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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왕국' tvN은 왜 초장시간 노동 못 벗어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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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라마 왕국' tvN은 왜 초장시간 노동 못 벗어날까

    [노컷 딥이슈] tvN '아스달 연대기'부터 CJ ENM 드라마들 고발 계속
    "주 68시간 제작가이드라인 지키는 것 요식행위로 끝"
    "근본적인 시스템 바꿔서 근로시간 단축하겠다는 고민 없어"
    "노동조건 메인 PD 따라 좌지우지…제보자 색출도 빈번"

    '노컷 딥이슈'는 연예 이슈를 한 걸음 더 깊이 들여다보면서 그 이면의 사회·문화 현상을 진단합니다. [편집자주]

    10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열린 '해외촬영 연속 151시간, 턴키계약 관행 여전' 스튜디오드래곤 제작 아스달연대기 고발 기자회견 참석자들이 규탄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드라마 왕국의 명성이 초장시간 노동 실태에 무너지고 있다.

    tvN 하반기 기대작 '아스달 연대기'는 사전제작 과정에서 국내 최장 주 100시간 촬영, 해외 로케 연속 151시간 촬영 등 초장시간 노동으로 구설수에 올랐다.

    희망연대노조 방송스태프지부(이하 방송스태프지부)와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한빛센터)는 최근 기자회견과 입장문을 통해 '아스달 연대기' 브루나이 해외 로케 당시 스태프들이 연속 7일 간 총 151시간 30분에 달하는 초장시간 노동을 했다고 밝혔다. 스태프들의 일 근로시간은 하루 최저 17시간부터 최고 25시간에 이르렀다.

    스태프들의 안전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촬영도 이어졌다. 현지인들이 말렸음에도 해가 다 진 상태에서 40분 간 카누 운행을 강행하는가 하면, 무리한 촬영으로 인해 한 스태프는 골절상을 입기도 했다.

    CJ ENM 계열사인 드라마 제작사 스튜디오 드래곤은 지난해 9월 '(주) 68시간 제작가이드라인'을 마련했지만 무용지물이 된 모양새다.

    방송스태프지부와 한빛센터는 스튜디오드래곤이 △근로계약 전혀 체결하지 않고 △1일 8시간-1주 평균 40시간 기본 근로시간을 초과해 근로할 경우 근로자 당사자 동의를 얻어야 함에도 지키지 않았으며 △시간외근로수당·야간근로수당 가산 지급하지 않고 △1주 68시간 이상 근로 불가능한데도 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금까지 스튜디오 드래곤에서 제작돼 온 CJ ENM 드라마들은 매번 초장시간 노동 및 부실 안전 논란에 휩싸여왔다. '아스달 연대기' 김원석 PD의 전작 '나의 아저씨'는 물론이고 '아는 와이프' '플레이어' '손 더 게스트' '프리스트' 등이 모두 고발 당했다. '화유기'의 경우 현장에서 스태프가 추락하는 사고가 벌어지기도 했다.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주당 68시간 이상 노동은 노동자의 동의가 있더라도 위법이다.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방송업 역시 특례 업종에서 제외돼 이를 적용 받게 된다. 그렇다면 왜 드라마 현장, 특히 CJ ENM 드라마들 현장에서는 이 같은 위법 행위가 빈번하게 일어나는 것일까.

    한빛센터 관계자는 "스태프 협의체를 통해 민주적으로 제작사가 의견을 반영해야 하는데 사실 주 68시간을 지킨다는 것이 요식행위라고 밖에 볼 수 없는 상황"이라며 "근본적인 시스템을 바꿔서 근로시간을 단축할 고민을 해야 하는데 매일 억지로 동의를 구해 근로 연장을 하면서 겨우 겨우 법의 테두리 안에서 진행되고 있다. 긴장은 하고 있지만 근본적인 변화를 위해서는 나아가고 있지 못하고 있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제작가이드라인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았다는 징후는 현장에서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메인 PD에 따라 달라지는 노동 강도와 제보 스태프 색출 움직임이 바로 그것이다. 방송스태프지부와 한빛센터는 지난 10일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 스튜디오드래곤을 근로기준법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지만 여태까지처럼 이 역시 처벌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한빛센터 관계자는 "현재 스튜디오 드래곤에서 제작되는 CJ ENM 드라마 제작환경과 노동조건은 메인 PD의 스타일에 따라 좌지우지 되고 있다. 이 이야기는 결국 시스템적으로 제대로 된 고민을 하지 못하니까 제작환경과 노동조건 등이 보장되지 않는 상황이 반복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법적인 고발이 제대로 처벌로 이어지지 못하는 것도 제보자 색출을 하려는 현장의 미묘한 긴장과 흐름 때문이다. 이런 분위기로 인해 익명 제보는 들어오지만 이것이 실명 증언으로 이어지기 힘들다. 그런 식의 행태는 매우 유감"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한빛센터는 스튜디오 드래곤 뿐만 아니라 CJ ENM 측과 만나기 위해 면담을 요청한 상태다.

    이 관계자는 "2016년 이한빛 PD가 사망한 후에 CJ ENM은 재발방지와 관련된 마지막 합의를 했다. 그러나 그 다음에 구체적인 대책이 나오거나 이행된 바는 없다. 지금 제보를 보면 심각한 상태인데 사실 이게 스튜디오 드래곤만의 문제는 아니다. CJ ENM도 책임을 질 부분이 있다고 생각해서 면담 요청을 했다"고 전했다.

    이 같은 지적과 관련해 16일 스튜디오 드래곤 측은 "'당사는 제작가이드의 본래 취지에 따라 제작환경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당사는 고용노동부의 요청 등이 있을 경우 적극 협조할 계획이며 가이드가 전 제작과정에서 잘 정착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는 공식입장 외에 더 덧붙일 이야기가 없다"고 조심스러운 답변을 내놨다.

    다만 제보자 색출에 대해서는 "사실무근이다. 기사가 나가고 현장 스태프들 사이에서 이야기가 나올 수는 있어도 회사나 특정 누군가 주도를 해서 색출한다든가 편을 가른다든가 안 좋은 분위기를 조성하는 시도는 전혀 없다"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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