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유동근(왼쪽부터), 채시라, 김상중이 27일 오후 서울 상암동 MBC에서 열린 수목드라마 '더 뱅커' 제작발표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자본주의 시대를 사는 인간의 욕망이 집약된 권력 그 자체인 '돈', 그리고 그러한 돈이 모인 장소 '은행'. 그 치열한 장소에서 살아남기 위해 인간은 어떤 선택을 할까. 그리고 이러한 선택들 속에서도 과연 '정의'와 '인간다움'은 존재할 수 있을까. MBC 새 수목드라마 '더 뱅커'는 비리와 부패로 얼룩진 현실을 그려내면서도, 현실에서는 볼 수 없는 통쾌함을 선사할 거라 예고했다.
MBC 새 수목드라마 '더 뱅커' 포스터 (사진=MBC 제공)
◇'금융 오피스 정치 수사극'에 '휴머니즘'을 입히다27일 '금융 오피스 수사극'을 표방하며 첫 방송할 MBC 새 수목드라마 '더 뱅커'는 권력을 차지하기 위한 임원들의 이른바 '라인 게임'을 비롯해 조직 안에서 벌어지는 부정부패와 비리의 중심을 파헤치는 감사 노대호(김상중 분)와 감사실 요원들의 활약을 그린다.
일본 만화를 원작으로 하고 있지만 큰 줄기만 가져왔을 뿐, 세세한 내용은 국내 정서와 현재 분위기에 맞춰 보완했다. 또한 은행 출신, 시트콤 작가 출신 등 전문성과 다양성을 지닌 작가진이 모여 현실성과 재치가 어우러져 시청자에게 다채로운 즐거움을 제공할 예정이다.
연출을 맡은 이재진 PD는 "'더 뱅커'는 금융 드라마의 탈을 쓴 정치 드라마라고 생각한다. 은행에서 벌어지는 권력 다툼을 주요 주제로 담고 있고, 권력 다툼이 어떻게 생겼는지, 무엇이 권력 다툼과 갈등을 만들었는지 추적해 나가는 정의로운 감사의 이야기"라며 '더 뱅커'를 '금융 오피스 정치 수사극'이라고 표현했다.
노대호 역을 맡은 배우 김상중은 여기에 '휴머니즘'을 덧붙이고 싶다고 말했다. 김상중은 "이 드라마는 은행이라는 조직을 통해서 세상 이야기를 한다. 결국 그 속에는 사람의 이야기가 중심이 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금융 오피스 정치 수사극'에 휴머니즘을 덧붙여서 말하고 싶다"라고 설명했다.
치열한 줄타기 게임을 하는 것도, 부정부패와 비리도 결국 각자의 방식으로 자본주의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한 '인간'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또한 이를 풀어내는 것 역시 인간의 몫이다. '돈'이 아닌 '정의'가 세상을 지킬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진 인간 말이다.
배우 차인하(왼쪽부터), 안유연, 신도현이 27일 오후 서울 상암동 MBC에서 열린 수목드라마 '더 뱅커' 제작발표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선(善)? 악(惡)? 쉽게 판단할 수 있을까"우리는 각자의 방식으로 은행을 지키고 있었다."'더 뱅커'의 포스터에 나오는 문구처럼 각자의 방식으로 각자의 자리에서 자신의 신념을 지켜가는 이들 사이에서 과연 누가 선과 악을 쉽게 가를 수 있을까.
채시라는 "누가 나쁘고 착하다는 개념의 드라마가 아니라 저 사람의 입장이 되면 나도 저럴 수 있었겠다는 생각이 들 것"이라며 "큰 틀에서 봤을 때 모두가 은행을 지키기 위해, 각자가 옳다고 생각하는 방식으로 지키는 걸 볼 수 있다. 강삼도 은행장(유동근 분)도 느낌만 보면 절대 악역이라 볼 수 없다. 이 드라마는 보면서 선악에 대해 생각해보는 재미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상중도 "'더 뱅커'에서는 선인이 악인이 될 수 있고 악인 또한 선인이 될 수 있다. 강삼도 입장에서는 정의를 구현하려는 노대호는 악인"이라며 "그러나 마찬가지로 정의를 구현하고 은행의 중심은 고객이라 생각하는 노대호에게 자신을 감사로 선임한 은행장이 은인일 수 있겠지만 동시에 노대호 입장에서는 '악의 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그런데도 정의는 한결같이, 바로 우리가 생각하는 그 정의는 똑같다. 결국 드라마는 우리가 원하는 '정의'를 이야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27일 오후 서울 상암동 MBC에서 열린 수목드라마 '더 뱅커' 제작발표회에서 배우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차인하, 신도현, 안우연, 이재진 감독, 유동근, 채시라, 김상중, 김태우. (사진=박종민 기자)
◇이 모든 걸 구현할 연기파 배우들'더 뱅커'가 보여주고자 하는, 휴머니즘이 가미된 '금융 오피스 정치 수사극'의 완성은 배우들을 통해 이뤄진다.
유동근, 김상중, 채시라, 김태우, 안내상, 서이숙 등 이름만 들어도 믿고 볼 수 있는 연기를 펼치는 배우들이 대거 등장해 극 중 인물의 복잡한 감정과 상황을 시청자에게 생생하게 전달할 예정이다. 이재진 PD가 해당 배우들의 캐스팅을 두고 '로또 당첨'에 비유할 정도로 한 드라마 안에 모아놓기 힘든 배우들이다.
배우 유동근은 대한은행 은행장 강삼도 역을 맡아 냉철한 카리스마와 부드러운 리더십이라는 양면성을 그려낼 예정이다. 유동근은 "처음에 악역이라고 했을 때는 좀 머뭇했지만, 평소 같이 작업해보고 싶었던 배우들이 함께한다는 말을 듣고 참여하게 됐다"며 "또한 사람 위에 돈과 권력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는 것을 보고 악역이라도 한 번 용기를 내보기로 했다"라고 말했다.
젊은 배우들도 한 목소리로 선배 배우들과 함께 하며 연기자로서 한층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데 고마움을 표했다.
서보걸 역의 안우연은 "여기서 많이 배울 수 있겠구나, 폐가 되지 않게 열심히 하고, 공부해야겠다는 마음으로 임하게 됐다"고 밝혔으며, 문홍주 역의 차인하도 "선배들께 많이 배우고 공부하는 자세로 최선을 다해서 작품에 임하고 있다. 많은 관심과 사랑 부탁드린다"라고 말했다. 장미호 역의 신도현도 "많이 배우고 열심히 촬영하고 있으니 많은 관심을 가져달라"고 부탁했다.
MBC 새 수목드라마 '더 뱅커' 포스터 (사진=MBC 제공)
특히 배우 채시라는 여성 임원이 드문 은행이라는 세계에서 대한은행 본부장을 맡아 활약한다.
2017년 톰슨로이터에 따르면 미국 뱅크오브아메리카(BOA), 프랑스 BNP파리바, 일본 미즈 호그룹 등 글로벌 은행의 이사회 여성 비율은 19.2%, 여성임원 비율은 16%인데 반해 국내은행 여성 비율은 이사회가 4.4%, 임원은 7.2%에 불과하다.
지난 작품에서 '무직', '엄마' 등의 역할을 맡아 연기한 채시라에게도 이번 역할은 특별하다. 지난 1993년 방송된 MBC '파일럿'에서 에어버스 수석 실내디자이너 역을 맡은 이후 오랜만에 커리어우먼 역할을 맡은 것이다.
채시라는 "현실에서는 깨기 쉽지 않은 '유리천장'을 드라마에서는 깨볼 수 있다"며 "많은 여성께 희망이 되고 목표가 되는 역할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배우들은 '더 뱅커'가 시청률 15.5%를 넘으면 각자 100만원씩 모아 적금을 들어 우리 주변에 필요한 이들에게 전달하겠다는 공약을 남겼다. 물론 김상중은 시청률과 무관하게 좋은 일을 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답답한 현실 속 소화제가 필요하다면 '더 뱅커'를 봐주면 좋겠다. 소통과 화합이 담겨있는 드라마다"라고 김상중은 드라마를 정의했다. 과연 '더 뱅커'가 드라마를 통해 현실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정의 구현'을 보여주고,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아 현실에서도 따뜻한 정의를 구현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