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박기웅(왼쪽부터), 차은우, 신세경, 이지훈, 박지현이 17일 오후 서울 마포구 MBC사옥에서 열린 수목드라마 ‘신입사관 구해령’ 제작발표회에 참석해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조선에 남자들만의 전유물이었던 관원, 그중에서도 왕의 곁에서 모든 것을 기록하는 사관 중에 '여자 사관'이 있었다면 조선과 19세기는 지금 역사책 속에 기록된 모습과 달라졌을까.
MBC 새 수목드라마 '신입사관 구해령'(연출 강일수·한현희, 극본 김호수)은 조선의 첫 문제적 여사(女史) 구해령(신세경 분)과 반전 모태솔로 왕자 이림(차은우 분)의 '필' 충만 로맨스 실록을 담은 '팩션 사극'이다.
17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사옥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강일수 감독은 드라마에 대해 "이 드라마는 19세기 초, 과거를 통과한 구해령을 비롯한 네 명의 여인들이 궁궐로 들어가서 사관으로 성장하는 이야기"라며 "조선의 젊은 여인들이 자신의 삶을 주체적이고 적극적으로 살아가려고 노력하는 이야기, 그 과정에서 자신의 사랑을 찾아가는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강 감독은 해당 드라마에 탄생에 대해 "첫 기획은 7~8년 전이다. 중종실록 14년 기록을 보면 신하들이 왕을 압박하기 위해 중종에게 여사를 제안했으나, 중종이 이를 거절하는 내용이 있다"라며 "그때 여사(女史) 제도가 조선의 시행되면 재밌겠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배우 신세경과 차은우가 17일 오후 서울 마포구 MBC사옥에서 열린 수목드라마 ‘신입사관 구해령’ 제작발표회에 참석해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그는 "19세기를 배경으로 한 것은, 19세기는 조선이 100년의 암흑기로 들어가는 시작점이다. 이 시기에 조선사에 변화가 있었으면 어땠을까 싶었다"라며 "젊은 사람들이 바깥 세계에 눈을 뜨고, 서양 기술문명에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자기 삶을 살았으면 조선이 변하지 않았을까 생각했다. 그런 생각의 출발이 '여사'라는 새로운 콘셉트였다"라고 덧붙였다.
극의 중심에 있는 인물 구해령(신세경 분)은 예문관 권지(權知, 지금으로 치면 '인턴') '여사(女史)'다. 구해령은 인물 소개에서도 알 수 있듯이 19세기 한양의 문제적 인물이다. 취미는 서양 오랑캐 서책 읽기에 존경하는 인물은 갈릴레오 갈릴레이다. 어린 시절을 청나라에서 보내 세상에 호기심 많은 자유로운 영혼이자 할 말은 하고야 마는 '조선판 걸크러시'를 선보일 인물이 바로 '구해령'이다.
구해령 역을 맡은 배우 신세경은 그간 작품에서 선보였던 것처럼 이번에도 주체적인 캐릭터를 맡았다. 신세경은 "캐릭터 하나만 놓고서 작품을 선택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여러 면모를 파악해서 선택하는데 공교롭게도 흥미롭게 읽은 여성 캐릭터가 주체적 여성 캐릭터였다는 공통점이 있는 거 같다"라고 말했다.
배우 박기웅과 박지현이 17일 오후 서울 마포구 MBC사옥에서 열린 수목드라마 ‘신입사관 구해령’ 제작발표회에 참석해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신세경은 "이 작품 준비하기 위해서 다른 어떤 외적이고 물리적인 부분도 준비했지만, 다른 것보다 조선시대에서 우리가 일반적으로 들어서, 보아서 알고 있던 여성의 삶과 다른 면모를 그려내야 하는 드라마"라며 "그래서 이전 사극이나 역사에서 배운 것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생각을 하고,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생각하려 많이 노력했다"라고 말했다.
생애 첫 사극에 왕위 계승 서열 2위 도원대군 이림 역을 맡은 차은우는 "현장에서 감독님과 오래 준비하기도 했고, 선배님들과 현장에서 조언도 많이 받고 잘 알려주셔서 하나하나 성장해가고 배워가는 느낌"이라며 "이림은 굉장히 고독하고 상처가 있는 친구다. 그런 이림이 어떻게 성장해나가는지는 드라마를 통해서 보여드리도록 하겠다. 재밌게 지켜봐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배우 차은우와 박기웅이 17일 오후 서울 마포구 MBC사옥에서 열린 수목드라마 ‘신입사관 구해령’ 제작발표회에 참석해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왕위 계승 서열 1위의 왕세자 이진 역을 맡은 박기웅은 "예전 사극에서는 자기의 소리를 못 내는 캐릭터가 많았다. 나는 내 소리를 어느 정도 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인물이다 보니, 작품이 하고자 하는 소리를 내가 대변하는 경우도 있다"라며 "그런 부분 놓치지 않으려고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드라마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에 대해 강일수 감독은 "임금이나 권력가는 사관의 존재 자체를 굉장히 두려워했다. 자신의 행동과 말이 어떻게 기록되는지 늘 궁금해한다. 권력은 끊임없이 사초 내용 궁금하고, 사관은 사초의 내용을 공개할 수 없다"라며 "거기서 오는 긴장감, 그리고 지금보다 더 민주적인 시스템을 가진 조선시대 왕과 대신과, 왕을 견제하는 삼사의 대간들, 사관들 사이 긴장감과 견제가 드라마에서 보일 것이다. 지금의 정치와 이런 부분을 반추해 볼 수 있는 에피소드가 계속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MBC 새 수목드라마 '신입사관 구해령'은 17일 오후 8시 55분 첫 방송한다.
MBC 새 수목드라마 '신입사관 구해령' 포스터 (사진=MBC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