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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리그 챔피언' KB스타즈의 힘, 8분동안 다 보여줬다



농구

    '정규리그 챔피언' KB스타즈의 힘, 8분동안 다 보여줬다

    박지수가 이끄는 청주 KB스타즈, 여자프로농구 정규리그 우승
    챔피언결정전 직행 티켓 확보…창단 첫 우승 가능성 높여
    정규리그 1위 내준 아산 우리은행, 7년 연속 통합 우승 실패

    청주 KB스타즈 강아정과 염윤아(사진 오른쪽부터)가 3일 청주에서 열린 여자프로농구 부천 KEB하나은행과의 경기에서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사진 제공=WKBL)

     


    #1. 강아정이 골밑으로 접근하는 염윤아를 향해 날카로운 패스를 건넸다. 속도가 다소 빨랐고 방향은 정확하지 않아 실책이 됐다. 두 선수는 잠시 아쉬워하더니 이내 웃으며 하이파이브를 나눴다. 강아정은 벤치를 향해 손을 들며 자신의 실수였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안덕수 감독도 손을 들며 괜찮다는 무언의 답장을 날렸다.

    청주 KB스타즈의 안덕수 감독은 3일 오후 청주체육관에서 열린 우리은행 2018-2019 여자프로농구 부천 KEB하나은행과의 홈경기를 앞두고 "긴장된다"는 말을 반복했다. 우승을 위한 매직넘버는 1. 2006년 여름리그 이후 무려 13년만에 정규리그 정상에 도전했기 때문이다.

    안덕수 감독은 선수들의 단합력을 KB스타즈가 1위를 질주한 원동력으로 꼽았다. "선수들을 보면 늘 밝은 모습이었다"고 말했다. 코트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실수를 해도 서로 웃어 넘기고 다음 플레이에 집중했다.

    코트에서는 '투 머치 토커'가 많을수록 좋다. 농구에서 '토킹(talking)'은 기본에 속하고 특히 수비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안덕수 감독은 평소 강아정과 염윤아가 '토킹'을 잘한다고 밝혔다. 또 "연습 때부터 토킹을 가장 많이 하는 선수는 박지수"라고 덧붙였다. 그가 올시즌 KB스타즈의 성공 이유 중 하나를 소통으로 꼽는 이유다.

    청주 KB스타즈 박지수(사진 왼쪽)가 3일 청주에서 열린 여자프로농구 홈경기에서 하나은행 파커의 슛을 막기 위해 외곽으로 달려나오고 있다. 파커의 슛은 불발됐다 (사진 제공=WKBL)

     



    #2. 고아라가 외곽에서 공을 잡았다. 센터 박지수가 앞을 가로막았다. 3점슛 기회를 잡지 못한 고아라가 돌파하자 박지수는 차분하게 쫓아가 골밑에서 슛 시도를 견제했다. 이후 수비리바운드까지 잡아냈다. 골밑은 물론이고 외곽까지도 박지수가 서있는 곳은 상대에게 난공불락의 요새 같았다.

    198cm의 장신 박지수의 위상은 WKBL 무대에서 독보적이다. 만 21세로 아직 어리지만 리그에 그만한 센터도 없다. 올시즌부터 2쿼터 10분동안 외국인선수 없이 국내선수 5명이 뛰는 제도가 도입되면서 박지수의 가치는 더 커졌다.

    박지수는 지난해 분주한 여름을 보냈다. 미국여자프로농구(WNBA) 라스베이거스 에이시스에서 뛰었고 시즌이 끝나자마자 국가대표팀에 합류해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출전, 값진 은메달을 수확했다. 팀 동료들과 손발을 맞출 여유가 부족했지만 시간이 약이었다. 큰 무대에서 쌓은 경험과 자신감은 KB스타즈에게 큰 힘이 됐다.

    안덕수 감독은 "원래 박지수가 올시즌이 끝나고 미국에 가기로 했다. 작년에 기회가 왔고 결과적으로 잘 됐다. 역시 선수는 큰 물에서 놀아야 한다"고 말했다.

    청주 KB스타즈의 안덕수 감독 (사진 제공=WKBL)

     



    #3. KB스타즈는 1쿼터 종료 1분30초를 남기고 15대22로 뒤졌다. KB스타즈가 밀린 건 이때까지였다. 이후 8분동안 하나은행을 무득점으로 묶고 연속 23점을 몰아넣어 단숨에 승부를 뒤집었다. 강아정과 심성영은 자신있게 3점슛을 던졌고 염윤아는 압도적인 공수 공헌도를 보였다. 올시즌 부쩍 더 성장한 김민정도 득점 대열에 동참했다.

    2쿼터 승부는 일방적이었다. 하나은행은 3쿼터 종료 3분 여를 남기고 백지은의 득점이 터지기 전까지 약 8분동안 득점이 없었다. KB스타즈가 강한 이유를 압축적으로 보여준 시간이었다.

    안덕수 감독은 경기를 앞두고 올시즌을 돌아보며 "무엇보다 팀 디펜스를 중요하게 여겼다. 상대의 1대1 공격에 맞설 때도 도움수비를 잘해 대응하도록 했다. 공격에서는 각자가 자기 플레이를 찾도록 했다. 자신있는 플레이를 주문했다. 또 빠른 공수 전환도 강조했다"고 말했다.

    KB스타즈가 시즌 내내 추구한 농구가 8분동안 여과없이 펼쳐졌다.

    KB스타즈는 1쿼터 마지막 1분동안 야투 3개를 성공했다. 쏜튼과 박지수가 페인트존 득점으로 6점을 적립했다. 염윤아와 강아정은 적절한 타이밍의 어시스트로 빅맨들을 도왔다.

    몰아친 23득점 중 6점은 번개같은 속공에서 비롯됐다. 염윤아가 스틸 후 레이업을 하기까지 4초가 걸렸고 김민정이 공을 가로챈 뒤 5초가 지나 강아정이 3점슛을 넣었다. 박지수는 수비리바운드를 잡자마자 베이스볼 패스를 뿌렸고 앞서 달려간 염윤아가 공을 잡아 쉽게 득점을 올렸다.

    순식간에 스코어를 38대22로 벌린 KB스타즈는 승기를 잡고 여유있게 경기를 운영했다. 4쿼터 종료 1분 여를 남기고 6점차로 쫓겼지만 심성영의 결정적인 중거리슛이 터지면서 사실상 승부가 결정됐다.

    결국 KB스타즈는 하나은행을 71대65로 누르고 정규리그 정상에 등극했다. 박지수는 16점 9리바운드로 활약했고 쏜튼은 16점을 보탰다. 염윤아는 15점 5리바운드 4어시스트를 기록해 팀 승리에 기여했다.

    디펜딩 챔피언 아산 우리은행의 7년 연속 통합 우승 도전은 KB스타즈에게 1위 자리를 내주면서 끝이 났다.

    이로써 KB스타즈는 챔피언결정전에 직행해 창단 첫 우승에 도전할 기회를 얻었다. 우리은행의 지난 6연패 과정에서 두 차례 챔피언결정전 패배를 설욕할 기회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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