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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외교기밀 불법유출과 한국당의 견강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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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칼럼]외교기밀 불법유출과 한국당의 견강부회

    지영한 칼럼

    (사진=연합뉴스)

     

    세계 2차대전에서 최신식 무기로 무장한 독일군을 상대로 영국군은 비밀리에 암호해독반을 운영했다.

    수학천재인 '앨런 매티슨 튜링'을 중심으로 구성된 암호해독반은 세계에서 가장 어렵다는 독일군의 암호체계인 '에니그마'를 빠르게 풀어내는 시스템, 즉 튜링 머신을 만들어냈다.

    이후 독일군의 군사작전은 영국군의 손안에 놓이게 됐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이미테이션 게임'의 이야기다.

    전쟁이나 외교에서 '비밀 정보'가 차지하는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각 나라마다 국기기밀로 엄격히 관리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주미 한국대사관 직원이 한-미 정상 간 통화 내용을 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에게 불법적으로 유출한 사실이 적발되면서 논란이 뜨겁다.

    사실 정상간 통화 내용은 '3급 비밀'로 엄격히 관리하고 있다. 열람권이 없는 외교관이 본 것도 문제인데다 의도적으로 야당 국회의원에게 넘겼다니 외교부의 기강해이에 어처구니가 없다.

    더구나 지난 3월에도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의 대미 관계자 접촉 움직임이 그대로 강 의원에게 넘어갔다고 한다.

    조직기강을 뿌리부터 흔드는 국기문란행위이다. 철저한 조사와 일벌백계가 필요하다.

    (사진=연합뉴스)

     

    이번 외교기밀 유출사건은 외교적 관례를 깨뜨린 명백한 결례이다. 정상간 대화 내용이 외교관에 의해 빼돌려지고 정쟁의 대상이 된다면 대체 어느 나라 정상이 대화에 진지하게 나설지 의문이다.

    무엇보다 한반도 정세가 매우 복잡하고 민감하게 전개되는 시점에서 한미간 신뢰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지나 않을지 크게 우려된다.

    논란이 커지자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굴욕외교를 일깨워준 공익제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익제보는 조직 내부에서 벌어지는 부정과 비리를 알릴 때나 사용할 수 있는 말이다. 확정되지 않은 정상 방문 일정이 국익에 도움이 되는 공익제보일수는 없다. 견강부회이자 궤변이다.

    한국당 소속 윤상현 의원마저 "국익을 해치는 무책임한 행동"이라고 비판한 점을 새겨들어야 할 것이다.

    또 기밀 유출 외교관의 휴대전화 감찰 조사에 대해 기본권 침해라고 주장하는 것도 억지이다. 당사자의 동의아래 국가 기밀 유출 과정을 조사하는 것은 당연하고 정상적인 절차이다.

    한국당은 우선 본말을 구분하는 분별력을 갖추는 게 필요해 보인다.

    영국군의 튜링 기계도 침몰한 독일군 잠수함에서 입수한 '독일군 암호책'이 없었다면 무용지물이었을 것이다.

    안이한 기밀 관리가 전쟁의 승패를 가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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