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주미 대사관 직원들의 한미정상간 통화내용 유출과 관련해 대국민사과를 했다.
29일 을지태극 국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전시대비 및 국가재난 관리 역량 강화 필요성을 강조한 뒤에 "외교부 기밀 유출 사건에 대해 한 말씀 드리겠다"며 "변명의 여지없이 있어서는 안될 일이었다. 정부로서는 공직자의 기밀 유출에 대해 국민들께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외교적으로 민감할 수 있는 정상간의 통화내용까지 유출하면서 정쟁의 소재로 삼고, 이를 국민의 알권리라거나 공익제보라는 식으로 두둔하고 비호하는 정당의 행태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자유한국당을 강하게 비판했다.
대통령이 국정과 관련해 대국민사과를 하는 것은 가벼운 일이 아니다. 최고 통치권자의 대국민사과는 국정 실패나 실수를 인정하는 것으로 비쳐지기 때문이다.
사과가 잦으면 국정 수행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봐야 한다. 역대 정권들이 야당의 공세가 아무리 거세더라도 대국민사과를 쉽게 하지 않은 것도 같은 이유다.
문 대통령의 발언 맥락을 보면 자유한국당을 비판하기 위해 먼저 대국민사과를 한자락 깔고 들어간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자유한국당에 대한 비판과는 별개로 "이 번 사건을 공직기강을 바로 세우는 계기로 삼아달라"며 외교부에 강력한 경고를 보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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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까지 나서서 직접 대국민사과를 하게 만들었다면 문제를 일으킨 외교부는 초상집 분위기일 것으로 짐작되겠지만 29일 외교부는 무슨 일이 있었느냐는 듯 평온했다.
마치 전날 통화내용을 유출한 주미 대사관의 외교관 K씨와 강효상 의원에 대한 형사고발 방침, K씨 등 대사관 직원 3명에 대한 중징계 요구 방침 결정으로 할 일을 다 했다는 뉘앙스다.
특히 강경화 장관은 외교부의 잇따른 기강해이 논란 끝에 빚어진 이 번 한미정상간 통화내용 유출 건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지난 26일과 27일 대책회의에서 "온정주의를 앞세워서는 안 된다", "신속하고 엄정하게 응당한 조치를 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진게 전부다.
앞서 지난 24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주 OECD 한국대표부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민의 신뢰가 무너져 장관으로서 책임감을 느낀다"며 자신의 리더십도 되돌아보고 있다고 말하기는 했다.
일부에선 한미관계에 미칠 파장 등 사안의 심각성에 비해 외교부가 실무급 직원들만 처벌해 '꼬리 자르기'로 대응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미 외교부는 기강이 해이해질대로 해이해졌는데 책임은 실무자만 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 달에는 한-스페인 차관급 회담장에 구겨진 태극기를 세워놓아 안팎으로 망신을 샀지만 과장만 문책 당했다.
강 장관 책임론은 여권 내부에서도 제기되고 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도 29일 강 장관 책임론이 제기되는데 대해 "일단 외교부 징계위에서 해당 외교관에 대해 어느 정도로 징계가 결정될지 아직 결론 나지 않았다"며 "그게 결정되면 추후에 궁리해야 할 사항"이라고 말해 가능성을 열어뒀다.
한 전직 고위 외교관은 "정상끼리 통화할 때 비화기를 쓰는 이유가 기밀을 유지하기 위한 것인데 외교관이 유선으로 야당 의원에게 대화록을 줄줄이 불러준다면 어느 외국 정상이 한국 대통령과 통화를 하려 하겠느냐"며 외교관 몇 명이 책임질 일은 아니라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이 대국민 사과까지 한 점에 비춰 강경화 장관이 거취 결심을 대통령에게 얘기했을 수 있다"며 "안했다면 상식적으로 너무 무딘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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