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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라고 부르지 말아주세요" 보호인가, 차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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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다문화라고 부르지 말아주세요" 보호인가, 차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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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납세 등 국민의 의무 다하는데 무임승차자 취급
    화합의 말 '다문화', 낙인과 차별의 대명사로 변질
    구성원 간 갈등 완화보다 '시혜'에 방점 찍은 정책
    "동등한 상호존중 없이 좋은 결과 낼 수 없다"

    지난달 25일 전북 익산시청 앞에서 열린 정헌율 익산시장 사퇴 촉구 기자회견에 참여한 이주여성들이 '당장은 인권교육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취지로 말한 정 시장을 향해 소리치고 있다. 본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 없음. (사진=김민성 기자/자료사진)
    "'다문화'라는 말 자체도 사실 차별인데, 정치인들이 이러면 차별이 얼마나 더 커지겠어요."

    지난달 28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민주평화당 중앙당사. 정헌율 전북 익산시장에 대한 규탄 집회가 끝나고, 결혼이주여성 십수명이 정 시장의 소속 정당인 평화당에 항의 방문했다.

    평화당의 사후조치 촉구가 대화의 큰 줄기로 이어지던 중 한 여성이 '다문화가족'이라는 단체 명사에 대한 불편함을 제기하며 분위기가 달라졌다. 이들은 대한민국 국적자로서 납세·국방·근로·교육 등 국민의 의무를 다하고도 무임승차자 취급을 받고 있다며 사회적 시선을 비판하기 시작했다.

    지난달 28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민주평화당 중앙당사를 항의 방문한 이주여성 시민·사회단체 대표들이 평화당 당직자와 대화하고 있다. (사진=김민성 기자)
    본래 '다문화'는 상호 존중의 뜻에서 만든 신조어다. 지난 2004년 4월, 30여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건강가정시민연대가 '혼혈아' 대신 '다문화가정 2세'로 고쳐 부르자고 주장한 게 그 시작이었다. 화합의 가치를 담고 있던 말이 불과 15년여 만에 낙인과 차별을 상징하는 대명사로 전락한 것이다.

    빅데이터 분석 사이트 'SOMETREND'에 따르면, 지난달 30일부터 최근 한 달간 '다문화'라는 단어는 온라인상에서 걱정되다, 힘들다, 황당하다, 범죄, 불법 등 상당한 경우 부정적인 감성어와 함께 사용됐다.

    상당한 경우 부정적인 감성어와 함께 사용되는 용어 '다문화'. (사진=빅데이터 분석사이트 SOMETREND 캡처)
    이런 상황을 인지한 경기 안산시는 지난해부터 '다문화' 대신 '외국인 주민'이라는 명칭을 쓰기로 했다. 더불어민주당 다문화위원회는 세계인의 날인 지난 5월 20일 시민 4천여 명의 서명을 받아 '다문화라는 단어를 사람을 지칭할 때 쓰지 말자'는 취지의 진정서를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출한 상태다. 일각에서는 '다문화가족지원법'의 법률 제명까지 바꿔야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그러나 안산시가 내놓은 해법은 한국 국적자까지 '외국인'으로 부르는 형용모순의 문제를 안고 있다. 또, '다문화가족' 대신 다문화가족을 지칭할 대체어도 아직 사회적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는 한계가 있어 이러한 고민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다문화'의 사전적 의미는 '한 사회 안에 여러 민족과 문화가 섞여있는 현상'이다. 한민족의 문화를 비롯해 어떤 다른 문화도 옳고 그름을 판별하는 기준이 될 수 없는, 말하자면 상대주의를 띈 표현인 셈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다문화 가족'을 양쪽 부모가 소위 순수 한국인이 아닌 가족으로 규정한다. 다문화가족지원법 본문 제2조는 다문화 가족을 결혼이민자와 귀화 허가를 받은 자, 한국 국적을 취득한 자로 정의하고 있다. 이로 인해 한국의 다문화는 한민족의 문화에 그 외 다른 문화가 곁따라 병존하는 것으로 재정의된다.

    그 결과 현행 다문화 가족 정책은 여러 문화의 조화와 사회적 통합보다는 한민족이 아닌 이들의 사회 적응 지원에 그 무게중심이 실리게 된다는 게 관련 학계 안팎의 시각이다.

    (사진=제3차 다문화가족정책 기본계획 2019년도 시행계획 발췌)
    여성가족부가 발간한 '제3차 다문화가족정책 기본계획 2019년도 시행계획'에 따르면 우리 정부는 다문화가족 정책 과제를 5가지로 분류하고 있다.

    이중 4번째 항목인 '상호 존중에 기반한 다문화 수용성 제고'는 교육이나 미디어 환경 조성을 통해 다문화사회 모든 구성원의 다문화 감수성을 높이기 위한 과제다. 그러나 올해 중앙행정기관이 세운 관련 예산은 약 66억원으로 지난해보다 절반 이하로 줄었다. 지방자치단체의 관련 총예산은 약 5.8% 느는 데 불과했다.

    그동안 다문화가족 지원예산 총액이 증가해온 건 사실이다. 장기 정착한 다문화 가족이 꾸준히 늘면서다. 하지만 일부 원주민들은 이를 특정 집단에 대한 특혜로 인식하고 있다. '다문화'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쉽지 않은 이유다.

    서울대 사회학과 정진성 명예교수는 "지금은 한민족이 다른 문화와 처음 사는, 일종의 시험단계"라며 "정책의 범위를 일반 국민으로 범위를 넓혀서 차분히 장기적인 관점으로 준비해야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다문화 정책의 출발이 다문화가족의 인권보다는 노동·결혼 등 이주 배경에 초점을 맞췄던 탓에 사회적 차별이 이어진다는 분석도 있다. 특히 결혼이주여성 정책을 혈통적으로, 또 좁은 의미의 가족적으로 접근해 문제를 키웠다는 지적이다.

    서울대 여성연구소 황정미 객원연구원은 "'다문화 가족들이 힘드니까 보호해주겠다, 잘해주겠다' 이런 것만으로는 평등한 다문화 사회가 될 수 없다"며 "동등한 상호 존중 없이는 (정책으로) 좋은 결과를 낼 수 없다"고 제언했다.

    정헌율 전북 익산시장이 다문화가족 자녀들을 가리켜 잡종강세·튀기 등 인종차별적 발언을 쏟아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습니다. 정 시장은 사죄와 함께 인권교육을 받았고, 익산시를 비롯한 몇몇 지방자치단체들은 다문화가족 정책 발굴에 나섰습니다. 정치권에서도 선거 입후보자에 대한 교육 프로그램을 준비하는 등 자성의 목소리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논란은 일단락됐지만 우리는 정 시장 사태를 계기로 우리 사회에 상존하는 무형적 차별의식을 재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CBS노컷뉴스가 한국사회와, 그 속에서 함께 사는 다문화가족들의 삶을 들여다보는 기획을 세 차례에 걸쳐 보도합니다. [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①여전한 편견…다문화가족, 고난 뒤에 꽃피울까
    ②"여기 시골학교는 절반이 다문화학생입니다"
    ③"다문화라고 부르지 말아주세요" 보호인가, 차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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