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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와 '그의 감시견들'…트럼프 '제재 철회' 트윗 관전법



미국/중남미

    트럼프와 '그의 감시견들'…트럼프 '제재 철회' 트윗 관전법

    • 2019-03-25 13:20

    '트럼프에 면죄부' 준 뮬러 특검 보고서, 대북협상 동력 고갈사태는 피해
    트럼프 메시지를 받은 북한의 움직임이 북미협상의 주요 변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자료사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언제나 허를 치고 들어온다. 2차 북미 정상회담 때도 누구도 예상치 못한 '노딜'(회담 결렬)로 허를 찌르더니, 이번에는 '대북제재 철회 지시' 트윗 한 방으로 상황을 뒤엎었다.

    하노이 정상회담 이후 매파인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방송에 내보내 연일 '대북제재의 확고한 이행'을 부르짖게 하더니, 급기야 21일(현지시간)에는 미 재무부가 올해 들어 첫 대북 관련 독자제재까지 발표했다.

    독자제재 부활로 회담 결렬 이후 미국이 다시 압박기조로 돌아서는구나 확신을 준 바로 그 다음날인 22일,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로 다시 허를 찌르고 들어왔다.

    "미 재무부가 오늘 기존의 대북제재에 더해 대규모 추가 제재가 더해질 것이라는 발표를 했다. 나는 오늘 그 추가제재를 철회할 것을 지시했다" (미 동부시간 22일 오후 1시 22분 트럼프 대통령 트위터)



    허를 찔린 것은 아군도 마찬가지였다. 바로 '오늘'이라는 말 때문이었다. '전날' 부과한 제재도 아니고 '오늘' 부과한 '대규모 추가 제재'란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미 재무부는 물론이고 백악관도 미궁에 빠졌다.

    트럼프는 아군까지 교란시키는 트윗을 남기고는 입을 닫았다. 새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이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을 좋아하고 그래서 대통령은 이들 제재가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짤막한 설명을 내놨을 뿐이다.

    대외정책 결정 시스템을 트윗 한방으로 뒤엎어 버리고서는 김정은을 좋아해서 그런 것이라고? 대통령이 할 짓인가. 야당인 민주당도 언론도 난리가 났다.

    그렇게 혼란스런 상황이 한참 지나고 나서야 백악관은 대통령이 언급한 제재라는 것은 전날에 이미 부과한 제재가 아니라 '미래의 제재', 즉 재무부의 제재 '계획'을 중지시킨 것이라는 답을 내놨다.

    결론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제제 철회 지시 트윗으로 북한이 얻어 간 것도 없는 셈이다.

    어떻든 트럼프 대통령은 샌더스 대변인의 성명대로 '나는 김정은을 좋아한다'는 것과, '대북 정책은 다른 누구(특히 볼턴)도 아닌 결국 내 손에 달려있다'는 점을 이번 트윗 철회로 직접 북한에 전달하고 싶었던 것 같다는 분석이 나온다.

    워싱턴포스트는 22일자 기사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은 여전히 자신이 북한과의 핵협상을 타결할 수 있다고 믿고 있고, 주변인들에게도 그렇게 말한다며 북한과의 협상에 여전히 집착하고 있다고 익명의 관계자의 말을 전했다.

    일부 행정부 인사들이 대북 협상에 회의적이지만 결국은 트럼프 본인이 최종 결정자이며, 여전히 역사적인 합의를 이룰 수 있기를 열망하고 있다는 뜻을 김 위원장에게 피력해왔다는 것.

    또 다른 미 행정부 관리는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트윗을 통해 김정은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를 원한다는 메시지를 직접 보낸 것"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워싱턴포스트와 인터뷰한 엘리자베스 로젠버그 전 재무부 고위관리는 더욱 노골적인 분석을 내놨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에게 '내가 너의 편'이고 우리의 정상외교를 지키기 위해 내가 내 행정부의 '감시견들(dogs)'을 묶어놓을 것이라는 점을 나타내는 메시지다"

    이 신문은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감시견들'을 어떻게 활용하는지 잘 보여주는 예로 지난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볼턴 보좌관의 사례를 들었다.

    두 명의 행정부 관리에 따르면, 첫날 김정은 위원장과의 만찬에서 볼턴 보좌관이 배제된 이유는 만찬 논의에 해를 끼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때문에 이날 만찬에는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믹 멀베이니 백악관 비서실장 대행이 대신 들어갔다. 그러나 회담 결렬 이후에는 매파인 볼턴 보좌관을 다시 전면에 내세웠다.

    요약하자면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를 통해 전달하고 싶었던 메시지는 이것이다; 나는 너(김정은)를 좋아한다. 내가 기르는 감시견들이 너에게 짖을 수는 있다. 그러나 내가 물지 못하게 붙잡아 둘 것이다.

    그렇지만 굳이 정부 의사결정 시스템을 깡그리 뒤집어 아군까지 교란시키면서까지 이런 식으로 메시지를 전달해야 했을까. 미국의 대북 제재에 대한 신뢰를 갉아먹으면서까지?

    한바탕 비판 여론이 크게 일어날 사안이었지만, 이번 트위터 소동은 마침 24일 트럼프 대선캠프의 러시아 연루 의혹을 수사해 온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가 미 법무부에 수사 보고서를 제출하면서 거의 여론의 관심에서 묻혀버렸다.

    게다가 뮬러 특검 보고서는 '트럼프 대선 캠프가 러시아 정부의 미 대선 개입에 공모했다는 증거를 찾지 못했고, 트럼프 대통령이 수사방해를 했다는 증거도 불충분하다'며 트럼프 대통령에게 면죄부를 안겼다.

    특검이 대통령이나 최측근의 범죄혐의를 밝혀내고 이것이 탄핵 논란으로 번질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이끌어온 대북 정책에 신경 쓸 겨를이나 있겠느냐는 우려가 있었는데, 이번 특검 보고서로 이런 우려도 해소됐다. 대북협상 동력이 완전 고갈되는 사태는 일단 피했다.

    그렇다면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를 받은 북한은 어떻게 대응할까. 앞으로 있을 추가 제재를 철회하라고 지시했다니 좋다고 해야 할까, 아니면 그 소란통에 실제로는 손에 넣은 것은 없고 독자제재는 그대로 남았으니 농락당했다고 해야 할까.

    미국 독자제재 발표 몇 시간 뒤 개성공단 남북연락사무소에서 전격 철수한 북한이 앞으로 어떻게 나올지가 앞으로 흐름을 내다볼 수 있는 중요한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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