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시 공무원들이 마산음악관 내 선구자 악보를 철거하고 있다. (사진=창원시 제공)
경남 창원에 위치한 마산음악관에 친일작곡가인 조두남의 흉상과 악보가 전시되면서 거센 반발이 일자, 창원시가 부랴부랴 철거에 나섰다.
열린사회 희망연대, 적폐청산과 민주사회건설 경남운동본부가 6일 창원시 창원시립 마산음악관 앞에서 조두남 기념물 철거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창원시는 올해 5월 지역 출신 음악인들을 소개하는 마산음악관을 리모델링하면서 조두남 관련 기념물을 보강했다. 이 과정에서 조두남의 흉상과, 대표작인 선구자의 악보가 다시 전시된 것이다.
시민단체들은 "간판은 마산음악관인데 내용은 조두남 기념관이다"며 "조두남은 민족문제연구소가 펴낸 친일인명사전에 이름이 올라있는 명백한 친일인사다. 지역에 독립투사 흉상조차 하나도 없는데, 시민 세금으로 친일 인사를 기리는 것이 말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어 "선구자의 원래 제목은 '용정의 노래'다. 조두남이 곡을 쓰고 역시 친일인명사전에 올라있는 만주국 친일시인 윤해영이 글을 쓴 노래"라며 "조두남이 해방 후 귀국하면서 창작배경 등을 조작해 친일인사가 만든 친일 색 짙은 곡인 '선구자'를 마치 항일노래인 것처럼 대국민 사기극을 벌여왔다"고 설명했다.
마산음악관 내 친일작곡가 조두남의 흉상과 밀랍인형이 모두 철거됐다. (사진=창원시 제공)
단체들은 조두남 흉상과 밀랍 모형을 철거하고 선구자 악보와 영상음악을 즉각 철거하라고 촉구했다.
조두남은 해방 후 마산에 정착하기 이전 일본이 만주에 세운 괴뢰국가인 만주국에서 작곡가로 활동하며 징병제 등 일본을 찬양하는 가요를 보급하는 등 반민족 친일행적이 뒤늦게 드러났다.
앞서 지난 2003년 옛 마산시는 조두남음악관을 개관했지만, 조두남의 친일행적과 관련한 시민사회의 거센 비판에 부딪혀 명칭을 마산음악관으로 바꿨다.
논란이 커지자, 창원시는 문제가 된 조두남 기념물인 흉상과 밀랍인형, 선구자의 악보를 곧바로 철거했다.
또, 선구자와 관련된 용두레 우물모형과 일송정, 기증석 등도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해 정비하거나 철거하기로 했다.
시민사회단체들은 이같은 조치에 환영했다. 열린사회희망연대 김영만 대표는 "일단 즉각적인 조치에는 환영한다. 조두남 기념물이 철거되지 않았으면, 마산음악관 폐쇄 등 더욱 거센 비판에 직면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이같은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마산음악관의 활용방안을 다시한번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밝혔다.
창원시 관계자는 "향후 마산음악관은 기존에 알려지지 않았던 지역 음악인을 발굴해 전시하고, 각종 음악 관련 자료를 비치하는 등 음악교육의 장으로 이용될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