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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창출'vs'부의 대물림'…'가업상속공제' 확대 논란



기업/산업

    '고용창출'vs'부의 대물림'…'가업상속공제' 확대 논란

    중소기업계 "가업승계 통한 고용창출 위해 상속세 부담 완화해야"
    참여연대 "부의 대물림, 고액 자산가에 특혜...혜택 축소해야"

    중소기업중앙회. (사진=연합뉴스)

     

    중소중견기업의 소유주가 기업을 자녀나 친인척 등에게 상속할 때 최대 500억원까지 공제해 주는 '가업상속공제제도'가 최근 중소기업계의 논란으로 떠오르고 있다.

    기업에서는 공제대상 기업과 공제한도를 확대해 좀 더 많은 기업들이 혜택을 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상속증여세법 개정을 강하게 촉구하고 있고 시민단체 등에서는 '부의 대물림'으로 양극화가 가속화될 수 있다며 오히려 축소해야 한다는 입장으로 맞서고 있다.

    '100년 기업 키우자' 가업승계 권유 차원 상속세 혜택

    가업상속공제제도는 중소기업과 연매출 3천억원 미만 중견기업을 대상으로 한다. 기업을 물려주는 피상속인(예를 들면 부모)이 기업을 10년 이상 경영하고 일정기간 대표이사로 재직해 있어야 한다.

    기업을 물려받는 상속인(예를 들면 자녀)은 18세 이상에 상속 개시일 2년전부터 해당 기업에 근무하고 상속일 이후 2년내 대표이사로 취임해야 한다.

    또한 피상속인과 상속인이 요건을 충족해 상속세 공제를 받은 뒤에도 향후 10년간 업종을 유지하고 정규직 근로자 수를 기준인원이 80% 이상을 유지해야 한다. 만약 이같은 사후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하면 상속세를 추징당한다.

    사전, 사후요건을 충족할 경우 기업 운영기간에 따라 상속자산에서 200억~500억원을 공제받는다. 기업 입장에서는 '일반상속'에 비해 매우 유리한 제도다.

    예를 들면 중소기업을 30년 이상 운영해온 부모가 자녀 1인에게 600억원에 상당하는 기업 자산을 '일반상속'하게 되면 일반적인 공제(일괄공제,신고세액공제 등)를 거쳐 278억원 정도의 상속세가 부과된다.

    (사진=한국경제연구원 제공)

     

    그러나 '가업상속공제'제도를 신청하게 되면 똑같은 세율이 적용되더라도 상속세는 40여억원으로 대폭 줄어든다. 상속 자산 600억원 가운데 500억원을 공제받은 뒤 남은 자산(100억원)에 대해서 상속세가 부과되기 때문이다.

    이처럼 상속세를 대폭 줄일 수 있는데도 이 제도는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08년 51건에서 시작해 지난 2017년 91건에 머물렀다. 중소기업 숫자만 하더라도 400만개에 육박하는 현실에 비하면 매우 작은 숫자다.



    가업상속공제 제도가 활성화되지 못하는 이유로 중소기업계는 조건이 너무 까다롭고 혜택이 적다는 이유를 들고 있다.

    중기업계는 사전 사후요건을 완화하고 공제액도 현행 500억원 한도를 더 높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제26대 중기중앙회장 김기문(사진=연합뉴스)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은 최근 "성공적 승계를 통해 기업이 유지되면 경제적 부가가치와 함께 일자리 창출혜택은 근로자와 국민들에게 돌아간다"며 "가업상속공제 요건을 완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가업상속을 고려하고 있다는 노재근 주식회사 코아스 대표이사는 "현재 10년인 사후요건 기간을 일본처럼 5~7년으로 완화해야 한다"며 "연 매출 3천억원 이상인 기업도 공제혜택을 볼 수 있도록 대상 기업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인력난에 최저임금 인상, 공장설비 자동화 확산 등을 감안해 고용인원을 10년간 유지하는 규정도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일부 국회의원도 기업계의 입장을 반영한 상속증여세법 개정안을 올들어 잇따라 제출했다. 더불어민주당 윤후덕, 이원욱 의원과 자유한국당 박명재, 이종구 의원은 사후 요건을 완화하거나 공제한도를 높이는 등의 개정안을 각각 발의했다.

    공제 확대 움직임에 시민단체인 참여연대와 일부 의원은 반대 목소리를 명확히 하고 있다.

    참여연대는 '가업상속공제 대상기업의 기준이 넓고 공제한도도 너무 높아 일부 고액 자산을 보유한 상위계층에게 특혜를 주는 결과를 초래한다"며 "가업상속공제 제도의 재정비가 필요하다"는 의견서를 최근 국회에 제출했다.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 김용원 간사는 "공제 대상 기업을 비상장기업, 중소기업으로 축소하고 매출액 기준을 자산규모까지 고려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현행 최대 500억원인 공제한도도 축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가업상속 자산 가운데 부동산이 포함되는 경우가 많다"며 "이는 기업의 '고유기술' 승계지원이라는 제도의 취지보다는 일부 고액 자산가에게 혜택이 가는 불평등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 유승희 의원 역시 대상기업을 현행 연매출액 3천억원에서 2천억원으로 축소하고 최대 공제한도도 현행 500억원에서 100억원으로 대폭 줄이는 법률 개정안을 최근 발의했다.

    혜택 확대하면 늘어날까? 조사 결과는 '글쎄'

    요건을 완화하고 혜택을 확대하면 가업상속공제 제도가 활성화될 것이라는 중소기업계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실제 조사는 다른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자료=중소기업중앙회 제공)

     

    지난해 중소기업중앙회가 전국 495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가업승계 실태조사를 실시한 결과 가업상속공제 제도를 이용할 계획이 없는 이유를 든 기업의 65%가 "제도를 잘 모르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요건이 까다로워서'라고 답변한 업체는 21%에 불과했다. 전체 기업의 70%가 가업승계의 주된 어려움으로 상속세 부담을 꼽았다.

    결국 상속세가 부담돼 가업상속을 어려워하지만 정작 세부담을 줄일 수 있는 '가업상속공제'제도에 대해서는 상당수 기업인들이 모르고 있는 셈이다.

    공제한도를 늘리는 것에 대해서도 이견이 있다. 지난 2017년 현재 가업상속공제 제도를 이용한 기업인 1인당 평균 공제액수는 24억 여원에 불과하다. 최대 공제한도 500억원은 물론 최소 공제한도 200억원도 여전히 많은 여유가 있는 셈이다.

    한양대학교 강성훈 교수(정책학)는 "2013년부터 공제규모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지만 공제한도를 적용받은 기업(공제한도를 꽉 채운 기업)은 거의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현 상황으로 볼 때 공제 한도액을 확대하는 것은 바람직해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설문 조사 결과 가업상속공제 제도의 실효성이 낮은 주된 이유가 제도에 대한 기업의 이해도가 낮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처럼 가업상속공제 제도의 확대에 대해 논란이 빚어지면서 정부는 조심스런 입장이다. 기획재정부 김태주 재산소비세정책관은 '가업승계는 부의 대물림이 아니다'는 업계의 주장에 대해 "시민단체들은 의견을 달리 한다"며 "조세제도는 형평성이 생명인데, 가업상속공제 제도는 형평성에 반하는 것이며 가업이 상속되면 고용이 유지된다는 근거도 부족하다는 의견도 있다"고 밝혔다.

    김 정책관은 "현재로서는 세법 개정방향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하기 어렵지만 사후요건을 완화해야 한다는 업계 의견에는 동의한다"며 "10년 요건을 단축하고 업종 유지 조항도 소분류 내 업종 변경만 허용했는데 이를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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