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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한국 교회 대표'라는 말에 놀아나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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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칼럼]'한국 교회 대표'라는 말에 놀아나서는 안된다

    [구성수 칼럼]

    전광훈 목사. 자료사진

     

    “한기총은 문재인 대통령이 올해 연말까지 하야할 것과 내년 4월 15일 총선에서 대통령선거와 개헌헌법 선거를 실시할 것을 요구하는 바입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가 대표회장인 전광훈 목사 명의로 지난 5일 홈페이지에 올린 ‘시국선언문’이다.

    “자랑스러운 자유민주주의 국가인 대한민국이 문재인 정권으로 인하여 종북화, 공산화되어 지구촌에서 사라질지도 모르는 위기를 맞이했다”는 것이 이유이다.

    구체적으로는 “대한항공을 해체하고 삼성과 그 외 기업들을 사회주의적 기업으로 만드는데 혈안”이 되어 있고 “급격한 최저임금 상승, 4대강 보 해체 및 민노총과 전교조, 언론을 부추겨 사회주의 혁명을 이루려고 하는 시도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치권은 크게 요동쳤다.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은 “종교지도자로서 넘지 말아야할 선을 넘었다”고 일제히 비판하고 나섰다.

    ‘내란선동형 망언’이라며 전 목사에게 “한기총 대표회장에서 사퇴할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청와대는 “언급할 가치가 없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자료사진

     

    문 대통령 하야’발언은 어느날 갑자기 나온 것은 아니다.

    전광훈 목사는 그동안 그에 필적할 만한 막말을 마구 쏟아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지난해 11월 극우 시민단체 집회에서는 문 대통령을 간첩으로 몰면서 “대한민국을 간첩에게 맡길 수 없다”는 발언을 아무런 거리낌없이 내뱉었다.

    올 초 한 설교에서는 “국회를 다 빨갱이가 차지하고 있다”며 “내년 4월 15일 총선에서 빨갱이 국회의원들 다 쳐내버려야 된다”고도 했다.

    정치인도 쉽게 할 수 없는 막말이다.

    그렇지만 지금까지 이러한 막말은 교계 내에서만 문제가 돼왔다.

    ‘한기총 정상화를 위한 임원 및 회원 교단장 비상대책위원회’는 ‘하야’발언이 있기 전인 지난 3일 기자회견을 열고 전 목사의 ‘한기총 대표회장직 즉각 사퇴’를 촉구했다.

    “공인으로서 지도자의 덕목과 자질을 갖추지 못하고 혐오적인 발언과 극단적인 막말을 하여 한기총과 한국교회, 대한민국에 폐악을 끼쳤다”는 것이다.

    전 목사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막말 퍼레이드를 이어가면서 ‘문 대통령 하야’발언까지 나간 것이다.

    이번 발언이 문제되면서 정치권 등이 주목한 것은 한기총 대표회장이라는 전 목사의 타이틀일 것이다.

    한기총이라고 하면 이름처럼 한국 교회를 대표하는 조직으로 생각하기 쉽다.

    이번에 전 목사도 시국선언문에서 한기총이 “6만 5천 교회 및 30만 목회자, 25만 장로, 50만 선교가족을 대표”한다고 표현했다.

    이대로라면 한기총이 한국 교회를 대표하는 것이 맞지만 이것은 사실이 아니다.

    한기총은 2010년대 초까지만 해도 한국 교회 대부분의 교단과 주요 기독교 단체들이 소속된 기독교 최대 연합단체였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 이후 한기총이 정치화·사조직화하면서 기독교 내부의 신뢰를 잃어가고 있는 가운데 대표회장 선거와 관련해 금권선거 실태까지 드러나면서 범기독교 진영에서 한기총 해체운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 결과 예장 통합을 비롯한 주요교단과 기관들이 한기총을 탈퇴하거나 ‘행정보류’상태로 정식 활동을 하지 않고 있어 현재 한기총에는 일부 군소 교단과 단체들만 남아있다고 할 수 있다.

    한국교회 전체로 보면 적어도 교인 60~70%는 한기총과 연관이 없는 셈이다.

    현재 한기총은 “이단으로 판정받은 단체들의 지위 세탁 공간이나 개인적인 정치욕망이나 극단적인 이념 전파를 위해 기독교의 이름을 이용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활동무대가 되어버렸다”는 비판까지 받고 있다.

    그런 만큼 전 목사나 한기총의 움직임을 보면서 한국교회 전체의 움직임으로 보고 대응하는 것은 잘못 짚은 셈이다.

    이것은 사실상 껍데기만 남아 별다른 영향력이 없는 한기총이나 그 수장을 필요이상으로 부각시키게 된다.

    이를 잘 알고 있는 전 목사가 자신의 정치욕을 위해 대정부 투쟁이나 굉장히 자극적인 이슈를 건드리면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는 추측도 나온다.

    정치권에서는 이런 노림수에 당하지 않기 위해 한기총의 실상을 정확히 알고 대응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여야를 막론하고 한기총의 활동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도 자중해야 할 것이다.

    건전한 신앙생활을 하는 대부분의 일반 기독교인 입장에서는 자신이 속하지도 않은 기독교 단체 대표의 망언으로 도매금으로 넘어가 욕을 먹는 피해를 당하고 있다.

    인터넷 댓글에서는 많은 기독교인들이 ‘부끄럽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스스로 ‘한국교회를 대표한다’고 하면서 전 목사와 한기총이 한국 교회와 교인을 이런 지경으로 몰아가는 것이야말로 부끄러운 일이다.

    전광훈 목사와 한기총의 깊은 자성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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