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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마지막 침구사로 알려진 김남수 옹(93세. 남수침술원 원장). 우리나라에 침구사는 40여 명이 남아있지만 실제로 활동하는 이는 김남수 원장이 거의 유일하다.
지난 추석에 한 TV방송사에서 방영한 특집프로그램 ''''구당 김남수 선생의 침뜸 이야기''''가 방영된 이후 김 원장이 진료를 하고 있는 서울 청량리에 있는 남수침술원은 전국 각지에서 찾아온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뤘었다.
그랬던 김 원장은 지금 침술원의 문을 내렸다. 왜 그랬을까? 침사자격만 있는 김 원장이 ''''뜸'''' 진료를 한 것이 의료법에 저촉돼 서울시 동대문구청으로부터 자격정지를 당했기 때문이다. 10월 1일부터 45일간 자격정지를 당한 것이다.
김 원장이 지난 1943년 홍릉에서 남수침술원을 개원한 이래 65년 만에 처음으로 자격정지를 당한 것. 그래서 김 원장도 충격을 받았다. 아파서 찾아오는 환자를 진료를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처지가 된 것이다. 지난 65년 동안 한번도 침과 뜸을 손에서 놓은 적이 없는 김 원장이기에 더욱 마음이 편치 않다고 말한다.
실제로 침술원의 문을 내린지가 20여일이 지났지만 기자가 취재차 방문했던 22일에도 자격정지 소식을 모르는 사람들의 발길이 계속 이어졌다.
◈ 자격정지 당한 뒤에도 환자들 ''인산인해'' 헛걸음수원에서 올라왔다고 밝힌 강동칠 씨(67세, 경기도 수원시 권선동)는 자신과 부인의 병을 위해 침뜸 치료를 김 원장한테 한번 받아보자는 소원에서 왔는데 문이 닫혀있으니 허탈해 했다.
또 미국 뉴욕에서 고국을 방문했다가 김 원장의 명성을 듣고 달려왔다는 장수용 씨(61세, 미국 뉴욕 거주)씨는 ''''병원에서 못 고치니깐 찾아오는 것인데, 뜸을 놓았다는 이유로 이렇게 자격정지를 시켜놓으면 어떻게 하냐''''고 반문했다.
장 씨는 이어 ''''정말 진료에 문제가 있다면 자격정지가 아니라 자격을 취소시켜야 하는 것 아니냐''''며 ''''병을 고치고 정말 잘하고 있다면 국가가 법을 바꿔서라도 장려해 줘야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김남수 원장은 답답한 노릇이라며 ''''본래 침과 뜸은 함께 이뤄진 우리의 전통의술로 아무런 해가 없는 뜸을 못하게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그는 ''''정부가 특정 이익단체의 요구만 듣고 국민들의 건강권을 외면하는 것은 안 될 일''''이라고 강조했다.
김 원장은 근본적인 문제의 해결책은 지난 1962년에 사라진 ''''침구사 제도의 부활''''이라고 강조한다. 그래서 지난 17일에는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제기한 상태다.
''''유구한 역사와 전통을 지닌 침뜸이 마치 ''''사이비 의술''''처럼 비춰지고 사장되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라며 ''''현대의학도 지금은 대체의학 등을 찾아 선점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는데 우리는 갖고 있는 좋은 의술도 외면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김 원장은 침뜸은 배우기가 쉽고 안전하고 비용이 적게 드는데다 많은 병을 고칠 수 있기 때문에 국민 건강을 지키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있다며 침구사 제도의 부활을 정부에 촉구했다.
◈ ''국내에서 진료 못하면 해외에서라도… ''사람들의 관심은 자격정지가 끝나는 10월 15일 이후 김 원장이 어떻게 진료를 할까에 모아져 있다. ''''어떻게 하실 것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김 원장은 ''''당연히 침과 뜸으로 진료를 같이 할 것''''이라며 ''''자격정지를 또 당해도 국민의 건강권을 위해 물러설 수 없는 문제이다''''고 단호한 입장을 보였다. 그렇게 계속해도 안 되면 해외에 나가서라도 하겠다는 게 김 원장의 확고한 입장이다. 100세를 바라보는 김 원장이 ''무슨 욕심을 채우기 위해서라기보다는 국민의 건강을 위해서 한다''는 말에 진정성이 묻어있다는 느낌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