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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장자연 사건 10년, '13번째 증언'과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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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칼럼] 장자연 사건 10년, '13번째 증언'과 진실

    [구성수 칼럼]

     

    "거짓 속에 묻혀있던 진실이 내 마지막 증언으로 세상 속에 모습을 드러내기를 간절히 희망한다."

    10년 전에 자살로 생을 마감한 고 장자연 씨의 동료배우인 윤지오씨가 최근 낸 책 '13번째 증언'의 맨 앞부분 한 대목이다.

    윤씨는 장씨와 같은 소속사에 있으면서 가장 친하게 지냈던 동료배우이다.

    소속사 사장 생일파티에 불려가 장 씨와 함께 불려가 성추행 장면을 목격했고 이른바 '장자연 리스트'가 담긴 문건이 유가족에게 건네질 때도 현장에 있었다고 한다.

    그 때문에 장자연 사건이 크게 불거지고 난 뒤 검경과 법원에 소환돼 지난해 말까지 모두 13차례에 걸쳐 증언했다.

    하지만 진실은 아직 드러나지 않고 가려져 있다.

    '장자연 리스트'를 둘러싸고 성상납과 술접대 강요 등 숱한 의혹이 제기됐고 그에 대한 검경의 대대적인 수사가 진행됐지만 사실로 확인된 것은 없다.

    접대를 받았다고 폭로된 이들에게는 '혐의없음' 처분이 내려졌고 그 누구도 처벌받지 않았다.

    다만 장씨 소속사 대표와 매니저 두 사람만이 각각 폭행죄와 명예훼손 혐의로 처벌받았을 뿐이다.

    이것은 장 씨와 함께 힘든 시간을 보냈던 윤 씨로서는 참을 수 없는 것이었다.

    윤씨는 "그일 이후 연예계에서 퇴출 아닌 퇴출을 당했고 힘든 세월을 겪어내며 힌국을 떠나 외국에서 숨어 살 듯 숨죽여 지내야만 했다. 또 다른 피해자가 되어 계속되는 트라우마로 힘겹게 살아왔다"고 털어놓았다.

    "다리가 없는데 달리고 싶은 심정", "목소리를 내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려 해도 아무런 소리조차 나오지 않는 그런 기분"이라고 했다. 그 심정은 충분히 공감이 간다.

    "하지만 언니의 죽음 뒤에 서 있던 그들은 여전히 잘 지내고 있고 고통스러운 시간 속에서 그들의 모습을 지켜봐야 했다"며 "이제는 잘못을 저지른 이들을 단죄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윤씨가 '진실이 드러나기를 간절히 희망한다'며 사건 이후 10년 만에 책을 낸 이유이다.

    윤 씨는 책을 내면서 처음으로 실명과 얼굴을 공개했다.

    "가해자가 죄의식 속에 살아야 하는데 오히려 피해자가 책임감과 죄의식을 갖고 사는 현실이 한탄스러워 용기를 냈다"는 것이다.

    윤 씨의 용기있는 증언을 통해 장자연 사건의 진실이 드러나기를 바란다.

    장자연 사건에 대해서는 검찰 과거사위원회의 권고를 받은 대검찰청 진상조사단이 지난 6월부터 재조사에 착수했다.

    그동안의 조사결과 부실수사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고 있다.

    경찰이 검찰에 넘긴 수사자료에서 장씨의 휴대전화 통화기록과 디지털 포렌식 결과 등 핵심증거들이 빠져 있고 장 씨가 즐겨 사용했다던 미니홈피 내용도 수사과정에서 제대로 들여다보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검경에 불려나가 12차례나 조사를 받은 윤 씨도 당시 21살인 자신이 느끼기에도 "수사가 굉장히 부실하게 이뤄졌다"고 밝혔다.

    힘센 언론사 사장 등 유력인사들이 연루된 사건에 대해 이렇게 '수박 겉핥기' 식으로 수사가 이뤄진 만큼 검경 모두 축소수사나 은폐의혹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진상조사단은 보고 있다.

    그것은 우리 사회의 부끄러운 민낯이다.

    진상조사단의 재조사 결과는 이달 말 발표될 예정이다.

    강제조사권한도 없는 조사단이 국민의 기대에 부응한 조사결과를 내놓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설혹 진실이 드러나더라도 윤 씨가 바라는 바대로 '잘못을 저지른 이들에 대한 단죄'는 이루어지기 힘들다.

    이 사건과 관련된 공소시효가 대부분 끝난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진실규명 노력은 계속돼야 한다.

    그 진실을 통해서만 고인이 자신의 죽음을 통해서라도 알리고 싶었을 원망과 억울함을 풀어줄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이 땅에 제2, 제3의 장자연이 더 이상 나오지 않게 하기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

    7일은 고 장자연의 10주기 기일이다.

    이 땅의 용기있는 여성들과 함께 고인을 깊이 추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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