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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대기만성' 김민욱이 말하는 KT 돌풍과 장신 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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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 '대기만성' 김민욱이 말하는 KT 돌풍과 장신 슈터

    12월19일 고양 오리온과의 경기에서 골밑슛을 시도하고 있는 부산 KT 김민욱 (사진 제공=KBL)

     


    2018-2019 SKT 5GX 프로농구 정규리그에서 국내 선수 가운데 선수 효율성 지수(Player Efficiency Rating, PER)가 가장 높은 선수는 안양 KGC인삼공사의 간판 오세근이다.

    그렇다면 2위는 누구일까? 김종규? 양동근? 김선형? 아니다. 화려한 경력을 자랑하는 올스타 레벨의 선수들을 제치고 당당히 2위에 올라있는 선수는 바로 부산 KT의 빅맨 김민욱(28 · 205cm)이다.

    ◇ 기록으로 보는 김민욱의 2018-2019시즌

    PER이 15.0을 넘으면 리그에서 평균 이상의 팀 기여도를 보이는 선수로 평가되고 20.0을 넘으면 올스타급, 30.0을 넘으면 MVP급 활약을 펼치는 선수로 인정된다.

    데뷔 후 프로 5번째 시즌을 보내고 있는 김민욱의 올시즌 PER은 22.1이다. 23.5를 기록하고 있는 오세근이 국내 1위이자 외국인선수 포함 전체 7위(최소 17경기 출전 기준)에 이름을 올렸다. 김민욱은 국내 2위 및 전체 11위로 오세근의 뒤를 따르고 있다.

    (PER 부문 선두는 울산 현대모비스의 라건아로 31.9를 기록하고 있다. 올시즌 KBL에서 라건아는 외국인선수로 분류된다)

    김민욱의 출전시간은 많지 않다. 올시즌 23경기에서 평균 19분을 뛰었다. 출전시간 대비 활약상을 평가하는 PER이 증명하듯이 김민욱은 코트만 밟으면 리그 정상급 빅맨 수준의 퍼포먼스를 펼쳤다.

    짧은 출전시간에도 경기당 10.2점, 5.0리바운드, 0.9블록슛을 기록 중이다. 모두 데뷔 후 최다 기록이다.

    김민욱의 기록 가운데 눈에 띄는 카테고리가 있다. 바로 슈팅이다. 김민욱의 야투(2점슛+3점슛) 성공률은 55.7%로 국내 3위이자 전체 8위다.

    3점슛 성공률도 매우 좋다. 매경기 평균 1.2개의 3점슛을 넣고 있는 김민욱의 시즌 성공률은 39.4%로 리그 전체 9위다. 3점슛 성공률 부문 상위 20명에 이름을 올린 센터는 김민욱이 유일하다.

    12월16일 창원 LG와의 홈경기에서 팀 승리에 기여한 뒤 홈경기 수훈선수 인터뷰를 하고 있는 부산 KT 김민욱 (사진 제공=KBL)

     



    ◇ '오바라기'에서 부산 KT 돌풍의 주역으로

    김민욱은 2012년 데뷔 시즌부터 2017년까지 뛰었던 KGC인삼공사 시절 별명이 '오(세근)바라기'였다. 아마추어 시절부터 최정상급 빅맨이었던 오세근을 닮기 위해 룸메이트를 자청하고 일거수일투족을 관찰하는 그의 모습에 동료들이 붙여준 애칭이다.

    김민욱은 경복고 3학년 시절 랭킹 1위 평가를 받은 유망주였다. 연세대 입학 후 허리 부상과 족저근막염 때문에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다. 2012년 10월 드래프트에서 지명 순위가 2라운드 전체 11순위로 밀렸다. 자존심이 상했지만 빠르게 현실을 받아들였다.

    "그때는 많이 속상했다"는 김민욱은 "하지만 세근이 형과 같은 팀이 됐다는 사실에 감사했다. 프로에서 다시 시작하면 된다는 마음으로 세근이 형의 사소한 습관부터 많은 것을 배웠다. 형을 보면서 내가 농구를 대하는 태도는 아무 것도 아니었구나, 그러면서 지명 순위보다는 프로에서 어떤 평가를 받는지가 중요하구나,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민욱은 동료 빅맨들이 부상 때문에 뛰지 못하는 날 오세근으로부터 "너 오늘 잘할거야"는 말을 자주 들었다고. 실제로 그랬다. 김민욱은 빅맨의 부상 공백이 있을 때마다 늘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부산 KT가 2017년 11월 이재도와 김승원을 내주고 김민욱와 김기윤을 데려오는 2대2 트레이드를 단행한 이유 중 하나는 바로 김민욱의 잠재력을 높게 평가했기 때문이다.

    KT가 주목한 김민욱의 장점 중 하나는 바로 그의 슈팅 능력이다. 김민욱은 외곽에서 자유롭게 슛을 던질 수 있는 리그 내 몇 안되는 빅맨이다.

    장신선수도 3점슛을 던져야 하는 요즘 농구의 트렌드 그리고 코트를 넓게 쓰면서 공격적인 농구를 추구하고 3점슛을 적극적으로 시도하자는 서동철 KT 감독의 철학과도 맞아 떨어진다.

    아마추어 시절에는 키가 큰 선수가 외곽슛을 너무 많이 던진다는 핀잔을 듣기도 했다. 그러나 프로에서는 김민욱의 슛 터치가 장점으로 활용됐다.

    김민욱은 "대학 때 주로 하이포스트에서 움직이면서 외곽슛을 던졌다. 3점슛은 프로 와서 던지기 시작했다. (KGC인삼공사의) 김승기 감독님께서 던져도 된다고 하셨다. 키퍼 사익스가 공격할 때 다른 선수들 모두 외곽에 나와있으면 효과적이었기 때문에 슛 연습을 많이 하라고 하셨다"고 말했다.

    부산 KT 김민욱의 슈팅 능력은 KBL 센터 가운데 단연 돋보이는 수준이다. '스페이싱'을 활용하는 KT 농구에 적합해 구단과 선수 모두 '윈-윈' 효과를 누리고 있다 (사진 제공=KBL)

     



    KT는 김민욱의 장점을 잘 활용하고 있다. 김민욱은 공격시 상대 빅맨을 외곽으로 끌어낸다. 상대가 본능적으로 골밑 도움수비를 생각할 경우 김민욱에게 3점슛 오픈 기회가 열린다. 김민욱에게 붙어있으면 동료들의 골밑 공략, 확률높은 공격이 보다 수월해진다.

    그게 바로 외곽슛 능력이 뛰어난 빅맨을 보유한 팀이 누릴 수 있는 효과다. 현대 농구의 흐름이기도 하다.

    그런데 김민욱은 오히려 동료들에게 더 고맙다고 했다. "그래도 키가 큰 선수가 골밑에서 리바운드를 더 해줘야 하는데 내가 슛을 던질 때 (김)영환이 형과 양홍석, 마커스 랜드리 선수가 열심히 해준다. 특히 홍석이가 전투적으로 잡아준다. 슛을 던질 때마다 동료들에게 고마운 마음"이라고 말했다.

    김민욱의 성장에는 '랜드리 효과'도 작용했다.

    김민욱은 KT 구단이 지난 여름 외국인선수를 물색할 때 내심 정통 센터가 영입되기를 희망했다. 정통 센터가 있으면 상대적으로 동료 빅맨들이 편해진다. 하지만 KT의 선택은 포워드형 스코어러 랜드리였다.

    서동철 감독의 한마디가 '랜드리 효과'를 창조했고 김민욱을 각성시켰다. 김민욱은 "감독님께서 랜드리 선수를 선발한 뒤 우리 국내 빅맨들에게 '너희에 대한 믿음이 있어서 뽑은 것이다'라고 말씀하셨다.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는 말을 해주셨다"고 말했다.

    서동철 감독은 슛 기회를 만드는 과정이 좋다면 3점슛을 얼마든지 쏴도 된다는 확고한 철학을 지닌 지도자다. "슛이 좋으니까 얼마든지 쏴도 괜찮다"는 사령탑의 조언은 김민욱에게 날개를 달아줬다. 김민욱은 "그 한마디가 내게는 자신감으로 온다"고 말했다.

    동료들이 자신의 슛을 인정해주는만큼 예전보다 궂은 일을 더 많이 시도하면서 동료를 돕기 위해 노력한다. 긍정적인 선순환이다. 김민욱은 "랜드리를 뽑으면서 리바운드와 골밑 몸싸움, 적극성을 더 키우는 계기가 된 것 같다"고 덧붙였다.

    KT는 현재 15승10패로 리그 2위에 올라있다. 데이빗 로건이 팀과 이별하는 등 부상 악재에 시달리고 있지만 전 시즌 꼴찌의 돌풍은 계속되고 있다. 이대로 간다면 2014년 이후 첫 플레이오프 진출도 가능하다.

    "언젠가 54경기 전 경기에 출전하고 싶다"는 개인 목표를 갖고 있는 김민욱은 지금 팀의 목표에 더 집중하고 있다. "부산 홈경기를 할 때마다 팬들이 점점 더 많이 오신다. 부산에서 봄 농구를 안한지 굉장히 오래 됐다. 플레이오프 진출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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