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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도현 하차, KBS '블랙리스트'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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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도현 하차, KBS '블랙리스트'의 시작이었다

    KBS진실과미래위원회, 윤도현 TV·라디오 동시 교체 사건 조사 결과 발표
    윤도현 하차, 국정원-KBS 상층부 개입 통해 이뤄진 개연성 충분해

    KBS 사옥 (사진=KBS 제공)

     

    2008년 KBS 인기 프로그램 '윤도현의 러브레터'의 MC 가수 윤도현이 하차하며 약 7년 만에 프로그램이 사라졌다. 이후 윤도현은 라디오 '윤도현의 뮤직쇼'에서도 하차했다. 윤도현의 하차는 단순한 MC 교체가 아닌 KBS '블랙리스트'의 시작이었다.

    KBS진실과미래위원회(위원장 정필모, 이하 KBS진미위)는 지난 2008년 9월 이병순 사장 취임 후 첫 번째 개편에서 가수 윤도현이 TV와 라디오 프로그램 MC를 동시 하차한 배경에 외부 권력 개입 의혹이 제기되었다는 내용의 조사 결과를 17일 발표했다. KBS진미위는 "이 일은 이후 지속해서 발생한 특정인들에 대한 출연 배제, 이른바 '블랙리스트'사건의 시발점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라고 밝혔다. KBS진미위는 지난 2일 제11차 정기위원회에서 해당 보고서를 채택해 의결했다.

    KBS진미위가 발표한 'TV·라디오의 특정 진행자 동시 교체 사건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2008년 8월 8일 정연주 사장의 해임이 이사회에서 결정된 후 8월 25일 이병순 사장이 취임하면서 논란은 시작했다. 이병순 사장 취임 후 첫 개편(TV 10월 27일 라디오 11월 17일)에서 다수의 외부 MC들이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교체되며 논란이 발생한 것이다.

     

    가수 윤도현(2TV '윤도현의 러브레터', 2FM '윤도현의 뮤직쇼'), 시사평론가 정관용(1TV '심야토론', 1라디오 '열린토론')은 TV와 라디오에서 모두 하차했으며, 박인규 프레시안 대표(1R '박인규의 집중인터뷰'), 배우 정한용(2라디오 '정한용의 시사터치'), 방송인 김구라(2라디오 '김구라 이윤석의 오징어')는 라디오 MC에서 물러나게 됐다. 제작진이 항의했으나 KBS 간부급 인사들이 해당 MC들의 하차를 지속적으로 요구하며 결국 하차 수순을 밟게 된 것이다.

    당시 갑작스런 하차 소식에 일각에서는 반(反) 정부 성향의 인물을 배제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실제로 지난 2017년 9월 11일 국정원 개혁발전위원회가 발표한 이명박 정부의 문화계 블랙리스트 82명에는 윤도현, 김구라도 포함됐다.

    특히 윤도현은 '좌파 연예인' 33명 국정원 문건 명단(2010년 10월 20일)과 국정원의 '문예계 주요 좌(左)성향 인물 현황(249명)', 국정원 개혁위 발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82명' 등 수차례에 걸쳐 MB정권의 블랙리스트에 포함됐다. 윤도현은 지난 2008년 5월 17일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 문화제에 참석해 정부 비판 발언을 한 바 있다.

    KBS진미위는 "이러한 문건들을 통해 2011년 9월 MBC라디오 '2시의 데이트 윤도현입니다' 하차를 국정원이 적극적으로 수행했다는 사실이 드러난 바 있다. 하지만 2008년 KBS의 TV·라디오 프로그램 동시 하차에 대한 국정원 개입의 정황은 지금까지 밝혀진 바가 없다"라며 "그런데 지난 2월 발표된 문화체육관광부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 백서' 제2권 p.108~109에는 윤도현에 대한 국정원 문건의 내용이 나온다"라고 설명했다.

    문체부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종합보고서 p.108~109 (사진=KBS진실과미래위원회 제공)

     

    2010년 11월 1일 국정원의 '좌파 연예인 활동실태 및 관리 방안' 문건에는 김제동과 윤도현 등에 대한 '직접적이고 즉각적인 제재'와 그 결과가 명시돼 있다. 눈여겨볼 점은 이명박 전 대통령 취임이 있었던 2008년 2월부터 해당 문건이 작성된 2010년 11월 사이 윤도현에게 가해진 직접적인 불이익 조치는 2008년 KBS TV·라디오 동시 하차가 유일하다는 것이다.

    KBS진미위는 "국정원 문건에서 말하고 있는 직접 제재는 윤도현 등의 진행자 강제 하차에 외부의 권력이 2008년부터 개입해왔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볼 수 있다"라고 진단했다.

    이어 KBS진미위는 "2008년 윤도현의 TV·라디오 동시 하차 사건은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 기간 계속해서 이어져 온 이른바 '블랙리스트' 사건들의 시발점이 되는 사건이라고 볼 수 있다"라며 "여러 정황을 종합해볼 때 윤도현의 하차는 국정원이 개입, KBS 상층부의 협조를 통해 급박하고도 비밀스럽게 실행되었을 개연성이 있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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