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5 총선을 앞두고 정치개혁이 다시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시민사회단체에서는 국회의원 당선운동을 펼치겠다고 하고, 각 정당 역시 인적청산을 비롯한 물갈이론 등 나름대로 살아남기 위한 방편을 찾기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과연 우리 정치가 변할 것인가. 2004년 한국정치, 과연 희망은 있는가.
오늘은 열린우리당 유시민의원, 청년학생들과 함께 한국의 정치현실에 무엇이 문제이고 어떤 변화가 필요한지 이야기를 나누어 본다.
[출연자]
- 유시민 의원(열린우리당)
- 이원진 학생(21세기진보학생연합 대표)
- 함현호 학생(2004총선전국대학생연대(준), 유니보터스 대표)
- 백영순 기자(유뉴스)
-청년층이 원하는 정치개혁이란 무엇인가?함현호> 청년집단은 이익집단이 아니라 전반적인 사회개혁을 바라는 핵심 동력층이다. 물론 다양화된 부분도 있다. 그러나 청년층의 개인적인 취향들이 정치와 무관한 일이라고 보지는 않는다. 교육재정, 청년 실업 문제와 관련된 대학생 정책이 필요하다.
한편, 청년층의 정치 참여의 폭이 아주 좁다. 정당에서 어느 정도로 청년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있는가. 기본적인 보수정당들은 청년들을 들러리로 만들어 놨다. 정치권이 얼마나 청년들의 목소리를 들어보려고 하는지 그 자세가 의심스럽다.
이원진> 제도적으로 학생들의 정치참여를 가로막고 있는 것 중 하나가 선거연령을 제한하는 것이다. 만 20세부터 투표할 수 있는데 현재 대학생 중 일부는 투표를 할 수가 없다.
또한 피선거권 연령에도 문제가 있다. 독일의 경우 녹색당의 안나 리어만 의원은 고등학교를 갓 졸업하고 19세에 국회의원으로 당선되지 않았나.
학생들이 학생들의 이해를 가지고 교육, 청년 실업 문제를 다루고, 자신들의 대표를 국회에 보내서 국회에서 의견을 개진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을 제도적으로 가로막고 있는 것이 문제이다.
유시민> 선거연령을 18세, 19세로 인하하면 지금 20대 이상이 하는 것보다 투표를 더 많이 할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현행 선거 연령 제한은 문제가 있긴 하지만 선거연령을 인하한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정당에 보면 젊은이가 없다. 민노당은 예외이고, 열린우리당도 20대 당원이 꽤 있다. 그러나 오랫동안 한국정치를 지배해 온 정당에는 청년이 거의 없다. 청년대표라고 하면 39세 이하를 말한다. 정치권의 연령기준은 50대는 돼야 인간되고, 40대는 아직 애고, 20대는 미성년자 취급한다.
당원으로 입당해봤자 아무런 권리도 없다. 그러니까 입당을 안한다. 그러다보니 젊은 사람을 염두에 둘 필요가 없는 악순환이 이뤄지고 있다.
독일의 경우, 600명의 연방의회 의원 가운데 30여명이 20대이다. 5%이다. 독일은 600명 중의 300명이 비례대표다. 그러니까 얼마든지 그렇게 할 여유가 있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227명 지역구, 46명 비례대표로 되어 있다. 제도상의 협소함 때문에 정당들도 청년층을 받아들이기 어렵고, 한편 청년들은 정치적으로 조직되어 있지도 않고, 집단적인 발언권, 투표권 등도 현상적으로 나타나지 않아서 무시하고 가도 득표에 별로 지장이 없으니까 그냥 가는 거다.
어디에선가 고리를 끊어야 된다. 심지어 한나라당도 좋으니까 입당해서 당원의 발언권을 요구하는 등의 운동을 해줘야만 변화가 일어날 거라 본다.
나도 45인데 정치권에 가면 애로 본다.
-청년들이 청년문제를 스스로 풀지 못하게 하는 정치 구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백영순> 지난 대선 때 정당들이 청년층, 대학생을 위한 정책을 전혀 가지고 있지 않아서 안타까웠다. 정치권에서는 청년층의 문제를 외면한다.
-그 쯤 되면 청년층의 의견을 무시하는데 대해 항의를 해야 되는 것 아닌지.함현호> 그래서 우리가 운동을 하는 거다.
유시민의원께 여쭤볼 것이 있다. 국회 내에서 40대도 어린애 취급을 한다고 했는데 그런 평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유시민> 우습다.
함현호> 우리도 마찬가지다. 청년층의 정치 무관심은 쉽게 얘기할 문제가 아니다. 청년층이 정치에 참여하기에는 많은 장애가 존재한다. 학교들이 서울에 집중되어 있다. 유동인구층인 지방학생들이 투표를 하기에는 장애가 많다. 캠퍼스에 부재자 투표소를 설치하는 것도 작년 들어서 제한적으로 이뤄졌다.
유시민> 선관위가 잘못한 것이지 정당들이 잘못한 것 아니다. 나도 선관위를 굉장히 규탄했다. 왜 부재자 투표소 설치 요건을 까다롭게 하느냐, 당시 강세를 보이던 후보에 선관위가 줄 선 것 아니냐. 대학생 투표율이 높으면 유리할 것이 없으니까 그런 것 아니냐고 비판했었다. 그 문제는 정치권 싸잡아 욕한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함현호> 정치권이라는 것이 협소한 의미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유시민 의원이 그런 불만을 갖고 있었다면 계속해서 정당에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것 아닌가. 정당이 선거 때만 있는 것 아니라 지속적으로 사회불만을 수렴해서 표출하는 그룹 아닌가.
유시민> 이번 선거에서는 부재자 투표를 좀 더 수월하게 하기 위해서 투표소 설치 요건을 완화하는 등의 조치가 있어야 할 것이다.
-한편 부모세대들이 청년세대를 과잉보호하고 있고, 청년세대 역시 과잉보호를 즐기는 측면이 있는 것 같다. 청년층이 생활정치에서 주체로 나서서 권리와 의무를 다하는 사회인으로서의 생활방식 보다는 부모의 보호에 더 의존하고 있고 정치활동 역시도 이 연장선상에 있는 것 같은데.백영순> 대학생들이 경제적으로 자립하지 못하고, 부모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에서 정치의식까지도 자의반 타의반으로 저당 잡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지난 대선 때 투표팅 이란 걸 했다. 당시 한 친구는 서울에서 대구로 가는 투표팅 차를 탔는데 부모님 모르게 다녀왔다. 부모님을 만나면 이쪽 당을 찍으라고 강압적으로 이야기를 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자기의식도 있고 지지후보가 있는 상황에서 부모님을 만나게 되면 자기의사를 표현하지 못하기 때문에 일어난 해프닝이었다.
이원진> 학생들이 처한 물적인 조건들을 살펴봐야 한다. 4명 중이 1명이 휴학을 하고 있다.등록금 부담, 학업 부담 때문에 학과 활동 외의 정치활동 등을 마음 놓고 할 수 없다.
유시민> 참고로 선거연령 인하에 관해,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의 경우 18세가 당론이다. 다만, 한나라당이 다수 의석을 가지고 20세를 고수하고 있기 때문에 그것이 안되는 거다.
정치권이 왜 선거연령 인하에 반대하냐고 물을 것이 아니라 왜 한나라당은 반대하느냐고 말해야 한다. 잘못하는 것이 있는 정당에 대해서 정확하게 그 당을 지목해서 비판해야 되는데, 우리 풍토는 툭하면 ''''정치권''''이다. 정치인들을 다 도둑놈, 나쁜놈이라고 하면 더 잘하려고 할 이유가 하나도 없다.
-그 부분에 대한 해명을 한다면 그간 정당간의 차별성이 별로 없었고, 이 정당 사람을 뽑아 놓으면 다른 정당으로 가버리는 일이 반복되다 보니 정치권을 싸잡아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 된 것 같다.
한편, 요즘 나오는 물갈이론, 인적 청산론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는지.함현호> 정개특위의 전개상황은 앞으로 일어날 일들에 대한 복선이며 근거로써 제시됐다. 한나라당에서 중진용퇴론도 있었고, 불출마 선언도 했다. 민주당과 열린우리당에서도 그런 얘기가 있었다. 그러나 얼마나 진전될까에 대해 절대적으로 회의한다.
정치개혁 관련 법안과 같은 공적인 것에 대해서도 그렇게 밥줄을 놓지 않으려던 사람들이 물갈이에서 자유로울 수 있겠는가. 이미지상 몇 명 불출마하고 물갈이론 얘기했다가 그칠 것으로 본다.
유시민> 궁금한 것이 있다. 어떤 정치를 좋은 정치라고 보나.
이원진> 사회에 존재하는 갈등들을 조정할 수 있고, 사회적 약자와 서민의 의견을 대의할 수 있는 정치가 좋은 정치라고 생각한다.
백영순> 만약 누군가가 내게 존경하는 현역 정치인이 있느냐고 묻는 다면 바로 얘기할 수 있는 정치인이 있을까 생각해 봤다. 존경받을 만한 정치인이 있는 정치 풍토가 중요하다고 본다. 신성한 국회에서 싸우는 모습은 많이 보지만 서민을 위한 정책 입안을 위해 열띤 토론을 하는 걸 본 적이 없다.
유시민> 그런 건 미디어에서 안 보여준다.
백영순> 없는 건 아닌가? (웃음)
유시민> 국민의 다양한 요구와 소망을 입법정책에 있는 그대로 반영할 수 있는 정치를 좋은 정치라고 본다. 국민들의 요구가 모두 표출되고, 그것이 절충 되어가는 과정에서 어느 한 쪽이 소외당하지 않고 최소한 자기 몫만큼 배려 받을 수 있는 정치를 생산적인 정치라고 본다.
물갈이 얘기 나오는데, 사람을 백날 바꿔도 효과 없다. 우리 정치의 근본적인 문제는 진입장벽이 높다는 거다. 마치 독과점 시장과 같다. 요구가 다양함에도 불구하고 한 두 개의 기업이 다른 상품들이 진입하지 못하도록 봉쇄하고 있다는 것이다.
총선과 대선은 물론 일반적인 정치활동에 참여하기에도 진입장벽이 너무 높다. 국민들의 다양한 요구를 충분히 대변할 만한 다양한 정치세력이 국회 안에 있지 않다는 것이 구조적인 문제이다. 행태는 그 다음의 문제이다.
이원진> 동의한다. 그러나 제도를 고치려는 흐름을 반대하는 사람들이 절대적이다. 그러므로 그런 사람들은 물갈이해야 된다는 얘기가 당연히 나오는 것이다.
함현호> 선거제도가 어떻게 짜이느냐에 따라 진입장벽이 낮아질 수도 있고, 신진 정치 세력이 등장할 수도 있다. 정개협에서 안을 내놓지 않았나. 그 안이 우리 현실에서 진입장벽을 낮추는 중요한 제도가 될 거라고 본다.
유시민> 개인적으로는 비례대표 150명, 지역구 150명을 주장했다. 범국민정치개혁협의회의 지역구 199명, 비례대표 100명도 괜찮은 안이라 생각한다.
실제 선거제도를 어떻게 짜느냐에 따라서 어느 정도의 다양한 정치적인 요구가 국회차원에서 조직될 수 있는가가 결정되기 때문에 이 제도를 변경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왜 안 되는가. 정치권이 썩어서 그런 것 아니다. 현존하는 제도에 이해관계를 걸고 있는 사람이 국회의 압도적 다수를 차지하기 때문에 룰의 변경을 허용하지 않는다. 룰의 변경은 변경하고자 하는 세력이 현행 룰 안에서 이겨야만 가능한 것이다. 그러나 이 전망이 밝지 않기 때문에 안 바뀌는 것이다. 어떤 제도적 대안이 좋냐 하는 것은 이미 지난 얘기다.
- 평소에 정치권에 하고 싶은 말, 바라는 바가 있을 텐데. 이원진> 우리의 교육은 제도와 법에 대한 주입을 중요시하고, 정책토론과 정치 교육은 제대로 하지 않는다. 유럽에서는 정당이 그 일을 맡기도 한다. 우리 정당도 그런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하나만 분명히 말하겠다. 정개협 안 만 제대로 이행하라는 것이다.
유시민> 그것을 받아들이자고 우리가 야 3당 합의안이 통과되지 않도록 몸싸움했는데 같이 욕먹었다. 야 3당이 압도적 다수니까 정개협 안을 짓밟고 기존 선관위의 권한마저 약화시키는 합의안을 내놨다. 우리가 불참하고 그 안이 통과되면 야합했다고 욕먹었을 것이고 몸으로 막아도 욕먹는다.
이원진> 잘~하셨다. 열린우리당에서는 정당명부식비례대표제에 대해 얼마나 적극적인지 묻고 싶다.
유시민> 그건 무조건 된다. 권역별이든 전국 단위든 비례대표의석이 있는 한은 정당 명부제를 안 쓸 수가 없다. 우리는 본래 중대선거구제,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주장했다. 그러나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야당 안이 현행보다 지역구를 16석 늘리고, 비례대표 16석을 줄이는 것으로 나왔기 때문에 이것을 저지하려고 하면 언론에서 바로 당략에 입각해서 그런다고 욕이 나오기 때문에 우리 주장을 접고, 범개협 안에 가장 접근한 안으로 가되, 현재로서는 의원정수 동결을 주장하며 싸움을 한 것이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중대선거구제, 권역별 비례대표제가 당론이다. 문제는 이것을 실행할 힘이 없다는 것이다.
이원진> 내 말은 중대선거구제, 권역별 비례대표제가 대안이 아니라는 거다.
유시민> 그게 최선이라는 것은 아니다.
이원진> 정개협 안이 지금 논의되는 것 가운데는 최선의 대안이라고 생각했다. 민주노동당의 경우 올 초부터 그 안을 주장했다. 그런데 중대선거구제,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주장하다가 잘 안되니까 이제 정개협안에 가장 근접한 것으로 이야기한다는 것은 구차한 것 같다.
유시민> 구차해도 할 수 없다.
이원진> 처음부터 시민단체 들과 함께 힘을 모아서 정개협 안을 중심으로 적극적으로 요구했으면 모르겠다. 그런데 이제 와서 그런 식으로 말씀하셔도 국민들 입장에서는 ''''그래. 너네 좀 낫다''''고 얘기하긴 좀 그렇다.
유시민> 개별적인 가치판단으로 인정하겠다. 그러나 그것이 전면적인 진실로 인정받아야할 주장은 아니라고 본다.
-세대 교체론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는지.백영순> 세대교체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세대교체가 단순히 나이가 아니라 정치인의 개혁성, 도덕성이 판단기준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기준으로 교체가 되는 것이 정치 지형을 바꾸는 데도 긍정적인 기여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구체적인 방법으로는 어떤 것이 있을까.함현호> 국민이 물갈이를 할 것이다.
(웃음)
유시민> 그것은 불가능하다. 선거는 맞춤복을 짓는 것이 아니다. 기성복을 고르는 거다. 정당이 낸 후보자를 골라잡을 따름이지 나온 후보 중에 아무도 국민들이 물갈이하고자 하는 욕구에 맞는 후보가 없으면 어쩔 건가.
근본적으로 선거는 최선이 없으면 차선을 고르고 차선이 없으면 차악을 택하는 것이기 때문에 대책없이 국민들이 골라주겠죠 하면 안된다. 87년 이후 국회의원 선거를 이미 네 번 했다. 16년 동안 어떻게 됐나.
각 정당이 개혁성이 있고, 도덕적으로 깨끗한 후보를 공천하겠다고 하는 것은 정치적인 수사이다. 문제는 누가 어떤 잣대를 가지고 칼질을 하느냐는 것 아닌가. 문제는 누군가가 절대 권력을 가지고 자신이 정한 기준을 가지고 칼질을 할 수 없는 상황이고, 민주주의는 기본적으로 절차적 정의를 말하는 건데 어떤 절차가 있어야 할 것 아닌가. 당원경선, 국민 참여 경선 등의 절차를 각 당들이 제시하고 있는데 문제는 정당들이 자신들이 제시한 그 절차를 이행할 능력이 있느냐 하는 것이다.
함현호> 지금까지도 정당에서 나름대로 잘 골랐을 것이다. 그러나 결과는 역시 같았다.
현재 당선운동이 뜨고 있다. 그렇게 국민들이 직접 참여함으로써 후보 한명 한명의 공천과 선거 후보로서의 적합성을 면밀하게 검토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시민단체들의 당선운동은 동의하나.이원진> 시민들의 정치 참여의 폭을 넓히는 것은 잘하는 것이다. 우려스러운 것은 2000년 낙선운동으로 많이 갈았다. 그러나 지금 정치권의 물이 많이 바뀌었나. 구조 자체를 바꾸지 않으면서 인물 중심으로 평가하게 되면 물 갈아 봐야 또 더러워질 수밖에 없다.
차떼기 등의 사건을 통해 국민들이 정치 불신을 떠나서 혐오까지 가는 상황인데 이번 투표율이 어떻게 나올지 의심스럽다.
유시민> 대학생들이 언론을 보고 흥분해서 그렇다. 그런 것에 현혹되면 곤란하다. 대한민국 정치는 차떼기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개선되어 왔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선거자금 규모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적어도 대선 치를 때 마다 그 비용이 줄어든 건 분명하다. 무슨 단군 이래 최대의 범죄를 저지른 것처럼 요새 이야기 하는데, 15년 전만해도 공무원 동원해서 돈 나눠줬던 나라다. 국세청 동원해서 선거자금 모으고, 안기부 예산 갖다 쓰고 그랬던 나라인데 최소한 그 정도는 아니지 않나.
자꾸자꾸 좋아지고 있고, 예전 같으면 그냥 넘어갈 문제들이 큰 사건이 되고 이렇게 계속 가면 5년 후에는 돈 1억원 때문에 후보가 날아가는 상황으로 갈 수도 있다.
-과거는 독재체제이고, 반민주 정권이었는데, 비교우위를 거기서 따지면 말이 안되는 것 같고, 지금은 문민정부-국민정부-참여정부까지 왔는데 그에 대한 기대가 컸다는 것이다.유시민> 나는 그것을 과잉기대라고 보는 거다. 자꾸만 우리가 흥분해서 뭐가 하루아침에 바뀌어야 되는데 왜 목표치에 못가냐고 하는데 한나라당에서 돈 차떼기로 받아서 어떻게 했나. 그 사람이 집을 샀나, 차를 샀나. 그 돈 다 당원들한테 나눠준 것 아닌가. 한쪽에는 엄연히 돈을 달라고 손 벌리는 국민이 있고, 다른 한쪽에는 그렇게 했던 분들조차도 미디어에서 정치인 도둑놈이라고 얘기를 하면, 전부 맞장구 쳐서 욕을 한다.
대한민국은 위선이 지배하는 나라다. 언론인들은 선거 때 솔직히 돈 안 먹었나.
- 검찰 수사에 의해서 사실로 드러났을 때 이것을 감당할 수 있는 감성과 이성이 문제일 텐데.유시민> 그게 만만치 않다. 그 차떼기를 했던 당이 지금도 여론조사 지지도 일등이다. 이것도 대한민국 국민의 한 측면이다. 비난을 퍼붓는다고 해서 바뀌지 않는다.
이원진> 과잉기대라고 말씀하시는데 정치인들이 불법자금 안 받고 정치 똑바로 하라는 것이 과잉기대인가. 그렇게 국민들에게 얘기할 수는 없을 거다.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깨끗한 정치한다고 하지 않았나. 그렇기 때문에 국민들은 실망할 수밖에 없다. 이제 와서 과잉기대라고 얘기하는 건 어폐가 있다.
유시민> 그런 뜻 아니다. 지금 정치의 주무대는 국회이다. 지금 국회는 2000년 4월에 만들어진 국회이다. 이번 총선은 작년 대선의 연장전에 불과하다.
정치개혁을 한다고 할 때 대통령이 할 수 있는 것 다했다. 검찰을 풀어서 냄새나는 곳을 다 물어뜯는데 더 이상 대통령이 권한을 가지고 할 수 있는 정치개혁이 어디 있나.
입법, 제도개혁 전부 국회에서 해야 한다. 이것은 17대 국회의 과제이다.
이원진>그 말도 물론 맞다. 그러나 지금 대통령 측근비리에 대해 한창 수사 중인데 그 부분을 피해가는 말 아닌가.
유시민> 그런 것 아니다. 대통령 측근 중에 멀쩡히 남아있는 사람이 누가 있나. 과거에 이런 전례가 있나. 나는 이번 총선에서 선거제도의 개혁보다 경찰과 검찰의 활약에 더 많이 기대를 건다. 제도의 변경이 없이 사법권의 정확한 행사만으로도 굉장히 많은 것을 변화시킬 수 있고, 검찰이 그렇게 할 것이라고 본다.
이원진> 이렇게라도 불법정치자금에 대해서 제대로 수사한 적 없었으니까 동의한다. 그러나
열린우리당도 노무현 대통령이 빨리 입당해야 된다고 하면서 측근비리와 관련해서 대통령을 싸고 돌 것이 아니라 철저한 진상규명을 해야된다고 주장하는 모습을 보여야 하지 않겠나.
유시민> 늘 그렇게 대변인 논평이 나간다. 여야를 가리지 않고 철저히 수사해서 다 밝혀야 된다고.
-그런데 열린우리당이 뭔가 차별성을 보이려면, 노무현 대통령 후보시절의 여러 가지 회계문제라든지 정치자금 문제를 솔선수범해서 밝힐 수도 있다는 얘기 한적 있지 않나.유시민> 나왔는데 본인들이 못하고 있다. 검찰이 다 밝힐 것이다. 차라리 검찰이 파헤치게 하는 것이 낫다. 한번 고백하고 그 뒤에 뭐가 또 터졌는데 그때는 몰랐다고 하는 것 보다 검찰이 끝까지 파서 있는 그대로 다 밝히게 하는 것이 정답이라고 본다.
-총선을 대비해서 준비하는 활동들이 있는지.함현호> 2004총선대학생연대는 크게 네 가지 운동을 진행할 예정이다. 먼저 정개협안 이행을 위한 운동을 기획중이다. 더불어 투표참여운동, 정책담론형성 운동을 할 예정이고, 지지후보선정까지도 모색해 보려고 한다.
백영순> 일각에서는 유권자 운동을 준비 중이다. 부재자 투표 운동을 광범위하게 벌이고, 자기 대학이 소재한 지역구 국회의원들에게 압력을 가하자는 취지에서 주소지 이전 운동을 벌일 것이다. 선관위도 작년 대선 때는 투표를 독려하는 분위기가 아니었는데 이번 총선에서는 투표를 많이 독려하는 방향으로 고민해보겠다고 했다.
유시민> 선관위도 반성을 많이 했나보다.
이원진> 21세기진보학생연합은 민주노동당이 학생들의 이해와 관련된 교육, 청년실업문제를 가장 잘 해결할 수 있는 정당이라고 판단했다. 그래서 민주노동당 선거운동을 할 것이다.
-유시민의원에게도 묻고 싶다. 정치참여의 형식과 방법이 과거와는 달라질 수밖에 없는데, 대학생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유시민>그때나 지금이나 똑같다. 과제가 다를 뿐이다. 과거에는 체제 전체가 억압적인 체제라서 작은 학내 문제라도 학교에서 자율적으로 해결하지 못하도록 밖에서 막고 있었기 때문에 어떤 문제로 싸움을 하든 종국적으로 정치권력과 부딪힐 수밖에 없었다.
지금은 국가권력과 직접 충돌하지 않고, 해당 현장에서 풀어갈 수 있는 문제들이 있다. 그런 것을 하려면 굉장히 고단하다. 대부분의 학생은 누군가 준비해 놓으면 참가해서 혜택만 누리고 가는 식이다. 어느 누군가는 그런 무임승차자들을 위해서 봉사를 해야 하는데 무임승차자를 포함한 대학사회 전체의 이익을 위해서 자기의 개인적 비용을 들이는 풍토가 과거에 비해 현저히 약화된 것 같다. 힘들지만 그런 걸 해줬으면 좋겠다.
왜 데모한 번 안하나. 문제가 심각하지 않다고 보는 거다. 본인들은 문제가 심각하다고 주장하지만 그렇게 심각하면 수십만명이 대학에서 생활하는데 왜 십만 이십만의 항의행동을 조직하지 못하나.
그래서 나는 우리 때 보다는 한 25년 지나는 동안 그래도 많이 팔자가 좋아졌나 보다 그런 생각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