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배너 닫기

전체메뉴보기

北, 또다시 '통미봉남'…4차 남북정상회담 '경고음'



통일/북한

    北, 또다시 '통미봉남'…4차 남북정상회담 '경고음'

    북미대화에 '참견 금지' 선언, 문 대통령도 비판…북미 해빙 속 이상기류
    '남한 패싱' 기류 계속되면 金 서울 답방·정상회담 문턱 높아질 가능성
    한미공조 고수-유연한 접근 갈림길…文 '영변 폐기로도 불가역적' 발언 주목

    (사진=한국사진공동취재단/자료사진)

     

    북한이 최근 북미대화 재개 가능성이 높아진 것과 관련, 남측에 대해 '참견 금지'를 선언한데 이어 이례적으로 문재인 대통령도 비난하고 나서 남북관계에 적신호가 켜졌다.

    북한은 27일 외무성 권정근 미국담당 국장의 담화를 통해 "조미관계를 '중재'하는 듯이 여론화하면서 몸값을 올려보려 하는 남조선 당국자들에게도 한마디 하고싶다"며 우리 정부의 중재자론을 다시 비판했다.

    담화는 "조미(북미) 대화의 당사자는 말 그대로 우리와 미국이며 조미 적대관계의 발생 근원으로 보아도 남조선 당국이 참견할 문제가 전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가 미국에 연락할 것이 있으면 조미 사이에 이미 전부터 가동되고 있는 연락통로를 이용하면 되는 것이고 협상을 해도 조미가 직접 마주앉아 하게 되는 것만큼 남조선당국을 통하는 일은 절대로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북한 대남선전매체인 '우리민족끼리'는 심지어 문재인 대통령을 직접 겨냥해 비판하기도 했다.

    이 매체는 문 대통령이 현 교착국면의 책임이 북한에 있는 것처럼 여론을 호도했다고 한 뒤 "비난을 모면해보려는 궁색한 변명"이라고 주장했다.

    문 대통령이 지난 14일 스웨덴 의회 연설에서 "북한은 완전한 핵 폐기와 평화체제 구축 의지를 국제사회에 실질적으로 보여 줘야한다"고 말한 것을 트집 잡은 것이다.

    이 매체는 "어처구니없는 발언" "아전인수격의 생억지" "미국 상전의 눈치" 등의 날선 표현도 동원했다.

    비록 문 대통령을 거명하지 않은 채 '남조선 당국자'로 대치했고 공식성이 약한 대남매체를 이용하긴 했지만 북한이 문 대통령을 직접 비판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북측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평양 방문에 이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 공개를 계기로 대화 무드가 시작되려는 찰라 대남공세를 가한 것도 다소 예상 밖이다.

    남측이 불가피하게 대북제재 국제공조에 나서고는 있지만, 팽팽한 찬반여론을 무릅쓰고 대북 식량지원을 결정하는 등 나름대로 성의 표시를 해온 마당이었다.

    북측은 또, 최근 고 이희호 여사의 서거 때 조문단 파견에는 못 미쳤지만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을 판문점으로 보내 극진한 조의를 표했다.

    북미관계와 달리 남북 간에는 이미 세 차례의 정상회담을 통해 기본적 신뢰가 깔린 것으로 여겨져 왔다.

    (사진=자료사진)

     

    하지만 북한은 지난 4월 문 대통령의 남북정상회담 제의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했고, 이달 말 한미정상회담 전 '원포인트' 회담 제의마저 끝내 거부했다.

    우리 정부는 남북회담을 미리 열어 북측의 진의를 미국 측에 전달함으로써 북미대화를 진전시키는 중재·촉진자 역할을 기대했다.

    다만 상황이 여의치 않자 북중 정상회담을 통해서라도 대화 재개의 마중물이 되기를 기대하며 중국 측과 조율했고 결과적으로 성공했다.

    하지만 정작 북한은 북미대화에 대해 "남조선 당국이 참견할 문제가 전혀 아니"라고 정색하며 선을 그었다. 한미정상회담을 위한 '징검다리 회담' 제의에 대한 뒤늦은 답장인 셈이다.

    문제는 이 같은 북한의 '남한 패싱' 기류가 4차 남북정상회담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향후 북미관계가 호전돼 3차 북미정상회담이 열린다 해도, 4차 남북정상회담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서울 답방이 약속대로 성사된다는 보장은 아무 데도 없다.

    북한은 외무성 국장 담화 형식을 빌리긴 했지만 북미 간 연락라인이 계속 가동 중인 사실을 공개하며 "남조선 당국을 통하는 일은 절대로 없을 것"이라고 했다.

    지난 2018년 6월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성사를 위해 문 대통령의 중재 역할에 전적으로 의존했던 것과는 180도 달라진 모습이다.

    북미 정상의 친서 교환을 통해서도 드러났듯 양측의 물밑접촉이 수시로 이뤄지고 있는데다 중국이 또 다른 중재자로 나서면서 아쉬울 게 없어진 것이다.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 4월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오지랖 넓은 중재자, 촉진자 행세'를 비판한 것이 그 신호탄으로 볼 수 있다.

    여기에는 하노이회담 실패 책임의 상당 부분을 남측으로 전가함으로써 북한 내부의 동요와 불만을 다스리기 위한 의도도 엿보인다.

    결국 북한의 이런 '신(新) 통미봉남' 기조가 계속될 경우 4차 남북정상회담의 전제 요구조건은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다.

    남한은 어차피 '미국 상전의 눈치'만 볼 것 아니냐면서 북미 직거래를 우선하고 남북회담은 부차적으로 대할 공산이 크다.

    따라서 우리 정부로선 북미 간의 달라진 환경 속에서도 변함없는 한미공조를 고수하느냐, 아니면 보다 유연한 대북 접근에 나서느냐 하는 갈림길에 서게 됐다.

    이와 관련, 문 대통령이 26일 비핵화의 불가역적 기준을 '영변 핵시설의 완전폐기'라고 밝혀 미국 측과 시각차를 드러낸 점이 주목된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남북관계는 그 자체로서 특별함을 갖고 접근해야 하는데 비핵화나 북미관계의 디딤돌이 되고자 했던 것이 오산이었다"며 "차제에 편파적 중재자가 아닌 당당한 당사자 역할로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시각 주요뉴스


    Daum에서 노컷뉴스를 만나보세요!

    오늘의 기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댓글

    투데이 핫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