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0월 7일 열린 춘천 레고랜드 착공 보고회.(사진=강원도 제공)
시공사 재선정 문제와 강원도가 최대 주주인 강원중도개발공사(GJC) 자본금 고갈 등 잡음이 이어지고 있는 강원도 춘천 레고랜드 테마파크 사업이 사업비 감소에 따른 투자금 분담 적정성을 놓고 또 다른 논란을 빚고 있다.
강원도와 GJC에 따르면 당초 2600억원으로 알려졌던 춘천 레고랜드 테마파크 사업비가 지난해 말 시행권이 멀린사로 넘어간 뒤 1384억원 수준으로 크게 낮아졌다.
멀린사는 지난해 말 투자 확대를 약속하고 춘천 레고랜드 테마파크 시행권을 GJC로부터 넘겨받았다.
지난해 12월 17일 강원도의회 동의를 받은 총괄협약(MDA) 상에는 멀린의 투자는 호텔 400억원 외에 1800억원, GJC는 800억원을 들여 레고랜드 테마파크를 준공하기로 명시했다.
하지만 최근 강원도와 GJC가 확인한 결과 멀린의 라이드(놀이시설) 설치 계약금은 295억원, 새로 선정한 시공사 현대건설과의 레고랜드 테마파크 공사계약금은 1089억원으로 전체 금액이 1384억원이었다.
MDA에 따라 GJC는 이미 200억원을 투자했고 잔금 600억원을 빠르면 다음 주 중에 추가 납입할 예정이다.
반면 멀린사의 대응 투자계획은 외부로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아 '무늬만 투자 확대'라는 비판과 강원도, GJC 부담만 가중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신영재 강원도의원은 "걱정했던 일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라며 "결국 강원도가 보증해 빌린 GJC 자금으로 대부분의 공사를 마무리하고 이익은 멀린사가 가져가는 구조가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나철성 강원평화경제연구소장도 "놀이시설을 뺀 테마파크 공사는 사실상 강원도, GJC 투자금만으로도 공사를 완료할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라며 "공유재산을 활용한 사업 시행권과 운영권도 다 넘겨주고 투자금도 상당 부분 전담하는 사업 구조는 정상으로 볼 수 없다. MDA 재협상 논의가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춘천 레고랜드 테마파크 조감도.(사진=강원도 제공)
멀린사 국내 업무를 담당하는 레고랜드 코리아 관계자는 "당초 9개 권역이었던 테마파크가 6개로 조정되면서 사업비가 줄어든 측면이 있지만 테마파크 특성상 다양한 부대시설이 추가로 필요한만큼 전체 사업비와 분담 비율이 급변하지는 않는다"며 "개장 예정일인 2021년 5월까지 2600억원 전액은 사업에 반드시 투자되고 강원도, GJC에도 이를 확인시켰다"고 해명했다.
강원도와 GJC는 재조정된 사업비 1384억원은 MDA에서 규정했던 레고랜드 테마파크 사업비 2600억원의 53.2% 수준에 해당한다며 이를 확약 위반으로 규정하고 문제를 제기했지만 멀린, 레고랜드 코리아측과 의견 절충을 이룬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레고랜드 테마파크 사업 속도를 높이기 위해 GJC에 잔금 600억원 납입을 지시했지만 GJC 안에서는 자본금 잠식과 전 시공사 STX 건설과의 손해배상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는 점을 고려해 신중한 결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원도의회 업무보고와 행정사무감사에 따르면 강원도 보증으로 빌린 GJC 사업비 2050억원 가운데 현재 잔액은 600억원대로 집계됐다. 레고랜드 테마파크 분담 잔금 600억원을 지급하고 나면 GJC 잔고는 바닥을 드러내게 되는 상황이다.
강원도는 오는 8월부터 테마파크 주변부지 매각에 속도를 내 자본금을 확충해 나가겠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