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임시 주주총회 장소 변경 안내문이 31일 오전 노조원들에게 고지됐다. (사진=이상록 기자)
극심한 노사 대립을 불러일으킨 현대중공업 법인 분할(물적 분할) 문제가 회사의 기습 주주총회 강행으로 일단락됐다.
그러나 현대중공업 노조는 법률적 하자를 지적하며 법인 분할 무효를 주장하고 있어 노사 간 갈등은 한동안 계속될 전망이다.
현대중공업 노조와 민주노총 조합원 수천여명이 농성을 벌이고 있던 31일 오전 7시40분쯤 울산 동구 한마음회관 주변 도로에는 500여명의 인파가 모습을 드러냈다.
전날 회사의 예고대로 주주와 주총 준비요원, 질서 유지요원 등은 임시 주주총회를 열기 위해 한마음회관 진입을 시도했다.
노조는 강하게 반발했고, 회사는 진입에 실패했다.
이후 양측 인원은 도로를 따라 길게 늘어선 채 대치했다.
언제든 물리적 충돌이 일어날 수 있는 일촉즉발의 상황.
대치가 이어지던 오전 10시30분쯤 회사 측 임원 5~6명이 또다시 농성장을 찾았다.
이들은 침묵으로 일관하며 10여분 동안 노조와 대치했다.
그런데 그때 확성기를 통해 "주주총회 장소가 울산 남구 울산대학교 체육관으로 변경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수천명의 현대중공업 노조와 민노총 조합원들은 황급히 울산대로 향했다.
같은 시각, 울산대학교 체육관에서는 법인 분할을 위한 주주총회 준비가 착착 진행됐다.
체육관을 경찰 기동대와 회사 측 인원들이 봉쇄한 가운데 주주들은 체육관에 진입했고, 즉시 주주총회가 열렸다.
법인 분할 안건은 10여분만에 통과됐다.
현대중공업 주주총회가 열린 31일 현대중공업 노조원들이 울산대학교 체육관을 둘러싼 채 항의하고 있다. (사진=이상록 기자)
주주총회장 변경 소식을 듣고 뒤늦게 울산대를 찾은 현대중공업 노조와 민주노총은 "주총이 날치기로 처리됐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현대중공업 노조와 민주노총은 이번 주주총회와 법인 분할은 중대한 절차 위법으로 무효라는 입장이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법률원은 "관련 법에 따라 주주총회에 참석하려는 주주들에게 차질이 발생하지 않도록 적어도 시간과 장소는 충분히 사전에 고지돼야 한다"며 ""그러나 오늘 현대중공업은 이를 지키지 않고 주총을 진행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다수 소수 주주가 주주총회 장소와 시간을 제대로 통지받지 못했고, 당연히 주주총회에 참석할 수도 없었다"며 절차의 위법을 주장했다.
나흘째 전면파업을 벌이고 있는 현대중공업 노조는 다음달 3일에도 파업을 이어가는 한편 추후 대응 방안에 대해 논의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