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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그래 풍상씨' 배우 유준상 "끝까지 후회 없이 달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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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그래 풍상씨' 배우 유준상 "끝까지 후회 없이 달렸어요"

    [노컷 인터뷰] KBS2 수목드라마 '왜그래 풍상씨' 이풍상 역 배우 유준상

    배우 유준상 (사진=나무엑터스 제공)

     

    모질게 겪은 세상의 고생이나 고통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인 '풍상'. 단어가 가진 뜻만큼이나 모진 인생을 답답할 정도로 착하게 살아온 이가 KBS2 '왜그래 풍상씨' 속 이풍상이다. 배우 유준상은 자신이 연기한 풍상이라는 캐릭터를 통해 진심으로 누군가에게 사과한다는 게 어떤 건지 배웠다고 했다. 세상 풍파 다 겪고도 살아가는 풍상 씨를 연기한다는 건 어떤 일이었을까. 지난 21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유준상이 그려낸 풍상 씨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봤다.

    KBS2 '왜그래 풍상씨' (사진=방송화면 캡처)

     

    ◇"끝까지 놓치지 않고 계속 작품을 향해 달려갔어요"

    지난 14일 종영한 KBS2 수목드라마 '왜그래 풍상씨'(연출 진형욱, 극본 문영남)는 흔히 말하는 '대박'이 난 드라마다. 마지막 회는 22.7%(닐슨코리아 집계, 전국 기준)라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이 같은 시청률을 기록한 데에는 극본과 연출도 중요하지만 이를 잘 살려낸 배우들의 호연이 있었다. 호연을 펼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배우들의 숨겨진 노력이 있었다. 보통 드라마 시작 전 대본 연습을 하며 호흡을 맞춰보는데, '왜그래 풍상씨'는 드라마 종영 전까지 대본 연습을 했다. 유준상은 "이례적인 일"이라고 표현했다.

    "다들 현장에서 대본을 보면서 연습하느라 바빠요. 세트에서 처음 촬영을 하는데 대본이 5장, 9장, 20장 이런 장면들을 찍을 때 한 번도 NG를 안 내고 촬영했어요. 이제 시작인데 다들 놀라워했죠. 누군가는 NG를 냈어야 하는데 앞으로 어떻게 하냐고 그러고요.(웃음) 감독님이 새로운 경험을 했다고, 마치 연극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며 배우들에게 고맙다고 말씀하셨어요. 사실 저도 그렇고 다들 선생님(문영남 작가)께 방과 후 수업을 몇 번 받았어요. 드라마가 끝나는 날까지 대본 리딩을 했어요. 이례적인 일이기도 하고, 그만큼 배우들이 끝까지 놓치지 않고 계속 작품을 향해 달려갔어요."

    유준상은 극에 몰입해 '풍상'이가 되어 울기도 많이 울었다. 동생 정상(전혜빈 분)이 결혼을 할 때 웨딩드레스를 입은 모습을 보고도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아내 분실(신동미 분)에게 꽃과 케이크를 주면서도 그저 눈물만 흘렸다.

    유준상은 "정상이 결혼할 때는 저도 정상이도 눈물이 많이 났다. 그냥 막 펑펑 울었다"며 "분실이에게 '내가 당신한테 아무것도… 나 같은 놈…' 하면서도 많이 울었다. 그때부터 1분 넘게 울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이제 아무도 그 정도 울면 됐다, 잠깐 쉬었다 가자고 안 했다. 감독님도 따로 이야기를 안 하고 카메라팀도 일부러 기다려 줬다"라고 말했다.

    배우 유준상 (사진=나무엑터스 제공)

     

    ◇"현재 우리의 상황을 말하려 했던 드라마"

    감독도, 작가도, 배우도 그만큼 작품에 대한 열정이 넘친 현장이었다. 그런 '왜그래 풍상씨'에 대해 일각에서는 '막장'이라고 말한다. 극본을 쓴 문영남 작가의 전작들과 특유의 캐릭터성을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작명법이 그러한 오해를 더 키웠을 지도 모른다. 여기에 공교롭게도 KBS1 일일연속극 '비켜라 운명아'와 KBS2 주말드라마 '하나뿐인 내편'까지 모두 '간 이식'이라는 소재를 활용함으로써 '왜그래 풍상씨'까지 '막장'이라는 비난을 벗어날 수 없었다.

    극본을 쓴 문영남 작가의 전작을 살펴보면 주로 호흡이 미니시리즈보다 더 긴 주말극을 많이 집필해 왔다. 주말드라마는 보통 50부, 지금의 셈법으로 따지면 100부라는 긴 시간을 통해 이야기를 풀어낸다. '왜그래 풍상씨'는 사연 많은 가족들의 이야기인데, 100부로 풀어내도 모자를 사연을 40부로 압축하다 보니 전개가 극적일 수밖에 없는 부분도 있었다.

    유준상은 "작가 선생님이 그런 이야기를 어떻게 잘 담을까 고민이 많았던 거 같다. 이런 이야기들이 주말드라마를 통해 전달했으면 많이 펼쳐졌을 텐데, 5남매와 간분실과 연관된 사람들의 이야기에 집중을 하고, 그러한 의도로 가기 위해서 고민을 많이 하셨다"며 "가족들 얼굴 마주하며 밥 한 끼 먹기 힘든 요즘 시대에 가족의 소중함을 이야기하고 싶었던 거 같다. 여러분이 생각하는 옛날 세대의 이야기를 가지고 와서 지금 현재 우리의 상황을 말하려 했던 드라마"라고 설명했다.

    사실 '간 이식'이라는 소재에 매몰돼 '왜그래 풍상씨'가 갖고 있는 의미가 퇴색되는 건 안타까운 일이다. 사실 현실의 삶과 가족 관계도 순탄하지만은 않다. 콩가루 집안이라 불리는 곳도 현실 곳곳에 존재한다. 유준상 조차 "진짜 다 역대급이었다. 정말 어떻게 이럴 수 있을까 정도로 말이다"라고 말할 수준이었다. 그런 갈등과 상처들이 응축돼 나타나다 보니 막장처럼 비칠지도 모른다. 그래서 현실적일 수도 있다. 감히 '드라마'라고 단정 짓기에는 현실이 드라마보다 낫다는 보장도 없기 때문이다.

    '왜그래 풍상씨'가 막장으로 묶인 데 대해 황진미 대중문화평론가는 "영화나 소설도 아닌, 그것도 지상파에서 현실적인 가족 관계를 짚어줬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라고 의미를 짚었다.

    KBS2 '왜그래 풍상씨' (사진=방송화면 캡처)

     

    ◇"나라도 풍상이처럼 했을 것"

    "진상아… 형이… 미안하다… 네 말 다 맞아… 생각해보니 널 제일 많이 때렸더라. 그러면 안 되는데 너한테 화풀이했어… 널 교육시킨다는 이유도 있었지만 솔직히 내 말 안 들어서 화났고, 내 화를 못 참아서 감정적으로 때린 적도 많았어… 나 엄마한테 맞다가 기절한 적도 있다… 매일매일 엄마 화풀이 대상이었고 감정 쓰레기통이었어. 세상에 태어나 이렇게 누굴 미워한 적이 없어. 너무너무 밉고 내 가슴에 한을 품게 한 사람, 그렇게 미워한 사람… 엄마라니… 또 그 죄책감에 끊임없이 시달렸어. 그래 놓고 너한테 그대로 한 거야."

    풍상 씨가 동생 진상이에게 사과하는 장면이다. 유준상은 "풍상이는 정말 배운 것도 없고 가진 것도 없는 사람이지만 삶을 통해 그 누구보다 철학적인 소양이 쌓인 인물"이라며 "풍상 씨가 이렇게 누군가에게 사과를 한다. 풍상이는 구체적으로 미안하다고 이야기한다. 그 모습을 보며 진심으로 사과한다는 게 정말 어렵다는 걸 느꼈다. 그리고 이런 모습을 통해 작가 선생님은 우리들에게 무언가 느끼도록 만든 거 같다"고 말했다.

    '왜그래 풍상씨' 속 풍상 씨는 참 답답하다. 바보 같을 정도로 착하고 답답하다. 동생들을 먹여 살리느라 고생만 한 풍상 씨는 동생에게 오히려 미안하다고 말한다. 그래서 속이 터진다는 시청자들의 목소리도 높았다. 유준상은 연기에 몰입하느라 시청자의 원성이 자자한지 몰랐다. 유준상은 "속 터지고 있다는 것도 나중에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를 듣고 알았다. 제가 욕을 먹고 있는지 모르고 있었다"라고 말하며 웃었다.

    유준상에게 본인이 풍상 씨의 입장이라면 그렇게 헌신적으로 살 수 있는지 묻자 "나도 20대 때부터 가장이어서 책임감이라는 게 항상 있다. 나라도 그렇게 했을 것"이라고 망설임 없이 말했다. 풍상이와 유준상이라는 인물이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

    어찌 보면 답답한 풍상 씨를 현실에서도 마주하는 상황이다 보니, 드라마에서나마 속 시원하게 행동하길 바라는 시청자의 안타까운 마음이었을지도 모른다. 불쌍한 풍상 씨가 편해지길 바라는 마음에 그 답답함을 풍상 씨에게 토로했는지도 모른다.

    시청자들의 원성도 모를 정도로 유준상은 '풍상'이란 캐릭터에 몰입했다. 풍상 씨는 17살 어린 나이에 가장이 되어 자동차 정비소를 운영하며 4명의 동생을 돌봤다. 정비소에서 일하다 보니 풍상 씨 손은 항상 기름때가 껴서 깨끗할 날이 없다. 동생들을 돌보느라 정작 자신은 돌아보지 못한 채 세월과 고생이 손끝에 어린것이다.

    "풍상 씨 손은 항상 때가 안 지워지고 늘 손톱이 까맣죠. 그래서 조금만 지워져도 분장팀이 와서 칠해줬어요. 저도 그게 지워지면 연기가 안 되더라고요. 그리고 제가 이왕이면 옷도 처음부터 끝까지 한 벌로 가고 싶다고 했어요. 같은 옷을 두 벌 준비해서 그것만 입었죠. 리얼리티를 살리고 싶었거든요. 똑같은 두 벌의 옷을 번갈아가며 입다가 나중에 분실이가 스웨터를 선물해 준 이후로는 그것만 입었어요."

    배우 유준상 (사진=나무엑터스 제공)

     

    ◇"후회 없이 최선을 다해서 연기한, 또 다른 한 살 함께 한 작품"

    풍상 씨의 시련은 여기가 끝이 아니었다. '간암'에 걸린 것이다. 안 그래도 기구한 풍상 씨의 인생이 이렇게 슬프게 끝날까 많은 이들이 걱정을 했다. 유준상도 사실 불안했다.

    "불안했어요. 혹시 분실이나, 아니면 외상이가 죽을까 봐 불안했죠. 그래서 감독님에게 '아시죠?'라고 물어보기도 했어요. 감독님의 예상도 다 틀렸죠.(웃음) 만약 해피엔딩이 아니면 난 이걸 어떻게 연기해야 할지 너무 힘들었어요. 처음 시작할 때 풍상이는 안 죽을 거라고 말씀하셨는데, 그러면 다른 누가 죽는 걸까? 다행히 풍상이가 안 죽는다는 대본을 봤을 때 안도의 한숨을 쉬었어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고 했지만 워낙 많은 감정을 연기해야 하는 역할이라 힘들었다고 했다. 유준상은 "내가 그동안 생각해보지 못한 감정이 많이 나왔다. 내 가족들 안에서 서로 치부를 밝히고, 숨겨진 엄마와의 사연을 내 아이들에게는 또 숨겨야 했다"며 "그렇게 가족을 지켜야 하는데 병까지 얻게 됐다. 그런 감정 단계가 힘들긴 했다"라고 토로했다.

    힘들었던 풍상 씨의 마지막은 다행히 행복했다. 풍상 씨를 연기하며 여러 복잡한 감정에 힘들기도 많이 힘든 유준상이었다. 그럼에도 유준상은 풍상 씨로 산 지난 시간이 고맙다고 말했다.

    "드라마 시작할 때 누가 제게 '이게 선배님의 인생작이 되면 좋겠다'고 말한 적이 있어요. 처음엔 이렇게 짧은 미니시리즈 안에서 '인생작'이 나올 수 있을까 생각했는데, 정말 인생작이 됐어요. 짧으면 짧고 길면 긴 시간 풍상 씨로 몰입해서 보냈던 거 같아요. 후회 없이 정말 최선을 다해서 연기했어요. 짧은 시간이지만 정말 많은 사람들과 이야기하며 그들이 좋아지는 시간이었죠. 그리고 많은 생각을 하게 된 시간이에요. '왜그래 풍상씨'가 제가 또 다른 한 살을 맞이해서 한 작품이라, 또 다른 한 살을 함께 시작하는 작품이라 더 기억에 남을 거 같아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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