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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확증편향 시대, 광수 629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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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칼럼] 확증편향 시대, 광수 629명

    [구성수 칼럼]

    지난 8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자유한국당 김진태, 이종명 의원과 보수단체가 주최한 '5.18 진상규명 대국민공청회'에 북한군 개입설을 주장하는 극우논객 지만원씨가 발표를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자료사진

     

    지난 8일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5.18 진상규명 대국민 공청회가 평지풍파를 일으키고 있다.

    바로 극우보수 인사인 지만원씨가 나와 5.18 민주화운동에 북한군이 개입돼 있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주장은 새로운 것은 아니다.

    지 씨가 수년 전부터 각종 모임이나 유튜브 등을 통해 줄기차게 해오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큰 회오리가 일고 있는 것은 민의의 전당인 국회에서 공청회가 열렸고 그 멍석을 깔아준 것이 바로 자유한국당 의원들이라는 점 때문이다.

    5.18 관련단체 뿐만 아니라 일반국민들의 분노는 하늘을 찔렀다.

    당장 이 공청회를 개최한 3명의 국회의원을 제명해야 한다는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어떻게 국가에서 수년간의 진상조사 끝에 민주화운동으로 정리를 끝낸 5.18을 근본부터 왜곡하고 크게 폄훼하는 공청회를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이 앞장서서 열어줄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지씨의 주장대로 5.18이 북한 특수군 6백명이 주도한 대남 게릴라 전쟁이었다면 더 이상 민주화운동이 될 수 없고 당시 희생자와 부상자는 국가 유공자가 될 수 없다.

    이것은 광주 망월동 묘역에 있는 희생자들의 죽음을 조롱하고 그 명예를 짓밟는 일이다.

    문제는 지씨의 주장이 명확한 증거 없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지씨는 5.18 항쟁 당시 사진과 최근 북한의 군, 고위 인사, 탈북자 사진을 비교해 동일 인물이라고 주장하면서 5.18이 광주에 침투한 북한 특수군(광수)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지씨가 자신의 홈페이지에 공개한 광수 명단은 2월 12일 기준으로 629명에 이른다.

    지씨는 과학적인 안면 인식 기술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주먹구구식의 비슷한 얼굴 찾기에 지나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실제로 탈북광수로 지칭됐던 탈북자들 가운데 ‘맞다, 내가 광수다’라고 나서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다.

    오히려 이들은 지씨를 명예훼손 혐의로 집단고소까지 한 상태다.

    5.18이 일어난지 38년,

    그 동안 정권이 여야로 수차례 바뀌면서 진상조사도 여러 차례 진행됐다.

    지금까지 북한 특수군의 개입이 있었는데도 이를 밝혀내지 못했다면 그것은 국가도 아니다.

    더욱이 5.18을 내란과 폭동으로 몰고 가 정권을 잡은 전두환 정권이 북한 특수군의 개입이라는 호재를 놓쳤을리는 만무하다.

    그럼에도 지씨는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으면서 계속 밀고 나가고 있다.

    지씨가 이렇게 나가는데는 자신을 믿고 따르는 지지세력이 있어서다.

    이번 공청회에도 5백여명의 태극기부대가 대회의장을 가득 메우고 지씨의 주장을 열렬히 지지했다.

    이들은 이전부터 유튜브와 SNS 등을 통해 공감대를 확대해 온 것으로 보인다.

    지씨와 그 지지세력은 누가 뭐라고 하든 개의치 않고 북한 특수군 개입 주장을 확대 재생산해왔다.

    그 결과가 광수 629명이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은 심리학적 용어로 ‘확증편향(confirmation bias)’의 전형적인 예라고 볼 수 있다.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을 보고, 믿고 싶은 것만을 믿고 그렇지 않은 것은 버리는 경향에 딱 들어 맞는다.

    물론 확증편향 현상은 지씨와 그 지지세력의 문제만은 아니다.

    지난 8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자유한국당 김진태, 이종명 의원과 보수단체가 주최한 '5.18 진상규명 대국민공청회'에 북한군 개입설을 주장하는 극우논객 지만원(앞줄 우측에서 두번째)씨가 참석해 박수를 치고 있다. 윤창원 기자/자료사진

     

    태극기부대 만이 아니라 다른 곳에서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얼마든지 찾을 수 있는 현상이다.

    현 정부 들어 보수와 진보진영이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내로남불 공세를 펴고 있지만 그 가운데 상당수가 확증편향에 의한 것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이른바 확증편향시대에 살아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지씨와 그 지지세력의 확증편향은 그 정도가 지나치다.

    명확한 증거없이도 보고 믿는 것은 자유일지 모르지만 그들의 확증편향은 그것으로 끝나지는 않는다.

    그들의 주장은 5.18 희생자를 둔 유가족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최소한 5.18에서만은 확증편향을 반성하고 멈추려는 진지한 노력을 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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