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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김일성이 '죽은 제갈공명'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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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칼럼] 김일성이 '죽은 제갈공명'인가

    [구성수 칼럼]

    김일성 전 주석 (사진=자료사진)

     

    죽은 공명이 산 중달을 달아나게 했다(死孔明 走生仲達)

    삼국지에 나오는 고사성어다.

    위나라의 전략가인 사마의(중달)가 제갈량(공명)이 죽었다는 소문을 듣고 위나라 군대를 몰고 철수하는 촉나라 군대를 치러갔다가 좌대에 앉은 제갈량의 모습을 보고 혼비백산해 도망쳤다는 얘기에서 나왔다.

    제갈량은 실제로는 죽었고 좌대에 앉은 제갈량은 목각인형이었기 때문에 죽은 제갈량이 산 중달을 달아나게 한 셈이다.

    제2차 북미정상회담을 위해 26일 베트남 하노이에 도착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보면서 갑자기 이 고사성어가 떠올랐다.

    열차타고 베트남 동당역에 도착한 김정은 위원장 (사진=연합뉴스)

     

    김 위원장은 평양에서 베트남 동당까지 무려 3,800km에 이르는 거리를 특별열차로 이동했다.

    비행기로 4시간이면 갈 수 있는 거리를 중국을 관통하면서 무려 3박 4일 동안 열차로 이동한 것은 상식에서 크게 벗어난다.

    그 이유를 놓고 여러 설이 난무했다.

    그 가운데 설득력 있는 것 중의 하나는 '김일성 따라하기'이다.

    김 위원장의 조부인 김일성 주석은 지난 1958년 베트남을 방문하면서 평양에서 열차로 출발해 김 위원장과 마찬가지로 중국을 관통해 광저우까지 간 다음에 하노이까지 중국이 제공한 항공기로 이동했다.

    김 위원장도 김일성을 따라하면서 열차를 이용해 비슷한 루트로 베트남에 갔다는 것이다.

    20대 후반의 나이에 김 위원장이 북한 최고 권력을 물려받을 수 있었던 것은 김일성을 조부로 둔 백두혈통이라는 점 때문이었다.

    김일성은 북한 인민에게 죽어서도 위대한 수령이다.

    시신은 평양 금수산 태양궁전에 안치돼 참배를 받고 있고 거리 곳곳에 거대한 동상과 기념물이 세워져 있다.

    우상화를 넘어 신격화되고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

    그런 김일성을 조부로 뒀다는 점 말고는 달리 내세울 것 없는 김정은 위원장으로서는 김일성과 닮은 자신의 외모를 무기삼아 김일성 따라하기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밖에 없었다.

    실제로 김일성 옷 스타일부터 시작해 중절모를 쓰거나 담배를 피우고 직접 군인이나 주민들과 사진을 찍고 대화하는 모습을 보면 김일성을 떠올리는 사람이 많다.

    열차를 이용한 김정은 위원장의 베트남 방문은 그 연장선상에 있다고 볼 수 있다.

    김 위원장의 베트남 방문에 25년 전에 죽은 김일성이 화제가 되면서 부상(浮上)하고 있는 이유이다.

    사마의를 쫓은 죽은 공명이 갑자기 떠오른 것도 그 때문이리라.

    김정은 위원장이 이것을 노렸다면 3박 4일의 열차이동은 상당한 성공을 거둔 셈이다.

    각 언론에서는 60여년 전 김일성의 베트남 방문을 집중 조명하고 있다.

    베트남 당국에서는 소장하고 있던 당시의 여러 사진을 언론에 공개하기도 했다.

    호찌민 베트남 주석의 환대를 받거나 공장 등을 시찰하면서 환하게 웃고 있는 젊은 시절의 김일성 모습이 담겼다.

    한반도 해빙의 바람을 타고 25년 전에 죽은 김일성이 건강하고 다정다감한 지도자의 모습으로 다시 살아나고 있는 것이다.

    적화통일을 위해 베트남 방문 8년 전 일요일 새벽 남침을 감행해 우리 민족에 씻을 수 없는 동족 상잔의 비극을 낳았던 당사자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하노이에 간 김정은 위원장은 미국과의 정상회담이 끝난 뒤 오는 1일과 2일 베트남 공식친선방문 일정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 일정에서도 김일성의 루트를 다시 밟아가면서 하는 따라하기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김일성의 건강한 지도자 이미지가 또다시 부각될 가능성이 높다.

    조작된 것이 아닌 이상 그런 이미지가 확산되는 것을 문제 삼을 수는 없다.

    하지만 그 이면에 감추어진 실제 모습도 잊지 않아야 할 것이다.

    김 위원장의 김일성 따라하기 역시 김 위원장의 자유다.

    문제되는 것은 언행이 일치하지 않은, 겉과 속이 다른 쪽으로 간 김일성을 따라하는 것이다.

    김일성은 밖으로는 비핵화를 공언하면서도 핵개발을 추진했다.

    그 결과가 오늘날 우리 민족은 물론 전 세계가 크게 우려하는 핵보유국 북한의 탄생이다.

    김 위원장은 적어도 비핵화에 있어서만큼은 조부인 김일성을 따라하지 않고 그를 넘어서기를 바란다.

    그래서 명실상부한 완전한 비핵화로 가겠다는 통큰 결단을 하고 그 결단이 북미간 하노이 성명에 담겨지기를 바란다.

    이것만이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7일 트위터에 올린 글처럼 북한이 "매우 빨리 베트남처럼 번영할 수 있는 길"이다.

    공명은 결국 죽은 것으로 드러났고 촉나라는 위나라에 멸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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