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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리뷰] DJ 때는 좋았는데 왜 이러냐고?…한일관계 출로 없나



통일/북한

    [한반도 리뷰] DJ 때는 좋았는데 왜 이러냐고?…한일관계 출로 없나

    日, ‘조건없는 대북 대화’ 제의하며 존재감 확인…북미 중재역할도 기웃
    DJ-오부치 우호관계 때와 천양지차…양국관계 대등, 안보환경도 변화
    강제징용 판결 따른 자산압류 시한폭탄…관계개선 계기 마련도 난망

    ■ 방송 : CBS 라디오 <임미현의 아침뉴스="">
    ■ 채널 : 표준 FM 98.1 (07:00~07:30)
    ■ 진행 : 임미현 앵커
    ■ 대담 : 홍제표 기자

    아베 신조 일본 총리(사진=연합뉴스)

     

    ◆ 임미현 > 한반도와 동북아 국제정세를 살펴보는 <한반도 리뷰=""> 시간입니다. 홍제표 기자, 오늘은 어떤 주제를 갖고 나왔나요?

    ◇ 홍제표 > ‘현란한 일본 외교’라는 표현으로 시작해볼까 합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최근 북한에 ‘조건 없는 대화’를 제의하며 민첩하게 태세 전환했습니다. 미국보다도 강경했던 일본의 대북기조가 눈 깜짝할 사이에 표변한 것입니다. 그랬던 아베 총리가 어제는 또 태도를 바꿔 북한 미사일 발사가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라며 “극히 유감”이라고 비판했습니다. 변화 속도를 따라잡기 힘들 지경인데, 어찌됐든 이를 통해 ‘재팬 패싱’ 소리까지 들었던 일본의 존재감을 다시 부각시키는 데는 성공했습니다. 이러다 북미 간 중재역할까지 꿰차고 한국은 오히려 ‘패싱’(소외) 당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올 정도입니다. 오늘은 역대 최악으로 평가되는 한일관계의 현주소를 살펴보고 출로를 모색해보고자 합니다.

    ◆ 임미현 > 최악의 한일관계라고 했는데 이 정도로 악화된 것은 처음인가요?

    ◇ 홍제표 > 1965년 한일협정 반대 시위 이후 가장 냉랭한 관계라는 것에 별 이견이 없습니다. 당시 시위에는 이명박 전 대통령도 대학생 신분으로 참여했을 정도니 어떤 분위기였는지는 대략 짐작할 수 있습니다. 지금은 반세기가 훌쩍 넘은 시점인데 당시 해결되지 못한 과거사 문제를 비롯한 여러 갈등 현안들이 층층이 쌓여있습니다. 현 정부 들어 위안부 합의 파기로부터 시작해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 일본 초계기 사태 등이 꼬리를 물었습니다. 하나같이 다 굵직한 사안들인데, 예컨대 강제징용 판결에 따라 일본 전범기업에 대한 국내 자산 압류가 이뤄질 경우 일본의 보복 조치로 이어지며 일대 파란이 일 수 밖에 없습니다.

    ◆ 임미현 > 이렇다보니 대일 외교에 대한 비판도 많은 것 같습니다. 특히 과거 김대중 정부 때는 한일관계가 좋았는데, 지금 정부는 같은 진보정권이면서 왜 그렇게 못하느냐는 지적도 있습니다. 이건 어떻게 봐야 할까요?

    ◇ 홍제표 > 1998년 당시 김대중 대통령은 오부치 게이조 일본 총리와 함께 역사적인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을 이끌어내며 양국 우호의 꽃을 피웠습니다. 이를 통해 일본 대중문화를 개방하는 어려운 결단을 내렸지만 결과적으로는 한류 확산에 기여했고 한일 공동월드컵을 성사시키는 바탕이 되기도 했습니다. 당시 오부치 총리가 밝힌 ‘통절한 반성과 마음으로부터의 사죄’는 과거사 문제에 대한 일본의 공식 입장 가운데 가장 진일보한 것이기도 합니다. 이런 게 가능했던 것은 일단 김 전 대통령의 경륜과 지략, 역사에 대한 통찰력이 뛰어났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다른 요인도 큽니다. 일본 측 카운터파트인 오부치 게이조 총리는 자민당 소속이긴 했지만 비둘기파로 불리는 온건합리 성향이었고 지도자 간에 개인적 신뢰와 친밀감도 있었습니다. 만약 아베 총리가 아니라 오부치 총리, 또는 ‘무릎 사죄’를 했던 하토야마 유키오(2009년 집권) 총리가 집권하고 있다면 현재 상황은 많이 다르지 않을까요?

    ◆ 임미현 > 하지만 단지 지도자 한 두 사람의 개성이나 정치적 입장만으로 설명하기는 힘든 것 아닌가요?

    ◇ 홍제표 > 물론 그렇습니다. 아베 총리 같은 보수 우익 지도자가 나오고 오래 집권하게 된 배경이 있을 것입니다. 한일 두 나라를 둘러싼 환경이 20년 동안 크게 달라졌다는 것입니다. 우선 경제 측면에선 좋게 말하면 상호보완적, 사실상 원청·하청 관계에서 치열한 경쟁관계로 바뀌었습니다. 안보 측면에선 일본과는 좋든싫든 북한 위협에 공동대처하는 관계였는데 한반도 화해·평화의 새 흐름에선 일본이 훼방꾼으로 의심받고 있습니다. 사회 문화 측면에서도 우리는 ‘한류 국가’라는 자부심을 갖게 됐고 민주화 수준에선 일본보다 오히려 앞선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입니다. 전반적으로 볼 때 대등한 수평관계로 전환되면서 과거에는 뭉개고 넘길 수도 있었던 것들이 문제가 된 것입니다. 양기호 성공회대 일본학과 교수의 말입니다.

    “위안부, 강제징용에 대해 대법원의 판결, 또는 헌법재판소의 판결이 있고, 이 부분은 한일 양국 정부가 타협할 수 없는, 해법을 찾기 어려운 환경에 놓여있는 게 현실이다. 그런 점에서 사법부의 판결이 한일관계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고 있고 그런 점에서 정부간 타협 협상이 쉽지 않다는 것이 당시와 다른 점입니다.”

    ◆ 임미현 > 정치 지도자들이 양국 갈등을 정치적으로 이용한다, 이른바 ‘포퓰리즘’ 때문에 상황이 더 악화되고 있다는 지적도 있는데 이건 어떻게 보십니까?

    ◇ 홍제표 > 일단 문재인 대통령은 이런 시각에 대해 단호한 입장을 표명했습니다. 최근 취임 2주년 특별대담에서 한일관계 관련 질문에 답하면서 나온 것입니다. 들어보겠습니다.

    “그런데 일본 정치지도자들이 자꾸 그 문제를 국내 정치적인 문제로 자꾸 다루기 때문에 과거사 문제가 미래지향적인 발전에 발목을 잡는 일이 거듭되고 있다고 봅니다.”

    물론 한국 내에서도 반일 정서에 편승해 정치적 이익을 꾀하는 세력은 분명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것이 일본 일부 위정자들의 노골적인 ‘한국 때리기’와 비교할 만한 수준인지는 매우 의문입니다. 독도나 야스쿠니, 교과서 문제 같은 연례행사화 된 갈등 사안들이 누구로부터 비롯돼왔는지는 자명한 일입니다.

    ◆ 임미현 > 그래도 새 일왕이 즉위한 뒤 일본 분위기도 많이 바뀔텐데, 차제에 한일관계 개선도 기대해볼 수 있지 않을까요?

    ◇ 홍제표 > 상징적 천황제이기 때문에 한계가 분명합니다. 오히려 나루히토 천황은 전후세대라는 점에서 과거사 문제에 덜 적극적일 것이란 분석도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양국관계는 과거에 비해 상호의존도는 줄어들고 감정은 악화됐기 때문에 쉽사리 손을 내밀기 쉽지 않습니다. 일본 관방부 부장관은 어제 강제징용 소송 문제를 거론하며 다음 달 일본에서 열리는 G20회의 때 한일정상회담이 성사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압박했습니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사법부 판단에 개입할 수 없다는 입장을 누차 확인하고 있습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최근 기자회견 내용입니다.

    “이것은 우리 국민의 그런 어떤 권리의 행사가 지금 진행되는 절차라는 차원에서 우리 정부가 거기에 그런 어떤 개입을 한다, 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을 합니다.”

    ◆ 임미현 >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한일관계에 대해서만큼은 유독 안일하게 대응한다는 느낌도 있습니다.

    물론 일본은 우리의 중요한 이웃이고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이루기 위해 반드시 협력해야 할 상대입니다. 그런 점에서 정부가 집권 2년이 되도록 갈등관계를 해소하지 못하는 것은 책임을 면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외교는 엄연히 상대가 있는 것입니다. 또 지금의 한일관계는 과거 정부 때부터 누적된 모순과 갈등이 표출된 측면이 큽니다. 따라서 객관적 상황 변화를 무시하고 무조건 관계개선에 나서라고 등을 떠미는 것은 문제 해결에 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이런 점에서 수명이 다한 65년 한일협정체제를 대체할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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