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에이스' LA 다저스 류현진이 29일(한국 시각) 애리조나와 2019 메이저리그 개막전에 한국인으로는 2001년 박찬호 이후 18년 만에 선발 투수로 등판해 역투를 펼치고 있다.(LA=연합뉴스)
똑같은 82구였다. 그러나 결과는 '극과 극'이었다. 한때 한솥밥을 먹었던 동료들이었지만 류현진(32·LA 다저스)은 웃었고, 잭 그레인키(36·애리조나)는 울었다.
류현진은 29일(한국 시각) 미국 LA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애리조나와의 2019 메이저리그(MLB) 개막전에서 6이닝 8탈삼진 4피안타(1홈런) 1실점 쾌투를 펼쳤다. 팀의 12 대 5 대승을 이끌며 개막전 승리를 따냈다.
완벽한 투구였다. 류현진은 이날 82개 투구 중 포심과 컷 패스트볼(커터)을 70% 이상 썼다. 힘있는 속구는 이날 볼넷과 몸에 맞는 공 1개도 없을 만큼 정교한 제구에 더욱 위력적이었다. 이날 류현진의 최고 구속은 93.7마일(약 150.8km)에 이르렀고, 커터는 포심처럼 오다 우타자 몸쪽으로 날카롭게 휘어졌다.
이날 류현진은 8개의 삼진 중 6개를 속구 계열로 잡아냈다. 포심이 4개, 커터가 2개였다. 나머지 2개는 주무기인 체인지업이었다.
여기에 류현진은 느리고 낙차 큰 커브를 절묘하게 구사하며 상대 타선의 타이밍을 뺏었다. 위력적인 포심과 커터를 대비하다 시속 120km 중반의 커브가 들어오자 애리조나 타자들은 배팅 타이밍을 잡지 못했다.
물론 류현진의 커브는 홈런 1개로 연결되기도 했다. 그러나 7 대 0으로 앞서 승부가 사실상 갈린 6회 1사였다. 애덤 존스가 커브를 작정하고 노리고 쳤다.
'안 풀리네' 애리조나 잭 그레인키는 29일(한국 시각) 예전 몸담았던 다저스와 원정 개막전에 선발 등판했지만 4이닝도 채우지 못한 채 7실점하며 패전을 안았다.(LA=연합뉴스)
하지만 그레인키의 82구는 악몽이었다. 그레인키는 이날 류현진이 책임진 6이닝의 절반 수준인 3⅔이닝만 소화했다. 탈삼진은 3개에 그쳤고 홈런을 4방이나 맞았다. 안타 7개, 볼넷 2개로 7점을 내줬다.
역시 정교한 제구와 다양한 변화구를 쓰는 그레인키는 이날 평소답지 않았다. 특히 커브가 읽히면서 4개의 홈런 중 2개로 연결됐다. 체인지업, 슬라이더도 공략을 당하면서 그레인키는 패전 투수가 됐다.
그레인키는 2013년부터 3년 동안 류현진과 다저스 동료였다. 해당 기간 15승과 17승, 19승을 거두며 커쇼와 함께 원투 펀치로 활약했다. 류현진도 2013년부터 2년 연속 14승을 올렸지만 3선발일 수밖에 없었다. 그레인키는 2009년 캔자스시티 시절 투수 최고의 상인 사이영을 수상한 바 있다.
연봉도 비교할 수 없다. 그레인키는 지난해 투수 최고 연봉(3400만 달러)을 받았고, 올해도 MLB 전체 3위인 3450만 달러(약 392억 원)를 받는다. 류현진도 지난해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포기하고 다저스의 퀄리파잉 오퍼를 받아들여 1790만 달러(약 200억 원)를 받지만 그레인키의 절반 수준이다.
하지만 개막전에서 실력은 연봉에 비례하지 않았다. 류현진은 돈값 이상의 특급 투구를 펼쳤지만 그레인키는 몸값에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 똑같은 82개의 투구였지만 결과는 천양지차였다. 류현진은 천당을 누렸지만 그레인키는 지옥을 헤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