수면 위로 드러내고, 비판적 성찰을 통해 부끄러운 역사를 바로 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고자 했다.

    하지만 최근 걷잡을 수 없이 경색되가는 한일 관계 속에서 친일 행적이 뚜렷한 극작가의 작품을 무대에 올리는 것에 대해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나오자 결국 이를 취소했다.

    국립극단 측은 "최근 일본의 경제 보복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와 심려에 공감하며, 본 기획의도를 참작하더라도 해당 작품을 현 시점에 무대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리게 됐다"라고 밝혔다.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 문화·연예계, '반일' 넘어 '극일'로…

    문화·연예계 속 국민들의 메시지는 '반일'을 넘어 '극일'로 대변된다. 일본에 대한 무차별 적 비난이 아닌 야욕을 보이는 아베 정권과 혐한 등을 일삼는 극우 세력을 향한 외침이기 때문이다.

    일례로 한국에서 활동하는 일본 국적의 연예인에 대한 공격을 들 수 있다. 반일 감정이 시작되던 초기에는 이들을 향한 비난의 목소리도 나왔다.

    하지만 일본 아베 정권과 극우 혐한 세력을 미워하되 다른 일본인은 죄가 없다는 대응이 확산되며 이들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는 잦아들었고 응원의 목소리만 남았다.

    문인들도 이러한 분위기에 가세했다.

    문인 단체인 한국작가회의와 한국문인협회, 국제펜한국본부는 지난 8일 연합성명을 내고 "아베 정권은 피해자가 치 떨리는 굴욕의 역사를 반추하려는 듯 '경제 도발'을 했다"면서 "개인의 법적 권리를 국가 폭력적 권위로 억압하려는 아베 정권은 그 행위를 멈춰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문인들은 특히 "아베 정권의 이번 결정은 한국에 앞서 일본 시민들에게도 피해를 주는 가미카제식 자해 행위"라고 강조하며 "일본의 양심적 작가와 지식인, 평화적 시민과 아베 정권의 피해자인 일본 작가들 시민들과 연대한다"라고 밝혔다.

    이들 문인 단체들은 일본문학기행, 설국(雪國)기행, 윤동주 문학기행 등 일본 전역에서 이뤄지는 '문학기행 단체여행'을 중단하기로 했다.

    ◇ 항일, 애국 쏟아지는 문화·연예계

    극장가와 공연계는 '항일'과 '애국'의 콘텐츠가 쏟아지고 있다.

    극장가에서는 영화 '봉오동 전투'가 일제와의 통쾌한 승리를 바탕으로 관객들의 발길을 끌어 모으고 있다. '봉오동 전투'는 개봉 5일 만에 2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순항 중이다.

    또 광복절 당일인 오늘, 서울 정동1928에서는 구한말 일제의 침략에 맞서 대한제국을 지키려는 고종황제의 이야기를 그린 연극이 공연된다.

    연극 '대한제국의 꿈'은 일제 등 외세의 침략이 거셌던 19세기 후반, '을미사변'에서부터 '아관파천', '을사늑약', '헤이그 특사' 등의 사건을 고종황제의 중심에서 보여준다.

    특히 고종황제를 도와 국권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던 엄귀비와 이화학당의 교사로 유관순의 스승이었던 독립운동가 '김란사' 등을 조명해 대한제국 속 여성들의 역할을 조명한다.

    또한 을사늑약을 목숨걸고 끝까지 반대했던 참정대신 한규설과, 이완용을 처단하려다 실패하고 처형된 이재명 의사의 이야기도 담겨있다.

    정동 세실극장에서는 '1919: 세상을 바꾸기 위한 과정의 기록'이 공연 중이다. 지난 7일 개막한 이 공연은 '제2회 항일여성독립운동 추모문화제'의 주제공연으로 오는 18일까지 공연된다.

    공연은 1919년부터 현재까지 근현대사의 사건들을 간추려 에피소드 형식으로 구성됐다. 항일역사의 시간을 상징하는 할머니의 기억을 시작으로 100년의 굴곡진 역사의 현장을 재현한다.

    안중근 의사의 마지막 1년을 집중 조명한 뮤지컬 '영웅'도 호평 속 인기가 이어지고 있다. '영웅'은 조국을 위해 헌신한 애국지사의 면모와 운명 앞에서 고뇌하는 인간 안중근의 모습을 깊이 있게 담아냈다.

    올해로 10주년을 맞이한 '영웅'은 마지막 무대로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21일까지 공연된다.

    여성 독립운동가인 '김마리아' 여사를 조망하는 뮤지컬도 개막한다.

    송파구는 17일 서울놀이마당에서 뮤지컬 '김마리아를 아십니까'를 공연한다. 김마리아 열사는 3.1 운동과 중국 상하이 임시정부 까지 관여한 인물이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은 독립운동가다.

    송파구는 이 점을 착안, 송파의 역사적 인물인 김마리아 열사의 생애와 업적을 널리 알려 독립의 의미와 자유의 소중함을 다시 생각하는 계기를 마련하려 공연을 기획했다.

    코엑스 아쿠아리움도 수중 공연을 통해 '극일'의 메시지를 전한다.

    15일 선보이는 코엑스 아쿠아리움의 특별 수중공연 '환희의 빛'은 광복을 염원하는 독립열사들이 고난과 역경을 헤치고 끝내 조국의 광복을 이루어 낸다는 스토리를 그리며 수중에서 독립군 다이버와 독립열사 싱크로나이즈가 태극기와 함께 광복 퍼포먼스를 펼치는 내용이 담겨있다.

    서울 뿐만 아니라 지역에서도 '항일' 색채의 공연은 계속된다. 경북 안동에서는 저항 시인 이육사의 삶을 조명하는 뮤지컬 '이육사- 한 개의 별을 노래하자'를 공연하고 강원 영동군과 충북 청주는 '위안부'라는 가슴 아픈 이야기를 그린 '꽃신'과 '치마'가 각각 무대에 오른다.

    전시 중단된 평화의 소녀상 (사진=연합뉴스)

     

    ◇ 반일과 극일, 중심에 서 있는 '소녀상'

    한국에서 '반일'과 '극일'의 목소리가 쏟아져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묵묵히 서 있으며 전세계에 일본의 만행을 알리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소녀상'이다.

    일본의 국제예술제 '아이치 트리엔날레'에서의 소녀상 전시 중단 사태는 단순하게 한일 양국의 문제로 귀결되지 않았다.

    위안부 피해자들을 보듬으며 '평화의 상징'으로 대변되는 '소녀상'은 아베 정권에 의해 '반일의 상징'으로 규정됐다.

    표현의 자유를 무참히 짓밟은 일본 정권과 혐한 세력의 자충수로 인해 소녀상은 '평화의 상징'을 넘어서 전 세계에 '저항의 상징'으로 거듭났다.

    이탈리아의 예술가 로자리아 이아제타(Rosaria Iazzetta)가 SNS에 제안한 '내가 소녀상이다' 퍼포먼스는 삽시간에 전세계로 퍼져나가며 수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이끌어냈다.

    일본 내부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일본의 예술가들도 "표현 활동이 폭력과 협박으로 억압되는 일은 있어서는 안된다"고 지적하며 아베 정권을 향한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고, 일본 시민들은 자발적으로 '작은 소녀상' 캠페인을 벌이기 시작했다.

    급기야 14일 미국 단체가 '아이치 트리엔날레'의 전시를 중단했는데, 그 원인으로 '소녀상 전시 중단 사태'에 대한 항의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현지 언론의 보도까지 나왔다.

    결국 국제 예술제로 발돋움 하려던 '아이치 트리엔날레'는 표현의 자유와 침해 그리고 검열이라는 오명만 남기며 빛을 발하게 됐다.

    과거 조선을 식민지로 만든 일제는 전범국가로 세계를 향한 전쟁을 일으킨다. 하지만 미국이 투하한 원자폭탄 두방에 의해 결국 패망하게 되고 조선은 광복한다. 74년이 지난 지금의 광복절은 이 같은 의미를 다시 곱씹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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