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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대통령, 막말·대립 부추기는 정치권에 "희망 못 준다"



대통령실

    文대통령, 막말·대립 부추기는 정치권에 "희망 못 준다"

    "험한 말로 국민 혐오 부추키는 정치 희망 못 줘"
    "정치권이 과거에 머물러 있어서 매우 안타깝다"
    취임 후 세번째 영상 생중계 수석보좌관 회의 주재
    집권 3년차 맞아 과거 2년 평가·앞으로 각오 다져
    '낡은 질서 속 익숙함과의 결별' 강조
    정치권에 의미심장 화두 제시
    '나라다운 나라' 출범 초심 잊지 않아야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13일 "세상은 크게 변하고 있지만 정치권이 과거에 머물러 있어서 매우 안타깝다"며 "촛불 이전의 모습과 이후의 모습이 달라진 것 같지 않다. 분단을 정치에 이용하는 낡은 이념의 잣대는 그만 버렸으면 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특별히 정치권에 당부 드린다"며 이같이 밝혔다.

    문 대통령은 "평화라는 인류 보편의 이상, 민족의 염원, 국민의 희망을 실현하는 데 여와 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며 "평화가 정착되고 한반도 신경제가 새로운 성장동력이 되는 번영의 한반도는 우리 모두의 희망이다. 그 희망을 향해 정치권이 한 배를 타고 나아가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또 "대립을 부추기는 정치로는 미래로 나아갈 수 없고,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없다"며 "막말과 험한 말로 국민 혐오를 부추기며 국민을 극단적으로 분열시키는 정치는 국민에게 희망을 주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회가 일하지 않는다면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의 몫이 될 뿐"이라며 "험한 말의 경쟁이 아니라 좋은 정치로 경쟁하고, 정책으로 평가받는 품격 있는 정치가 이루어지기를 바라고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수석·보좌관회의는 문 대통령 취임 2년을 맞아 청와대 내부 직원들이 생중계로 볼 수 있는 영상회의 방식으로 진행됐다.

    영상 생중계 방식의 수보회의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이번이 세 번째다. 지난해 6월 18일 지방선거 직후와 같은 해 12월 31일 연말을 맞아 한 해를 마무리하며 진행됐다.

    앞선 두 차례 영상생중계 수보회의에서 문 대통령은 "더 엄격한 윤리적, 도덕적 기준에 따라 행동하고 처신은 물론 언행조차 조심해야 한다. 그것을 요구하는 국민의 눈높이에 맞출 수 없다면 청와대에 있을 수 없다", (현 정부에 대한) 높은 지지는 어깨가 많이 무거워졌다는 정도의 두려움이 아니라 정말 등골이 서늘해지는, 저는 등에서 식은땀 나는 정도의 두려움이라 생각한다"고 말하며 청와대 직원들과 관가 공무원들의 도덕성과 유능함, 겸손 등을 강조했다.

    이날 세 번째 영상 수보회의에서도 집권 3년차를 맞아 직원들에 대한 내부 단속과 도덕성 요구가 예상됐지만, 문 대통령은 '낡은 질서 속의 익숙함과의 결별'을 강조하며, 정치권에 의미심장한 화두를 던졌다.

    문 대통령이 "대립을 부추기는 정치", "막말과 험한 말로 국민 혐오를 부추기는 정치", "험한 말의 경쟁이 아니라 좋은 정치로 경쟁" 등을 언급한 것은 선거제 개정과 공수처 설치, 검경 수사권 조정 등 개혁법안에 대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이후 강대강(强對强)으로 치닫는 여야 정치권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사진=연합뉴스)

     

    특히 패스트트랙 사과를 요구하며 장외투쟁을 벌이고 있는 자유한국당 지도부가 국민 분열와 여성 혐오를 부추기는 '달창' 등의 단어를 언급하며 공세를 펼치고 있는 데 대한 불편한 심기도 감지된다.

    '달창'은 '달빛창녀단'의 준말로 '달빛기사단'이라 불리는 문 대통령 지지자들을 향해 일부 극우 네티즌들이 속되게 지칭하는 용어다.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지난 11일 대구에서 열린 장외집회에서 "(대통령 특별대담 때 질문자로 나선) KBS 기자가 요새 '문빠', '달창'들에게 공격받았다"고 언급한 뒤 부적절한 용어 사용이었다며 사과했지만, 여야 공방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와 함께 문 대통령은 집권 2년에 대한 평가와 남은 임기 3년에 대한 각오도 다졌다.

    문 대통령은 "촛불혁명에 의해 국민의 힘으로 탄생한 정부로서 2년이 지났다.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라는 국민의 명령을 무겁게 받아들이며 쉼 없이 달려온 시간이었다"며 "무너진 나라의 모습을 다시 일으켜 세우고, 민주공화국의 헌법적 가치를 지켜내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국민 위에 군림할 수 있는 것은 그 무엇도, 그 누구도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지난 2년을 돌아봤다.

    또 "우리는 지난 70년 세계가 경탄하고 부러워하는 경제발전과 민주화를 이룩했다"며 "모두 국민의 피와 땀으로 이룬 위대한 성취다. 그러나 우리의 성취는 아직은 구멍이 뚫린 데가 많다. 부족한 점을 채우기 위해 끊임없이 도전하고 변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특히 "낡은 질서 속의 익숙함과 단호히 결별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며 "선진국을 빠르게 따라가면 고도성장할 수 있었던 추격형 경제의 익숙함을 버리지 않고는 저성장의 덫을 벗어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낡은 질서 속 익숙함과의 결별' 필요성은 경제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다수의 희생 위에 소수에게 기회와 혜택을 집중했던 특권 경제의 익숙함을 깨뜨리지 않고는 불평등의 늪을 헤쳐 나올 수 없다"며 "반칙과 특권, 편법과 탈법이 당연시 되어온 불공정의 익숙함을 바로잡지 않고는 공정하고 정의로운 나라를 기대할 수 없다. 대립하고 반목하는 대결구도의 익숙함을 그대로 두고는 평화와 번영의 한반도는 오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낡은 질서 속 익숙함과의 결별'을 경제분야에서 사회분야 특권 철폐, 정치분야 안보 상업주의 경계 등으로 확대한 셈이다.

    (사진=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지난 2년을 되돌아보면서 양극화 해소와 사회안전망 구축 등 국가의 의무를 소홀히 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문 대통령은 "주력산업의 경쟁력이 약화되고, 저성장이 고착화되는 도전에 맞서 제조업 혁신과 신산업 육성, 규제혁신 등을 통한 신성장 동력 창출에 정책 역량을 집중했다"며 "양극화 심화와 저출산․고령화의 도전에 대응하기 위해 공존과 상생의 포용국가를 제시하고 기초생활 보장을 넘어 기본생활 보장으로 정책의 지평을 넓혔다"고 자평했다.

    또 "고용안전망과 사회안전망을 확충하면서 아이에 대한 투자와 어르신 지원, 치매국가책임제와 병원비 걱정 없는 사회 등 우리 사회의 포용성을 획기적으로 높이고 있다"며 "재난과 재해에 대한 예방과 신속한 대응 체계 등 안전한 대한민국을 위한 정부의 책임과 역할을 새롭게 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대한 담대한 도전도 성과로 뽑았다.

    문 대통령은 "전쟁 위협이 상존하던 한반도 질서를 근본적으로 바꾸기 위해 담대한 길을 걸었다"며 "한반도 운명의 주인으로서 일관되게 평화의 원칙을 지키고, 인내하며 대화를 통한 문제해결에 주력해 왔다"고 말했다.

    또 "그 결과 한반도 평화는 거역할 수 없는 흐름이 됐다. 70년 냉전 질서를 깨뜨리는 쉽지 않은 일이고,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가 많이 남아 있지만 평화와 번영의 새로운 한반도 시대는 꿈이 아닌 현실의 과제가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집권 3년차를 맞아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고자 출범했던 초심을 잊지 않아야 한다는 당부도 내놨다.

    문 대통령은 "정부는 국민의 삶을 책임지는 자세로 다시금 각오를 새롭게 가다듬어야 할 것"이라며 "모든 공직자들이 열심히 잘해 주었지만 지금까지의 노력은 시작에 불과하다. 아직도 가야 할 길이 멀고, 해야 할 일이 많다"고 말했다.

    또 "지금까지는 큰 틀을 바꾸고 새로운 정책을 내놓는 데 중점을 두었다. 하지만 성과가 뒤따르지 않는다면 소용없는 일"이라며 "이제는 정책이 국민의 삶 속으로 녹아들어가 내 삶이 나아지기 시작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동안 정부가 발표한 정책이 현실화될 수 있도록 속도를 내 주기 바란다"며 "국회와 소통을 강화해 입법과 예산의 뒷받침을 받는 노력과 함께 정부 스스로 보다 적극적인 행정으로 정책 효과가 신속히 나타나도록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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